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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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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진 님 | 전북 군산시 조촌동

  20년 전 나는 첫 발령지인 고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우리 반 현식(가명)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였다.
꾀죄죄 한 옷차림에 굳어 있는 표정, 말 없는 현식이는 늘 혼자였다.

  그해 봄 3박 4일의 제주도 수학여행이 잡혔다.
선생님들은 현식이를 불참시키라고 조언했다.
사고라도 나면 낭패라며.
하지만 나는 그것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교육적' 이라는 뜻도 모르는 초짜 교사의 무모한 용기였다.

  나는 반 아이들에게 현식이와 함께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며 대책회의를 제안했다.
두 시간 동안 의논한 끝에 탑승 도우미, 식사 도우미 등을 정해 여행 내내 현식이를 보살피는 도움조를 편성했다.
이 계획은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무사히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지막 휴게소에 들른 버스가 출발할 때 나는 비로소 편안히 눈을 붙였다.
ㅇ러마쯤 흘렀을까.
손끝의 차가운 기운에 놀라 눈을 뜨니 현식이가 내게 아이스크림을 내밀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처음 듣는 현식이 목소리에 놀란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 뒤 내친김에 아이들은 현식이의 학교생활 도움조를 결성했다.
그렇게 조금씩 현식이는 아이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이들이 현식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 것이다.
그 따뜻했던 가슴들은 지금 더 큰 훈풍이 되어 세상 어디에선가 언 땅을 녹이고 있겠지….

-좋은생각 이천구년 사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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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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