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도착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며 운전기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가 고마워요?"
운전기사의 반응은 의외로 삐딱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무사히 데려다 주셨잖아요."
그제야 운전기사의 표정이 스르르 풀어졌다.
"사실은 바로 전 손님 때문에 기분이 나빴거든요.
손님이 갑자기 고맙다고 하니까 뜬금없이 들리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다음 손님은 편하게 모실 수 있겠어요."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멀어져 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무심코 건넨 고맙다는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그렇다면 그 하루가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날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저녁 무렵, 좌탁을 주문한 공방에서 전화가 왔다.
"저, 죄송합니다. 어제 공방에 화재가 나서 제작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화재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에요. 경황없을 텐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손님이 오는데 수소문해서 상을 구할 시간을 주셨잖아요."
전화를 끊은 뒤 누구에게 상을 빌릴지 생각하는데 공방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저희 창고에 좌탁이 하나 있는데요, 우선 그거라도 쓰시겠습니까?
괜찮으시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이것 참! 전화를 끊고 웃음이 나왔다.
감사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서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였나?
무엇보다 내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이성숙,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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