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방법이 필요해
사랑은 방법이 필요해
아이가 태어난 지 20개월 되었을 무렵 길거리 고양이들을 구조해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에게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기와 함께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았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은 두 고양이를 외면 할 수 없었다.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아기도 고양이들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눈을 잠깐 돌리기만 하면 고양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아기는 자주 고양이를 숨 막히게 안았고 고양이는 아기와 고양이를 떼어 놓고 위로해줘야 했다.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자신의 품 안에서 도망치는 고양이들을 보며 야속한 마음에 세상이 떠나가도록 우는 아이도 달래 줘야 했다.
"'아야' 해서 그래."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아기는 고양이들을 어떻게 안아 줘야 하는지, 고양이들도 아기가 흥분했을 때는 얼마나 거리를 둬야 하는지 알아 갔다.
서로에게 길들여진 것이다. 아기는 격하게 움켜쥐며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사랑법뿐 아니라, 부드럽게 거리를 두며 따스한 눈빛을 교환하는 사랑법도 배웠다.
아기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상담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다양한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관계는 모든 상담에서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같은 진리에 도달한다. 우리의 관계가 자꾸만 어그러지고 갈등이 치닫는 이유는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받고 싶은 사랑과 상대가 주고 싶은 사랑이 다르기에.
그래서 사람들은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라는 상처에서 벗어나 '엄마는 단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라는 통찰로,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사랑받고 싶다.'라는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때 치유와 성장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내 사랑법이 적절한 것인지 자주 돌아봐야 할 터다.
나의 사라잉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온전히 전해지길 기도해 본다.
-좋은생각 이천십오년 오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