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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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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0. 1. 7.(목요일)

앞가지(접두사) 강은 날씨와 같이 쓰면 '호된, 심한'의 뜻입니다. 강추위, 강더위 따위죠.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무척 춥네요.
강추위, 맹추위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오늘 날씨에 딱 맞는 편지가 있어 붙입니다.
2년 전에 보낸 거네요. ^^*



[강추위]

안녕하세요.

오늘 무척 춥다고 합니다. 옷 잘 입고 오셨죠?
이런 추위를 '강추위'라고 합니다.

오늘은 강추위를 좀 볼게요.

앞가지(접두사) 강은 날씨와 같이 쓰면 '호된, 심한'의 뜻입니다. 강추위, 강더위 따위죠.
'강'은
강울음, 강호령처럼 '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하기도 하고,
다른 것이 섞이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쓰여 강조밥, 강된장, 강굴, 강풀처럼도 씁니다.
'강'이 마르고 물기가 없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강기침,  강서리, 강모처럼 씁니다.

중요한 것은 '강추위'의 뜻입니다.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씨죠.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198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순 우리말 '강추위' 아래 '강추위(强--)'를 넣고
그 뜻을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라고 풀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것을 '사전'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강추위에는 눈이 오는 겁니까 안 오는 겁니까?

여러분, 이 문제 한번 풀어보실래요?
문제 : 아래 문장에서 바른 것은?
1. 강추위에는 눈이 내린다.
2. 강추위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어떤 게 맞죠?

많은 분이 우리말이 어렵다고 합니다. 헷갈린다고 합니다.
그게 다 까닭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본데없는 사람]

아침부터 농담 한마디 할게요.
며칠 전에 수능 시험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시험을 제일 잘 본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엄마 친구의 아들과 딸이 시험을 가장 잘 봤다고 하네요. ^^*

오늘은 어제 만난 사람 이야기 좀 할게요.
그 사람은 시쳇말로 참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낫살깨나 드신 분이었는데 여기저기 치받고 다니는 꼴이 영 보기 싫더군요.
저와 직접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닌데 왜 그렇게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을 본데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는 사람을 두고
본때없다거나 본대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본데없다'가 바릅니다.

[본데업따]고 발음하고
본데없어, 본데없으니, 본데없고, 본데없는처럼 활용합니다.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본데없는 놈 같으니라고처럼 씁니다.

남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남도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왜 자기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입는 옷인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때는 빈손으로 돌아갈텐데...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실은 저도 남에게 본데없다는 소릴 듣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남도 좀 보면서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보태기)
본때는
본데없다의 본데와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의 됨됨이나 모양새'라는 뜻입니다.

답장)
오늘 보내주신 편지에 덧붙입니다.
'본데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천고의 이치입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겨레는 예부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풍습을 가졌습니다.
특히 세밑의 '담치기', 정월초이렛날의 '이레놀음', 입춘날의 '적선공덕행'들의 세시풍속과
'고수레', '두레', '김장' 그리고 여러가지 의식주 풍습이 그렇습니다.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면 배달겨레라고 할 수  없겠죠.
우리 토박이말에 '솔개그늘'이라고 있습니다.
뜨거운 한 여름 , 솔개가 지나가다 드리운 작은 그늘이라도
땀흘려 일하는 농부에겐 정말 고마운 것입니다.
우리는 주위에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뭐 거창하게 이웃돕기 이런 건 못하더라도
남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솔개그늘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올 세밑은 우리 모두 이런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잔소리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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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0. 1. 6.(수요일)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라는 말을 많이 쓰죠.

베프보다 몸알리, 참 좋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나나니 님(ynan???@hanmail.net)이 보내신 우리말편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런 편지 자주 보내주세요.
좋은 낱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써야 우리말로 굳어지잖아요. ^^*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무척 춥네요.

쌓인 눈은 아름답지만, 교통은 복잡해지고 위험이 높아지니 좋기도, 싫기도 하네요.^^;;



지금 막 어제 보내주신 '우리말 편지'를 읽었는데,

낮에 가졌던 궁금함 하나가 해결되었네요.



낮에 잠깐 사전을 보다가 '벼리'라는 단어를 보고

'단어는 예쁜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어제 보내주신 편지에 덧붙여진 예전 편지에 '벼리'라는 단어가 있더군요.



사전을 뒤적이다 예쁘고 좋은 말들을 찾게 되면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예문이 있는 단어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아서요.

성 박사님께서 보내주시는 편지에서는

활용법까지 일러 주시니 더 좋네요.^^



며칠 후면 2010년이 시작됩니다.

송년회니 망년회니 해서 술자리도 많아지는데

박사님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는 몸알리들과 모여서 맛있는 밥 먹고,

수다나 떨면서 보낼까 생각하고 있네요.



* 몸알리[명사]

한컴사전 - <옛> 매우 친한 친구. 지기(知己).

Daum사전 - <옛> 매우 친한 친구.

국립국어원 사전 - <옛> 매우 친한 친구. 이렇게 되어 있네요.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라는 말을 많이 쓰죠.

베프보다 몸알리, 참 좋지 않나요?

저는 친구라는 말보다 '벗'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데,

'몸알리'는 '벗'보다 좀 더 '벗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친구든 벗이든 몸알리든..

베프보다는 훨씬 아름답고 친근하니 이런 말 많이 써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어제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참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거든요.
아들이 일하는 곳에 오셔서,
아들이 먹는 밥을
아들과 함께 먹고,
아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들러,
동료와 함께 잠시 이야기도 나누다 가셨습니다.
아마도 밖에서 거창하게 드시는 점심보다 아들과 함께 드신 식판에 담은 밥이 더 맛있으셨을 겁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

어머니가 오셨을 때
이왕이면 밑반찬이 좋게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필 어제는 어묵국(1)에 돈가스(2) 한 조각과 샐러드(3)가 다였습니다.
괜히 제가 죄송스럽더군요.
그래도 어머니는
'찬은 별로지만 쌀이 좋은지 밥맛이 좋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이왕이면 찬까지 좋았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으셨을텐데...
만날(4) 그렇게 점심을 때우는 줄 알고 걱정하셨나 봅니다.

내일은 어머니가 또 병원에 가시는 날입니다.
새벽에 모시고 가서 피 빼고 오전에 누나가 모시고 가서 진료받으셔야 하는데,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머니 생각하시면서 기분 좋게 보내세요.

보태기)
1. 어묵국
생선의 살을 뼈째 으깨어 만든 어묵으로 국을 끓은 것을 두고 오뎅국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뎅은 일본말 お-でん[오뎅]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어 사전에서 お-でん을 찾아보니 '곤약을 꼬치에 꽂아 된장을 바른 식품.'이라고 나와 있네요.
사실 일본에서 말하는 '오뎅'과 '어묵'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묵 형태로 만든 것이고,
오뎅은 어묵과 무·'곤약' 따위 재료를 꼬챙이에 꿰어 장국에 익힌 음식입니다.
어묵으로 오뎅을 만드는 거죠.
오뎅국을 어묵국이라고 하는 게 좋지만, 어묵국도 아직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1-1.
'곤약'도 일본말 찌꺼기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곤약을 다듬은 말로 '우무'가 나와 있네요.

