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쥔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 여류 화가는 심혈을 기울여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한 평론가가 작품을 돌아보더니 이렇게 평했다.
"당신 작품엔 재능이 번득이고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깊이가 부족하군요."
화가는 평론가의 칭찬은 다 잊고 "깊이가 부족하다."라는 말에 마음이 걸렸다.
그래서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잡념에 사로잡혔다.
뜻대로 되지 않자 이내 술과 약물에 빠졌다.
결국 비관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그림을 전부 찢고 139미터 절벽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평론가는 분명히 격려와 비평을 균형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화가는 "깊이가 부족하군요."라는 지적만 새겨 들었다.
이 소설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칭찬 끝에 달린 어떤 한 단어가 우리 귀에 거슬릴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그 꼬투리를 잡고 자신을 쥐어짠다.
여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일은 점점 더 꼬인다.
그러니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에서 생의 전환을 맞이하는 횡재 말이다.
영화 <대부>의 주연 알 파치노는 명배우로서 전성기를 보내던 40대 중반,
한 영화의 흥행 참패로 실의에 젖어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들은 노래 <마이 웨이>의 가사에서 재기할 힘을 얻었다.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예외 없이 끝까지 해냈지…….
그리고 그보다 더, 그보다 훨씬 흐뭇한 건,
내 방식대로 살았다는 거야."
이 대목을 듣는 순간, 알 파치노는 '내 길을 가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이후 그는 긴 악순환의 굴레서 벗어나 자신이 바라던 삶을 찾아갔다.
-《천금 말씨》, 차동엽, 교보문고
-좋은생각 이천십사년 팔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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