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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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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인 나는 관리자로 진출하려던 꿈을 허공에 묻고 집 근처로 학교를 옮겼다.
별 생각 없이 6학년 담임을 맡겠다고 하니 모두 좋아했다.
6학년은 초등학교를 마무리하는 학년이라 수업 부담이 크고, 부수적인 업무도 많아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학년이다.

 3월 어느 날, 질서 교육을 하고자 아이들에게 운동장 세 바퀴를 뛰게 했다.
26명 중 16명이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아이들 체력은 엉망이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대부분 교문 앞 아파트에 살고, 학원도 차를 타고 다녀 운동량이 부족한 탓이었다.

 고민 끝에 2교시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달리기를 시켰다.
3월에 세 바퀴, 4월엔 네 바퀴, 5월부터는 다섯 바퀴씩 운동장을 뛰게 했다.
처음엔 모두 힘들어했지만 꾸준히 연습을 시키니 아이들의 체력이 점점 나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 선생, 요즘 간이 큰가 봐?"
"무슨 말이야?"
"아이들 달리기 시킨다며? 아니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보험 들었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침 인근 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내생활 중 교통사고를 당해
학교 측에 손해 배상을 요구한 일이 회자되던 터였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다가 달리기를 계속 시키기로 했다.

 100일이 지난 뒤 아이들의 체력은 몰라보게 좋아졌지만 내 간은 커졌는지 작아졌는지
알 길이 없다. 퇴근한 뒤 보험회사에 들러 보험도 들고 가까운 병원에서 내 간의 크기도
촬영해 봐야겠다.

-좋은생각 이천팔년 십일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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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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