2. 돈가스
돈가스는 영어의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온 말입니다.
이를 일본에서 돼지고기를 뜻하는 '포크' 대신에 돼지 돈(豚) 자를 쓰고
그 뒤에 커틀릿의 일본어 발음인 'カツレツ[까스레스]'를 덧붙여 '돈까스'라는 해괴망칙한 낱말을 만든 겁니다.
그게 우리나라에 건너와 '돈까스'가 된 거죠.
그러나 이마저도 '돈까스'가 아니라 '돈가스'입니다.
우리말에서 외래어에는 된소리를 써서 적지 않거든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돈가스를 올려놓고 '돼지고기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으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좀 억지가 있어 보이죠?
2-1.
'말할 수 없이 괴상하고 야릇함'이라는 뜻의 낱말은 해괴망칙이 아니라 해괴망측(駭怪罔測)입니다.


3. 샐러드
샐러드는 영어 salad입니다.
이를 일본에서 サラダ 라고 쓰고 [사라다]라고 읽습니다.
마땅한 우리말이 없는 서양음식이므로
이는 그냥 샐러드라고 읽고 쓰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설마 이걸 '야채 사라다'라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

4. 만날
'매일같이 계속하여서'를 뜻하는 부사는 '맨날'이 아니라 '만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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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이천구년 십이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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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12. 24.(목요일)

마호병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따뜻한 물을 넣어놓으면 바로 식지 않고,
찬물을 넣어도 바로 미지근해 지지 않는 신기한 마술 같은 병이라는 뜻으로
魔法甁이라 쓰고 まほうびん[마호우병]이라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와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이제야 책상에 앉았습니다.
어제부터 코가 근질거리고 몸이 따끔거린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아내가 어제부터 아침에 생강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아주네요.
따뜻한 생강차보다, 고마운 아내 마음 덕에 감기가 빨리 떨어질 것 같습니다. ^^*

보온병을 저 어렸을 때는 '마호병'이라고 했습니다.
마호병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따뜻한 물을 넣어놓으면 바로 식지 않고,
찬물을 넣어도 바로 미지근해 지지 않는 신기한 마술 같은 병이라는 뜻으로
魔法甁이라 쓰고 まほうびん[마호우병]이라 읽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다들 마호병이라 하지 않고 보온병이라 씁니다.
이렇게 일본어투 말을 하나씩 우리말로 다듬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깨끗하게 다듬어가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
편지를 매조기기 바로 전에 
아내가 보온병에 챙겨준 따뜻한 생강차 한 모금 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마호병은
"물 따위를 넣어서 보온이나 보냉이 가능하게 만든 병"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보온병과 보냉병을 합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란 쓰기 쉬워야 하므로 '보온보냉병'이나 '보온냉병'이라기 보다는 '보온병'이라고 쓰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찌뿌둥이 아니라 찌뿌듯]

어제도 전투가 치열했습니다.
나중에는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요즘 이렇게 연일 치열한 전투를 치르다 보니 몸이 말이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찌뿌듯하고...

오늘은 고향집에 갑니다.
이렇게 몸이 찌뿌드드할 때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오면 씻은 듯이 낫습니다.
개운하죠. ^^*

몸이 무겁고 거북하거나, 표정이나 기분이 밝지 못하고 언짢거나, 날씨가 흐릴 때 찌뿌둥하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틀린 겁니다.
'찌뿌둥'이 아니라 '찌뿌듯'이나 '찌뿌드드'입니다.
찌뿌듯한 것은 조금 거북한 것이고,
찌뿌드드한 것은 찌뿌듯보다 조금 더 거북한 것입니다.
찌뿌드드의 준말이 뿌드드입니다.

제 몸이 어제는 찌뿌듯했고,
어젯밤의 치열한 전투로 오늘은 찌뿌드드하네요. ^^*

고향에 가서 어머니 모시고 올라오면 뿌드드한 몸이 풀려
올겨울을 맘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부모님이 생각나면 지금 바로 전화 한 통 드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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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椎鼓)

우리말사랑 / 2009. 12. 23. 13:02
당나라에 가도라는 시인이 있었다.
어느날 "스님이 달빛 아래 문을 밀다."라는 시구를 써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밀 퇴(椎)' 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두드릴 고(鼓)'를 넣어 보았으나 '퇴'자가 다시 아른거렸다.
그러다 한유의 조언에 따라 '고'로 결정했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글을 다듬는다는 뜻의 '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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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덤터기

우리말사랑 / 2009. 12. 1. 15:36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12. 1.(화요일)

남으로부터 넘겨받은 걱정거리를 `덤터기`라고 합니다.
'덤터기 쓰다'라고 하여 억울한 누명이나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로 더 널리 쓰이고 있죠.
이를 좀 강조하고자 그러는지 '덤테기'라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표준말은 덤터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안개가 낀 것을 보니 오늘도 날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그런 자리에 꼭 따라오는 곡차도 즐깁니다.
그래서 누군가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끔은 자리를 가리기도 합니다. ^^*
괜히 이상한 자리에 끼게 되면 나중에 덤터기를 쓸 수도 있잖아요. 

흔히,
남으로부터 넘겨받은 걱정거리를 `덤터기`라고 합니다.
'덤터기 쓰다'라고 하여 억울한 누명이나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로 더 널리 쓰이고 있죠.
이를 좀 강조하고자 그러는지 '덤테기'라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표준말은 덤터기입니다.

12월 연말입니다.
여기저기서 술자리가 많을 것이고,
흥청망청하면서 여기저기 끼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덤터기를 쓸 수도 있습니다.
낄 자리 안 낄자리 잘 가려서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거부]

무척 춥네요.
남부지방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는데 큰 피해가 없기를 빕니다.
오늘 편지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1. 가끔 잘 오던 편지가 오지 않는다면서 왜 전자우편 주소를 지웠느냐고 나무라시는 분이 계신데요.
저는 잘 가는 주소의 전자우편 주소를 일부러 지우지 않습니다.
우편함이 가득 찼거나 한 달 동안 한 번도 읽지 않으시는 경우 자동으로 지워집니다.
혹시 우편함이 가득 찼던 적이 없는지 봐 주십시오.

2. 책을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시면서 저에게 몇 권 보내달라는 분이 계십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책을 보내드리지 못합니다. 돈도 없고 할 일도 많아서...^^*
우리말 편지 책은 가까운 서점에서 사시거나 
서점에 책이 없으면 주인에게 가져다 달라고 하시면 다 가져다주십니다.
출판사는 '뿌리와이파리'이고 책이름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입니다.
인터넷에서 사셔도 됩니다.
인터파크, 알라딘, YES24 같은 곳에서도 사실 수 있습니다.

