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642)
일상 (26)
오늘의 명언 (300)
문화사랑방 (81)
우리말사랑 (162)
유니텔 시사한자 (10)
아하그렇구나 (47)
동영상 (0)
거꾸로교실 (3)
1교시 국어영역 (272)
꿈꾸는 정원사 (70)
부엉이쌤의 수업이야기 (17)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21)
컴도사 (116)
도종환의 엽서 (6)
좋은글좋은생각 (111)
잼난야그 ㅣ 심테 (1)
오픈오피스 3.2 (53)
우분투 10.04 (리눅스) (296)
2009 남목고 (39)
백업2015 (1)
Total
Today
Yesterday

쓸데없는 하루


 그날은 이상한 하루였다. 당시 독서를 자주 해서인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재밌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글을 써 볼까?' 건축 설계 마감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이었다. 마침 일에 집중도 되지 않던 차였다. 살면서 남들 다 받는 그 흔한 글짓기 상조차 받은 적 없었지만, 뭐 글짓기가 별거 있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무식해서 용감했다.

 결국 친구들이 설계하는 동안 무작정 글을 적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건 예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선 재밌고 기발했던 생각들이 글로 쓰는 순간, 유치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창문 밖으로 아침 해가 밝았다.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이다.

 나는 얼이 빠져 멍하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같이 밤을 지새운 친구들은 설계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한 녀석은 벌써 설계 도면까지 들고 하품을 하며 돌아갔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내가 지금 놀 때가 아닌데.' '망했다!'

부정적인 생각만 머리에 가득 찼다. 모두 떠나고, 작업실엔 어느새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불안했다. 그때까지 쓰던 글을 개인 에스엔에스(누리소통망 서비스)에 올리고는 서둘러 집으로 갔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하아…….' 나의 황금 같은 하루를 바쳤음에도 내 글의 조회 수는 고작 7에 불과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냥 하던 거나 열심히 할걸…….'

 부끄러워진 나는 황급히 글을 비공개로 바꾸고 설계를 시작했다. 귀한 시간과 열정을 엉뚱한 곳에 쏟았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무 결과도 얻지 못했던 그 하루가 나는 못내 아까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쓸데없는 하루들이 쌓여만 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책을 출간한 저자가 되었고,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부끄러워 숨기기 바빴던 그때, 그 이야기들로 말이다. 나의 지금은 모두 내가 후회하고 반성했던 그 쓸데없는 하루로부터 시작되었다.


-좋은생각 이천십오년 팔월호 중에서 

'좋은글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손  (0) 2015.10.11
행복의 설계  (0) 2015.09.29
성공으로 가는 길  (0) 2015.09.13
사랑도 방법이 필요해  (0) 2015.09.13
농구 선수와 비슷하다네  (0) 2015.09.13
Posted by 곽성호(자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