이탈리아의 와인 브랜드 '니포차노 리제르바'는 이탈리아 피렌체 동부에 위치한 포도 생산지 니포차노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니포차노 리제르바는 르네상스 시기에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등의 예술가들이 애호하던 와인으로, 깊고 풍부한 풍미는 영국 왕실에 납품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 명성만 들으면 니포차노가 적당한 바람과 풍부한 지하수 등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포도 생산지 같겠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니포차노라는 이름에는 '우물이 없는 땅' 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이름처럼 건조학 척박한 지형에서 명품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같은 품종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포도밭의 환경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메마르고 척박한 지형에서 상급의 포도 열매가 열릴 수 있는 것은, 악조건 속에서 다 깊게 뿌리 내리고 열매 맺으려 고군분투한 포도나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폭우로 시냇가에 심은 나무들이 뽑혀나갈 때, 온전히 제 모습을 지켜 낸 나무는 절벽에서 위태롭게 자라난 나무다. 살아남고 적응하기 위해 더 단단히 뿌리박은 결과다. 우리의 역경도 이와 같다. 지금 온몸으로 맞고 있는 그 바람과 발을 딛고 있는 황무지 같은 땅이, 당신을 다부지게 응집시키는 최고의 자연환경, 니포차노가 아닐까.
-행복한 동행 이천십년 십일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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