3. 우리말 편지를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추천하시기 어렵다는 분도 계십니다.
전자우편 주소만 저에게 주시면 제가 한꺼번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카드사 수수료 인하 거부'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01/05/Edaily/v15286638.html?_RIGHT_COMM=R9
내친김에 다음 뉴스에서 '인하'를 넣고 검색해 보니 56,000개의 기사가 있다고 나오네요.
네이버에서는 155,710개의 기사가 나오고...
가격 인하, 금리 인하, 수수료 인하....

'인하'는 물건 따위를 끌어내리거나 가격을 낮춘다는 말인데,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값 내림'이나 '내림'으로 다듬었습니다.

언론이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하가 일본말찌꺼기이고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말이라는 것을 모르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의 자격이 의심스럽고,
그것을 알고도 그따위 기사를 썼다면 국민은 만만하게 본 것이고...

제발 정신 차리고 기사를 쓰는 그런 바른 기자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기분 좋게 보내시길 빕니다.
저는 이번 주에 집을 옮기는데 아내가 아직 이사갈 집 주소를 알려주지 않네요.
걱정입니다. ^^*

우리말123

보내기)
국립국어원에서 '가격'을 다듬지는 않았지만,
이 낱말도 價格(かかく[카가꾸])라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값'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왜 가격이라는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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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들러리

우리말사랑 / 2009. 11. 17. 13:4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11. 17.(화요일)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남부지방에 첫눈이 내렸고, 이는 예년보다 빨리 내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빠르다와 이르다는 다릅니다.
빠르다는 속도가 빠른 것이고,
이른 것은 시기가 이른 것입니다.
눈이 빨리 내린다는 것은,
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 됩니다.
만류인력 법칙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는 같은데... 가속도는 달라도... ^^*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들러리]

들러리가 뭔지 아시죠?
제가 얼마 전에 들러리를 선 일이 있어서 오늘은 들러리 말씀 좀 드릴게요.

'들러리'는
'들르다'에 사람의 뜻을 더하는 의존명사 '이'가 붙은 겁니다.
들르다의 뜻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이므로,
들러리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사람'이 되겠죠.
이 낱말은 본래 우리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서양 결혼식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해 잡귀들이 나쁜 마법을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잡귀들의 그런 마법에서 신부를 보호하고자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신부와 똑같은 복장을 한여자'가 들러리입니다.
악귀로부터 진짜 신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게 바로 '들러리'죠.

이러한 관습은 고대 로마까지 올라가는데요.
로마에서 신부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친구들을 동원해 신부를 납치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고자 신부와 비슷하게 생긴사람을 골라 비슷한 옷을 입혀 납치당하는 것을 막은 거죠.

요즘은 그 뜻이 바뀌어,
'주된 인물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 정도의 뜻으로 쓰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만 맞춰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낮잡아 들러리라고 하는 거죠.

아무쪼록 제가 들러리를 섰던 그 분이 잘 되길 빕니다.
그래야 제 들러리 노릇도 빛이 나죠.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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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

소주, 생맥주, 캔맥주, 병맥주, 양주, 칵테일 거기에 막걸리로 마무리...
그렇게 마셨으니 어제 제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겠죠.
어제는 온종일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어제 제 꼬락서니가 딱 고주망태였습니다.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를 고주망태라고 하는데요.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말입니다.
오늘은 고주망태나 알아볼게요.

'고주'는 '고조'에서 온 말입니다.
고조는 '술, 기름 따위를 짜서 밭는 틀'입니다.
옛말로 지금은 이를 '술주자'라고 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노 따위로 엮거나 그물처럼 떠서 만든 그릇'입니다.

술을 받는 틀 위에 망태를 올려놓으면
그 망태는 언제나 술에 절여 있겠죠?

어제 제가 딱 그 모양 그 꼴이었습니다.
술에 절여있는... 작취미성의 상태...

반성하는 뜻으로 이번주는 술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번 주는 제발 술 마실 일이 없기를 빕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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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프레이즈

우리말사랑 / 2009. 11. 16. 12:02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 [명사] [명사]광고, 선전 따위에서 남의 주의끌기 위한 문구표어. ‘구호’, ‘선전 구호’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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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우리말사랑 / 2009. 11. 16. 11:55
더럽다 [형용사]
 발음 〔더ː-따〕  활용 〔더러워[더ː--], 더러우니[더ː---]〕
 참고어휘 다랍다
[형용사]
1. 찌꺼기 따위가 있 지저분하다. 2. 언행순수하지 하거인색하다. 3. 못마땅하거불쾌하다. 4. (주로럽게’ 여) 순조 거나 고약하다. 5. (주로럽게’ 여) 어떤 정도하거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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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2009. 10. 12.(목요일)


'어느'는 여럿 가운데 대상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때나
여럿 가운데 똑똑히 모르거나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사람이나 사물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어떤'은
'어떠한'의 준말로
사람이나 사물의 특성, 내용, 상태, 성격이 무엇인지 물을 때나
주어진 여러 사물 중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때 쓰는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갑자기 국회로 출장 갈 일이 생겨 좀 일찍 나왔습니다.
이것저것 자료를 좀 챙겨야 하거든요.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넥타이를 매고 나옵니다.
그러면 좀 덜 춥거든요.
아침에 아들에게 넥타이를 골라달라고 하고, 하나를 골라주면 왜 그걸 골랐냐고 물어봅니다.
그럼 나름대로 뭐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들과 이야기하고... ^^*
사실 아침에만 잠시 넥타이를 매기 때문에 아들이 어느 것을 골라주건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늘은 '어느'와 '어떤'을 갈라볼게요.
먼저
'어느'는 여럿 가운데 대상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때나
여럿 가운데 똑똑히 모르거나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사람이나 사물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어느 것이 맞는 답입니까?, 산과 바다 가운데 어느 곳을 더 좋아하느냐?, 비가 내리던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처럼 씁니다.

'어떤'은
'어떠한'의 준말로
사람이나 사물의 특성, 내용, 상태, 성격이 무엇인지 물을 때나
주어진 여러 사물 중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때 쓰는 말입니다.
주로 의문문에 쓰이죠.
그는 어떤 사람이니?, 너는 이 둘 중에서 어떤 옷이 더 마음에 드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처럼 씁니다.

좀 헷갈리시죠?
더 나가
여럿 가운데 대상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는 '어느'와 '어떤'을 같이 쓰일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어느 방법으로든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어떤 부모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느 부모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와 같이
관련되는 대상이 특별히 제한되지 않을 때도 두 단어는 비슷한 뜻으로 쓰입니다.

오늘은 제가 국어 문법을 잘 모른다는 게 실감나네요.
제가 문법을 잘 알면
어느와 어떤을 쉽게 가를 텐데, 제가 잘 모르니 설명도 잘 안되네요. ^^*

오늘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참,
오늘 수능 시험보는 날입니다.
모든 분에게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족치다]

오늘은 족치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왜 족치다를 소개하게 되었는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고...^^*

족치다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
'견디지 못하도록 매우 볶아치다.'는 뜻으로,
범인을 족쳐 자백을 받다, 그 사내를 잡아서 족쳐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 '족치다'는 '족대기다'에서 온 말입니다.
족대기다나 족치다나 뜻은 거의 같은데,
몹시 족대기는 것을 족치다고 하니까
족치다가 좀더 심하게 볶아치는 것이겠죠.

