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이르는 법
멀리 떨어진 고산에서 내려온 강물이 마을과 숲을 지나 사막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고비를 다 넘겼으니 사막도 지나갈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가는데 물이 자꾸 모래 속으로 스며들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모래에 물을 빼앗겼다.
강물은 실망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 운명은 여기까진가 보군. 전설 속 거대한 바다에는 갈 수 없겠어."
그때 사방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풍이 사막을 건널 수 있다면 강물도 건널 수 있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막이었다.
그러나 강물은 그 말을 믿지 못했다.
"나는 불가능해."
사막은 강물을 설득했다.
"네가 본모습을 지키려고 해서 사막을 건널 수 없는 거야.
지금의 모습을 버리고 수증기가 되어 미풍 속으로 들어가야 해.
미풍은 수증기를 안고 사막을 날아가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면 바로 내리지.
그러면 비가 다시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거야."
"그래도 나는 여전히 강물인 거야?"
"네가 강물이든 수증기든 본질은 똑같아. 네가 강물로만 살아온 이유는 네 본질을 몰랐기 때문이야."
그때 강물은 자신이 오래전 비가 되어 내리던 게 떠올랐다.
강물은 용기를 내 미풍의 두 팔에 안겨 사막을 날아 그토록 원하던 바다로 갔다.
-좋은생각 이천십육년 삼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