이런 말에는,
다그치다, 몰아치다, 볶아치다, 잡도리하다, 죄어치다, 종애 곯리다, 직신거리다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표준말이고,
다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아래는 근거가 없거나 약한 말입니다. ^^*
1.
족치다는 足치다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옛날에 결혼식에서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북어로 발바닥을 쳤는데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죠.
http://www.korean.go.kr/nkview/nknews/200412/77_1.html

2.
'족대'는 '궤나 장·상자 따위를 놓을 때, 그 밑에 건너 대는 널.'인데,
이 널빤지로 사람을 괴롭히는데서 족대기다가 나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쳇말로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

날씨가 무척 추울거라고 하네요.
건강조심하세요.

우리말123

보태기)
다그치다 : 일이나 행동 따위를 빨리 끝내려고 몰아치다.
몰아치다 : 기를 펴지 못할 만큼 심하게 구박하거나 나무라다.
볶아치다 : 몹시 급하게 몰아치다.
닦달하다 :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냄
잡도리 :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죄어치다 : 재촉하여 몰아대다.
종애 곯리다 : 남을 속이 상해 약오르게 하다
직신거리다 : 짓궂은 말이나 행동으로 자꾸 귀찮게 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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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나무는 햇빛이 많이 내리쬐는 지역에서 자라는 탓에 한낮이 되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달궈진 몸을 식히기 위해 뿌리에서 물을 이파리로 빨아올린 뒤 밖으로 재빨리 내보내는데,
그때 이파리를 마구 떤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사시나무 스스로 내는 소리인 것이다.

-좋은생각 이천구년 십일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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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10. 19.(월요일)

따라서,
'가차 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어 오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니,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겁니다.
그 뜻이 더 넓어져 "사정을 봐 주거나, 용서가 없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이번에 가을 개편이 있었는데 혹시 맘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가차없이 말씀을 해 달라더군요.(7:40, MBC)
오늘은 '가차'를 알아보겠습니다.

가차는 거짓 가(借) 자와 빌릴 차(借) 자를 써서 "정하지 않고 잠시만 빌리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임사로 빌림'으로 다듬었습니다.(저는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 '가차'는
한자의 구성과 쓰임에 관한 여섯 가지 분류에서 왔습니다.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가차(假借), 전주(轉注) 가운데 하나가 가차입니다.
여기에 쓰인 가차는
어떤 뜻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려 쓰는 방법을 뜻합니다.

來, 이 한자가 무엇을 닮았나요?
요즘 들판에 나가면 볼 수 있는 벼 이삭을 닮지 않았나요?
이 글자는 곡식의 이삭을 뜻하는 상형문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다'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오다는 뜻의 한자가 없어서 음이 같은 來자에 '오다'라는 뜻을 빌려 쓴 겁니다.
바로 '가차'한 거죠.
산스크리트어의 [Buddha]를 글자의 본래 뜻과 상관없이 발음만 따와
'佛陀'(부처)로 쓴 것도 가차의 한 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차 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어 오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니,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겁니다.
그 뜻이 더 넓어져 "사정을 봐 주거나, 용서가 없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다가옵니다.
지난가을에 별로 입지 않는 옷을 '가차 없이' 버렸더니,
이번 가을에 입을 옷이 별로 없네요. ^^*

오늘도 많이 웃으시고,
이번 주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1.
'가차'는 명사이고, '없다'는 '없다'는 용언이니까 이 둘은 띄어 쓰는 것이 바릅니다.
'가차 없다'가 맞죠.
그러나
한글 맞춤법 제47항에 보면,
연결어미 '-아/어'로 이어진 보조 용언 구성은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가차없다'가 비록 사전에 한 낱말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차없다'고 붙여 쓰셔도 됩니다.

2.
'지난가을'은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니 붙여 쓰고,
'이번 가을'은 한 낱말로 사전에 오르지 못했으니 띄어 써야 바릅니다.
'지난주/이번 주'고 같은 경우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마디게 자라는 식물]

안녕하세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에는 농업관련 전문가 들이 많습니다.
벼, 콩, 사과, 보리, 농약, 수박, 채소, 소, 말, 바이오에너지, 농촌생활, 기계 따위를 전공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농업 문제는 뭐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이분들은 전공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책상 앞에 두는 식물도 다릅니다.
저 같은 기계쟁이는 책상 위에 꽃이 없고,
벼나 콩을 다루는 분들의 책상 위에는 항상 식물이 자랍니다.
그것도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농약을 전공한 사람 앞에 꽃을 두면 마디자라는데,
콩을 전공한 사람 앞에 그 꽃을 두면 잘도 자랍니다.
참 신기합니다.
사람의 기가 통하는지...^^*

오늘은 '마디다'는 낱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림씨(형용사)로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는 뜻입니다.
나무가 마디게 자라다처럼 씁니다.
"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아니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앞에서 푼 대로
제 앞에서는 마디 자라던 꽃도,
식물을 다루는 사람 앞에만 가면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아마도 식물도 사람의 마음을 읽나 봅니다.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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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9. 23.(수요일)

불을 끄다처럼 타는 불을 못 타게 하거나,
전등을 끄다, 라디오를 끄다처럼 전기나 동력이 통하는 길을 끊어 전기 제품 따위를 작동하지 않게 할 때는 '끄다'를 쓰지만,
불이나 동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 상태인 신경이나 관심에는 '끄다'보다는 '두다'나 '기울이다'를 쓰는 게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달력을 보니 오늘이 추분이네요. ^^*

어제 낸 문제인
"설, 추석 따위의 명절에 부득이 그날 찾아가 인사를 하지 못할 경우, 그전에 미리 찾아가는 일."은 '밀뵙기'입니다.
아마도 '미리 뵙기'가 줄어든 말 같습니다.
어떤 분에게 선물을 드려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내일쯤 알려 드리겠습니다. ^^*

어제 오후에 제가 존경하는 과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하신 말씀이 너무 튀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본 고도원의 아침편지에도
'가장 안전한 것은 평균보다 살짝 수준 높게 입는 것이다. 베스트 드레서가 되려 하지 마라.'라는 월이 있네요.

어제 끝난 인사청문회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명색이 지도층이라는 분들이 별로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큰소리를 쳤고, 앞으로도 그러실텐데...
더 나가면 제가 다칠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다만, 그쪽은 신경을 끄겠습니다. ^^*

흔히
뭔가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신경을 끄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좀 어색한 말 같습니다.
불을 끄다처럼 타는 불을 못 타게 하거나,
전등을 끄다, 라디오를 끄다처럼 전기나 동력이 통하는 길을 끊어 전기 제품 따위를 작동하지 않게 할 때는 '끄다'를 쓰지만,
불이나 동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 상태인 신경이나 관심에는 '끄다'보다는 '두다'나 '기울이다'를 쓰는 게 더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신경 꺼라'보다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하는 게 낫고,
'관심 꺼주세요.'보다는 '관심 두지 마세요'나 '관심 기울이지 마세요'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고,
남보다 튀어보고 싶은 생각도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제 식구와 오순도순 '평범'하게 사는 게 제 바람이자 꿈입니다.
그런 삶을 쭉 이어가고자 오늘도 자주 웃으면서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오손도손'이 아닌 '오순도순'이 맞고,
'죽 이어가다'나 '쭉 이어가다'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또,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것은 '눈꼽'이 아니라 '눈곱'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객관리 하라고요?]

어젯밤 7시 4분에 MBC에
'함으로서'라는 자막이 보였습니다.
'함으로써'가 맞습니다.

오늘은 '고객관리'하러 고창, 목포, 나주, 광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아침 일찍 떠나 밤늦게 돌아오는 거야 견딜 수 있지만,
고객관리하러 간다는 게 좀 거시기합니다.

오늘은 고객관리나 좀 짚어볼게요.

먼저,
고객은
顧客(こかく[고가꾸])라는 일본어투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손님'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렇게 다듬은 말을 왜 공무원들이 나서서 '고객'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관리'입니다.
관리는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함'이라는 뜻입니다.
부하 직원 관리, 학생 관리처럼 씁니다.
내가 모셔야 할 손님이 고객이라면
그 고객은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찌 손님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죠?
'고객'이 들으면 기가 찰 이야깁니다.

'고객관리'를 다시 보면,
'고객'은 '손님'으로 쓰시면 됩니다.
백화점에서도 '고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손님!' 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관리'는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고객관리에는 들어갈 낱말이 아닙니다.
'고객'이건 '손님'이건 내가 관리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요?
고객관리를 안 쓰면 뭘 써야 하냐고요?
아직 어느 기관에서도, 어떤 학자도 이 말을 다듬지는 않더군요.
저도 '고객관리'를 다듬을 깜냥은 안됩니다.

굳이 억지로 다듬어 보자면,
손님돕기, 손님수발로 다듬을 수 있겠고,
'고객관리'의 본뜻을 살려,
'내일알리기'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고객관리를 다듬은 말에 할 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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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9. 24.(목요일)

따라서 제가 딸아이에게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너 예전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해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딸아이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다른 층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저는 인사를 했는데 딸아이는 잠이 덜 깼는지 인사를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더군요. 그 시간이 7:20분쯤입니다.
차에 올라타서
"아줌마를 보면 인사를 해야지 왜 인사 안 했어?"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를 안 했는데 어른을 보면 네가 먼저 인사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라고 말했습니다.

아무 말 않고 듣고 있던 딸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옛날이 뭐에요 예전이지. 옛날이라고 하면 우리가 옛날 사람이 되잖아요."
"뭐? ......"

아침부터 딸아이에게 한 방 먹었습니다. ^^*

'옛날'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지 꽤 오래된 시기를 막연히 이르는 말"로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이었다처럼 씁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나간 어떤 날."로 그는 옛날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몸이 옛날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예전'은 "꽤 오래된 지난날"이라는 뜻으로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제가 딸아이에게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너 예전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해도 됩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그 작은 꼬맹이가 낱말의 뜻을 갈라서 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조금씩 다른 말맛을 느끼면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제 딸이지만 신통방통합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신통방통'이 표준말일까요 아닐까요?
신통하다는 당연히 표준말이고...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귓속말과 귀엣말]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네 살배기 딸아이가 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군요.
"아빠, 오늘 엄마가 나만 비타민 준다고 했어. 찌질이는 안 주고..."
여기서 찌질이는 20개월 된 둘째입니다. 하도 울어서 찌질이라고 합니다.
딸아이는 동생 모르는 비밀이 있어서 좋은가 봅니다. ^^*

제 딸내미가 제 귀에 대고 하는 말, 곧,
"남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는 말"을 뭐라고 할까요?
귓속말이 맞을까요, 귀엣말이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둘 다 표준어입니다.
다만, 굳이, 억지로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귓속말은 귀 속에다 하는 말이고,
귀엣말은 귀에다 대고 하는 말이고......^^*

어쨌든,
둘 다 표준어이므로 아무거나 쓰셔도 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물이나 기름기 따위가 매우 찌르르 흐르는 꼴"을 '질질'이라 하고,
이 낱말의 센말이 '찔찔'입니다.
제 아들은 하도 울어서 '찔찔이'라고 했고 발음하기 편하게 '찌질이'로 바꿔 부릅니다.
'찌질이'는 사전에 없는, 저희 집에서만 쓰는 낱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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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궁글다

우리말사랑 / 2009. 9. 16. 03:5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9. 14.(월요일)

'궁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할 물건이 들떠서 속이 비다는 뜻으로, 벽지가 궁글어 보기 싫다처럼 쓰이고,
단단한 물체 속의 한 부분이 텅 비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생겨서 같이 일하던 동료 몇 분이 그곳으로 옮기셨습니다.
며칠 전까지 같이 일했던 사람이 옆에 없으니 왠지 허우룩합니다.
(허우룩하다 : 마음이 텅 빈 것 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

'궁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할 물건이 들떠서 속이 비다는 뜻으로, 벽지가 궁글어 보기 싫다처럼 쓰이고,
단단한 물체 속의 한 부분이 텅 비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농진청에서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니 여기저기 궁글어 보기 싫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지금은 궁글고 허우룩하지만
언젠가는 시설거릴 날이 있을 겁니다.
(시설거리다 : 실실 웃으면서 수다스럽게 자꾸 지껄이다.)
언제나 자주 웃으시면서 사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오늘은 시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인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소고기와 쇠고기]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제 이곳 수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맨 밑에 벚꽃 사진을 붙입니다.

먼저,
어제 일요일 오전 8시 59분쯤 KBS 성장드라마에서
'제 5화'라고 제와 5를 띄어 썼습니다. '제5화'가 맞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43분, KBS1에서 광릉수목원에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물은 서식하는 게 아니라 자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릉수목원은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7시 8분, 벚꽃 구경하면서 주차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가 맞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FTA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네요.
다른 것은 모르고
쇠고기 시장 개방 가운데, 소고기와 쇠고기를 알아볼게요.

여기에도, 이 작은 낱말 하나에도 재밌는 게 많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지난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쇠고기만 표준어였고 소고기는 사투리였습니다.
고기가 소의 부속물이라서 '소의 고기'가 되고 이를 줄여 '쇠고기'가 된 거죠.
그러다가 사람들이 소고기라고 많이 발음하니까 나중에 소고기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쇠고기와 소고기가 복수표준어가 된 거죠.
사실 복수표준어이긴 하지만,
쇠고기가 원칙이고 소고기는 그렇게 써도 되는 것으로 인정한 겁니다.
재밌는 것은,
쇠고기와 소고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나니,
쇠로 시작하는 복합명사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가죽/쇠가죽, 소똥/쇠똥, 소꼬리/쇠꼬리, 소갈비/쇠갈비, 소기름/쇠기름, 소머리/쇠머리, 소뼈/쇠뼈 따위도 모두 표준어가 된 겁니다.

여기까지도 봐 줄만 합니다.
그런데 '소의'의 줄임말인 '쇠'가 철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쇠머리가 '소의 머리'인지,
단단한 '쇠 머리'인지 헷갈리게 된겁니다.
이건 또 어떻게 갈라야죠?

우리말123

보태기)
1.
소달구지는 쇠달구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달구지의 소의 부속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의 달구지'가 말이 안 되듯이,
쇠달구지도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달구지이지 소달구지도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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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지, 꽃사지, 코르사주, 가슴꽃]

다음 주 수요일(11일)에 농촌진흥청에서 큰 보고회가 있습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한 일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작년처럼 큰 잔치가 아니라 한나절만 보고회를 합니다.
수원에 오시기 쉬운 분들은 그날 오세요.

흔히 큰 행사를 치를 때 보면(치룰 때가 아닙니다.)
높으신 분 가슴에 꽃을 달아드립니다.
그 꽃을 뭐라고 하죠?

코사지? 꽃사지?

그건 프랑스말인 Corsage입니다.
여자의 상반신이나 옷에 다는 작은 꽃묶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발음은 아마도 [꼬르사주]겠지만,
우리말로는, 표준말로는 '코르사주'가 맞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사람들이 프랑스어 발음을 더 익숙하게 알고 있다면 프랑스어 발음을 표준발음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어식 발음을 표준어로 봅니다.
그래서 Corsage의 표준말이 '코르사주'입니다.

그 뜻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장신구의 하나. 여성들의 옷깃, 가슴, 허리 등에 다는 꽃묶음을 이른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영어사전을 봐도
'여성이 가슴·어깨에 다는 작은 꽃장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남자들은 이 꽃을 달 수 없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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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9. 10.(목요일)

비록 두 개가 넘는 가지이지만 마치 한가지처럼 보이면
그게 바로 '마치 한가지'가 바뀐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의 모양이나 일의 형편이 서로 같음"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죠.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6:52분 MBC에서 '야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밤에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뜻하는 낱말은 '야식'이 아니라 '밤참'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미 다듬어져 올라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정말 그 기관과 제 일터와는 마치 한몸처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농업관련 기술을 제 일터에서 만들고, 그 기술을 실용화하는 기관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니 당연히 한 몸이죠. ^^*

'가지'라는 낱말을 아실 겁니다.
"나무나 풀의 원줄기에서 뻗어 나온 줄기"라는 뜻입니다.
가지에서 가락이라는 말이 생겨 손가락, 발가락이 나왔고,
그게 다시 바뀌어 머리카락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

어쨌든,
가지는 원줄기에서 나온 새로운 줄기입니다.
그게 하나면 '한가지'로 "형태, 설질, 동작 따위가 서로 같은 것"이라는 뜻이고,
그게 여러 개면 '여러 가지'로 뭔가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비록 두 개가 넘는 가지이지만 마치 한가지처럼 보이면
그게 바로 '마치 한가지'가 바뀐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의 모양이나 일의 형편이 서로 같음"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죠.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마치 한 가지와 같습니다.
형과 동생이라고도 볼 수 있고,
큰집과 작은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동생이 잘되는 것이 형이 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듯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잘되는 것이 농촌진흥청이 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활동을 잘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한가지'는 한 낱말로 "형태, 성질, 동작 따위가 서로 같은 것"이라는 뜻이고,
'한 가지'는 가지가 하나라는 뜻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싸 군과 국제전화]

국정홍보처에서 내는 코리아플러스에 제 이야기가 나왔네요.
http://kplus.korea.kr/koreaplus/jsp/koreaplus1_branch.jsp?_action=news_view&_property=peo_sec_3&_id=155192968

어젯밤에 늦게 들어가서 잠이 오지 않아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뒹굴다 보니
재밌는 광고가 하나 보이네요.
차범근 감독과 가수 싸이가 나와서 국제전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차범근 감독이 싸이 씨더러 '싸 군!'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 광고를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온도가 생각났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이 온도냐고요? ^^*

온도를 나타내는 단위에 섭씨가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보는 C로 나타내는 단위죠.
그 C는 Celsius에서 왔고, F는 Fahrenheit에서 왔다는 것은 물리 시간에 다 배우셨죠?

그 Celsius에서 섭씨라는 이름씨(명사)가 만들어졌는데,
그 단위를 처음 제안한 Celsius를 중국 사람들이 攝氏(섭씨)로 부른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단위인 화씨는
Fahrenheit를 華氏(화씨)라고 부르면서 붙은 이름입니다.
만약에 제가 그 온도 체계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온도를 '성씨'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미국 대통령 부시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어떤 정책을 만들면 아마도 '부씨정책'이라고 이름이 붙을 겁니다.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립니다.
오늘도 많이 웃고 살자고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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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비빔밥을 버무리다]

오늘은 어제 비빔밥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비빔밥은 거섶을 넣고 밥과 함께 잘 버무려야 합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다.'는 뜻의 낱말이 뭘까요?
버무리다? 버물리다? 버물다?

'버무리다'가 맞습니다.
봄나물을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다,
보리밥에 나물을 버무리다,
나물을 고춧가루와 버무렸다처럼 씁니다.

'버무르다'나 '버물다'는 틀립니다.
'버무리다'가 맞고 피동형은 '버물리다'입니다.
송송 썬 달래를 넣고 버물린... 처럼 씁니다.

버무리다에서 나온 '버무리'를 아세요?
여러 가지를 한데 섞어서 만든 음식으로 '콩 버무리'처럼 씁니다.
또,
버무리떡도 있습니다.
'쌀가루에 콩이나 팥 따위를 섞어 찐 시루떡'을 말합니다.

선물 못 받으셨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가끔, 제 용돈이 좀 모일 때마다 가끔 퀴즈를 내겠습니다.
이것도 저 나름의 우리말 사랑이고
여러분을 사랑하는 한 방법입니다. ^^*

여러분,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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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치 못한...]

조금 전에 칠칠치 못한 제가 컴퓨터 자판기에 커피를 엎질렀습니다.
평소에 워낙 덤벙대다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옆에서 한 술 더 뜨네요.
정희 씨가 말하길,
제가 술기운이 떨어져서 그런다나... 어쩐다나...
약기운 떨어져서 그런다고 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오늘은,
제가 숙맥, 바보, 천치, 등신, 맹추, 먹통이, 얼간이, 맹꽁이, 멍청이, 머저리, 칠뜨기, 득보기, 바사기, 째마리, 멍텅구리, 어리보기라는 것을 보여준 기념으로 우리말 편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칠칠맞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주로 '않다', '못하다' 따위와 함께 쓰여서,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를 때 씁니다.

사실 '칠칠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좋은 뜻의 낱말입니다.
"일 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다."는 뜻이죠.

따라서,
저처럼 덤벙대다 커피를 엎지르면
'칠칠맞게 커피를 엎지른다'고 하면 안 되고,
'칠칠치 못하게 커피나 엎지른다'고 해야 합니다.

칠칠하다가 좋은 뜻인데,
일 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고 비꼬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지 못하다고 나무라야 하니,
칠칠치 못하다고 나무라야 맞죠.

저는 칠칠하지 못해
가끔 커피나 엎지르는
칠칠치 못한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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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8. 24.(월요일)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잊다의 피동형이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나 정곡을 찌르는 그 말 한마디는 잊히지가 않는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잘 아시는 것처럼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여섯 달 전에 돌아가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오래된 일처럼 그때 일이 가물가물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잘 잊나 봅니다.
그분들의 큰 뜻을 잊지 않고 잘 따라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잊나 봅니다.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잊다의 피동형이 '잊히다'입니다.
오래전에 잊힌 일들을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다나 정곡을 찌르는 그 말 한마디는 잊히지가 않는다처럼 씁니다.

이를 잊혀지다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래전에 잊혀진 일들, 말 한마디는 잊혀지지가 않는다는 틀린 말입니다.
잊혀진 계절도 틀렸습니다.

비록 사람은 가셨지만 그분들의 큰 뜻은 잊히지 않을 겁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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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눕다]

안녕하세요.

고향에 잘 다녀오셨나요?
설마 고향에 가셔서 뒷방에만 드러눕다 오신 것은 아니시죠?

먼 길 다녀오셨으니,
아내 어깨도 주물러 주시고,
아이들은 부모님 안마도 좀 해 드리시길 빕니다.

흔히,
어딘가에 편하게 누운 것을 보고,
'들어눕다'고 하시는데, 이것은 틀린겁니다. '드러눕다'가 바릅니다.
'들어눕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먼길 운전하고 오셨지만
그래도 고향에 다녀오시면 기분이 좋죠?
'고향'은 그 낱말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이 기분이 죽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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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總)'은 '모두', 혹은 '상투틀다.' 라는 뜻이고,
'각(角)'은 '뿔'을 나타낸다.

옛날에 결혼하지 않은 남자, 즉 총각은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눠
양쪽에 뿔 모양으로 묶었다.
여기서 연유된 게 총각김치다.
손가락 굵기만 한 무를 무청째로 양념에 버무린 총각김치가
총각의 머리 모양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좋은생각 이천구년 칠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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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5. 19.(화요일)

횟집에서 회로 드시는 게 광어와 도다리입니다.
도다리는 순 우리말로 쓰면서 광어는 왜 넙치라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SBS 뉴스에서 '100여 만원'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100여만 원'이 맞습니다.

요즘은 버스 안에서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네요.
오늘 아침 7시 20분쯤 KBS2에서 '광어'이야기를 했습니다.
7:22에 '광어 못 잡으면 부인에게 쫓겨난다'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광어를 잡지 못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쫓겨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인터뷰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자막에는 '아내'로 바꿔서 쓰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기서 더 짚고 싶은 게 바로 '광어'입니다.
횟집에서 회로 드시는 게 광어와 도다리입니다.
도다리는 순 우리말로 쓰면서 광어는 왜 넙치라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오늘 아침에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처럼 '광어 축제'도 많다고 합니다.
이 '광어 축제'를 '넙치 잔치'라고 하면 안 될까요?
사전에 보면 광어는 넙치라고 나와 있고, 축제는 잔치라고 나와 있는데,
왜 '넙치 잔치'는 없고 '광어 축제'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편지에서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를 갈음하여 신문 기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백배 천배 좋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거기서 단위 명사인 '배'를 앞말과 띄어 써 '백 배 천 배'라고 하지 않은 까닭은
'백배'와 '천배'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수량이나 정도를 이르는 합성어로 한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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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5. 18.(월요일)

준말과 낱말이 줄어든 꼴은 다릅니다.
'아이'의 준말은 '애'이지만,
'이 아이'의 줄어든 꼴은 '얘'입니다.
두 낱말(이, 아이)이 한 낱말(얘)로 줄어든 것이죠.


안녕하세요.

어젯밤 SBS 8시 뉴스에서 '개최할 지 여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의존명사 '지'는 띄어 써야 바르지만, 여기서는 막연한 의문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므로 띄어 쓰면 안 됩니다.
'개최할지 여부'라고 써야 바릅니다.

같은 뉴스에서 잠시 뒤,
'450여명'이라는 자막과 '150여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므로 '450여 명', '150여 명'이라 쓰는 게 바릅니다.

오늘 아침 6:55, SBS에서 신문에 난 기사를 보여줬는데 연기자 김형자 씨가 '종자돈 180만 원으로'라는 게 보였습니다.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은 '종자돈'이 아니라 '종잣돈'입니다.
[종자똔] 또는 [종잗똔]이라 읽습니다. 신문이 틀렸습니다.

아침에 편지를 쓰면서 그날 아침에 본 것이나 그 앞날 본 것을 이렇게 쓰면 좀 어지러우신가요?
자막 틀린 것을 지적하는 창을 따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몇 분이 하셔서 여쭤보는 겁니다.
그래야 한다면 예전에 보낸 편지처럼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지난 금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아이'의 준말을 '얘'라고 잘못 썼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아시는 것처럼 '아이'의 준말은 '애'입니다.
이렇게 '준말'은 낱말 일부분이 줄어든 것입니다.
아이를 애라 하고,
'사이'를 '새'로 쓰고, '가지다'를 '갖다'로 쓰고, '이러하다'를 '이렇다'고 쓰는 게 준말입니다.

준말이 아닌, 줄지 않은 본디 음절의 말은 본말이나 본딧말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딧말이나 준말이나 모두 낱말이라는 겁니다.
'사이'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새'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며,
'이러하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이렇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죠?
앞으로 나오는 것은 좀 헷갈립니다. ^^*

준말과 낱말이 줄어든 꼴은 다릅니다.
'아이'의 준말은 '애'이지만,
'이 아이'의 줄어든 꼴은 '얘'입니다.
두 낱말(이, 아이)이 한 낱말(얘)로 줄어든 것이죠.
'저 아이'는 '쟤'가 되고, '그 아이'는 '걔'가 되는 꼴입니다.
따라서,
애가 울어요, 얘가 울어요, 걔가 울어요, 쟤가 울어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당연히 애, 얘, 걔, 쟤 모두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는 줄어든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니?'라고 하기도 하고, '뭘 보니?'라고도 하며,
'먹을 것을 챙기다'라고 하기도 하고, '먹을 걸 챙기다'라고도 하며,
'이 것이 좋다.'라고 하기도 하고, '이 게 좋다'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쓴 뭘, 걸, 게 또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좀 복잡했나요?
그냥 허허 웃고 넘겨주십시오. 그래야 이번주도 많이 웃으시면서 보낼 수 있잖아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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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버시]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항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사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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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6. 5.(금요일)

'어부인'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은 이름씨나 동작씨 앞에 '어'를 붙여 존경을 나타냅니다.
상대편 회사를 '御社'라고하고, 전화도 御電話라고 높여 부릅니다.
그래서 부인도 앞에 어를 붙여 남의 부인을 어부인(御夫人)이라고 높여 말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만난 어떤 분이 제게 "어부인 잘 계신가?"라고 묻더군요.
아직도 어부인이라는 말을 쓴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어부인'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은 이름씨나 동작씨 앞에 '어'를 붙여 존경을 나타냅니다.
상대편 회사를 '御社'라고하고, 전화도 御電話라고 높여 부릅니다.
그래서 부인도 앞에 어를 붙여 남의 부인을 어부인(御夫人)이라고 높여 말하는 겁니다.
이걸 우리가 그대로 가져가 쓸 까닭이 없죠.

또,
다 아시면서 실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남 앞에서 자기 아내를 소개할 때 '부인'이라고 쓰는 겁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므로
남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면 안 됩니다.
'아내'나 '처'라고 말해야 합니다.
만약, 자기 아내를 남에게 소개하면서 '내 부인'이라고 이야기 하면
나와 같이 있는 남의 아내를 이르는 꼴이 됩니다.
지금 나와 같이 있는 남의 아내라... 좀 거시기 하잖아요. ^^*

요즘은 '집사람'이라는 낱말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집사람'은 집에 있는 사람인데,
직장 생활하는 아내는 '집사람'이 아니잖아요. ^^*
'집사람'은 남존여비 사상이 들어있다고 해서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사전에는 올라 있습니다.

벌써 주말입니다.
이번 주는 제 부인, 아니, 제 아내와 함께 어디로 놀러 가면 좋을지 궁리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우리나라도 '어'를 쓰기는 씁니다.
임금과 관련된 것에 붙이죠.
임금의 명령은 어명(御命)[이고, 임금의 손은 어수(御手)이며, 임금의 나이도 어수(御壽)입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저는 개으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좋네요.

저는 가끔 반신욕을 합니다.
마땅히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반신욕을 했더니 참 좋더군요.
다만, 제가 좀 개을러 그게 힘들죠.
어제처럼 손목운동을 좀 많이 했을 때도 힘들고...

제 개으름을 떨치고자 오늘은 개으르다를 알아볼게요.

여기까지 보시고,
어 이 친구 오늘 또 실수했군. '개으르다'가 아니라 '게으르다'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죠? ^^*

지금 옆에 국어사전 있으면 '개으르다'는 찾아보세요. 그리고 바로 '게으르다'도 찾아보세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개으르다'는 그림씨로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고,
'게으르다'도 그림씨로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는
'개으르다'는 "얄밉게 게으르다"로 풀었고,
'게으르다'는 "할 일에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습니다.
뭐 다른 게 있나요?

제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습니다.
어떤 학자는 그 둘의 다른 점을 이렇게 보셨네요.
"'게으르다'는 보기 싫을 정도지만 '개으르다'는 그래도 봐 줄 만한 정도다."라고...

게으르다는 뜻의 한자말은,
나만하다 : 懶慢
나타하다 : 懶惰
나태하다 : 懶怠
소타하다 : 疎惰
타태하다 : 惰怠
태만하다 : 怠慢
태타하다 : 怠惰
태홀하다 : 怠忽
해완하다 : 懈緩
해타하다 : 懈惰
해태하다 : 懈怠
이 있습니다.

왠지 제 이야기 같아서...... ^^*

저는 지금도 헷갈립니다.
제가 게으른건지 개으른건지...^^*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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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9. 6. 4.(목요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난치병은 올라 있지만, 희귀병과 희소병은 올라 있지 않습니다.
제발 바라건데, 희귀병을 표제어로 올리지는 말아주십시오.
방송에서 언죽번죽 희귀병을 떠든다고 사전까지 그렇게 따라가서는 안 되잖아요.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33, MBC뉴스에서 '봄꽃 만개'라고 하면서 '야생화'이야기를 했습니다.
'봄꽃 만개'보다는 '봄꽃 활짝'이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좋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이왕이면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 좋습니다. ^^*

어제 낮 11:48에 97.3MHz에서 '피로회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회자와 출연자가 '피로를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저는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그놈의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실 건지...
피로는 없애버릴, 해소해야 할 대상 아닌가요?
그걸 살려서, 그걸 회복해서 어쩌겠다는 거죠?

오뚜기식품에서 오뚝이를 오뚜기라 쓰는 것은 회사이름으로 쓰는 고유명사니 그렇다 치고,
안성에서 맞춤을 안 쓰고 안성마춤을 쓰는 것도 상표권을 등록해서 그렇다고 칠 수 있습니다.
동아제약에서 박카스를 알리면서 예전부터 쓰던 '피로회복'을 쓰는 것도 개인 회사이니 봐 줄 수 있다 칩시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해도, 공영방송에서 '피로회복'이라고 떠드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피로해소, 원기회복이라 써야 하지 않을까요?

내친김에 자주 말씀드리는 '희귀병'도 한 번 더 짚고 갈게요.
아시는 것처럼 '희귀'는 드물 희(稀)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써서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쓰는 낱말인 '희귀'를 써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이라는 낱말이 돼버립니다.
아무리 세상에 별로 없고 귀하기로서니 그 병이 귀하기까지 하겠어요?
세상물정 모르는 애들에게 걸린 그 병이 그렇게 귀해요?
그렇게 귀하면 '희귀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면 되겠네요. 애먼 애들 괴롭히지 말고...

혹시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연구목적으로 세상에 별로 없는 어떤 병을 찾는다면 그건 희귀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치료약도 없고 치료방법도 모르는 병에 걸린 사람에게 희귀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건 그 병에 걸린 사람과 그 식구를 욕하는 겁니다.
말뜻을 몰라 실수로 아픈 사람을 우롱하고 조롱하며 비꼰 게 아니라
말 한마디 잘못 써서 그 사람들 가슴에 평생 대못을 박는 겁니다.

굳이 그런 낱말을 만들고 싶으면 '희소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희소'는
드물 희(稀) 자에 적을 소(少) 자를 써서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이므로 '희소병'은 말이 되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난치병은 올라 있지만, 희귀병과 희소병은 올라 있지 않습니다.
제발 바라건데, 희귀병을 표제어로 올리지는 말아주십시오.
방송에서 언죽번죽 희귀병을 떠든다고 사전까지 그렇게 따라가서는 안 되잖아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손대기]

안녕하세요.

어젯밤 KBS비타민에서 '피로 회복'이라고 했습니다.
'원기'라면 몰라도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피로 해소'나 '원기 회복'이 맞을 것 같은데...

저는 제 딸을 참 좋아합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죠?
누가 뭐래도 저는 못생긴 제 딸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며칠 전이 다섯 살 되는 생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손대기 노릇도 합니다.
그래서 어제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에 데리고 갔습니다.
아빠가 하는 일도 보고, 우리말 사랑이 뭔지도 직접 느껴보고,
또, 손대기로 저를 좀 도와주기도 하고...^^*

우리말에 '손대기'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름씨(명사)로 "잔심부름을 할 만한 아이"라는 뜻입니다.

제 딸내미는 제법 말귀를 알아들으니
어제 서명받을 때 손대기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런 제 딸 지안이가 저는 참 좋습니다.
사랑한다 지안아!
그리고 이 아빠를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지안아! ^_____^*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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