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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땅보탬

우리말사랑 / 2008. 12. 17. 13:3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17.(수요일)

우리말에 '땅보탬'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힘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죽음마저도 자연과 하나 되는 것으로 보는 우리 조상의 생각이 담긴 멋진 말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가 돌아온 게 또 있네요.
中浙江省市端...
Little Texas In. Apt 000 Austin

둘 다 국제우편이네요.
이렇게 우편물이 돌아오면 돈 낭비이기도 하지만 저도 힘이 빠집니다.
국내우편도 가끔 되돌아옵니다.
이왕이면 주소를 정확히 써 주시고,
우편번호까지 써 주시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주소 쓰는 연습을 해 보시라고 내일 아침에 문제를 내겠습니다. ^^*


지난 주말에 어머니가 올라오셨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누나 집에서 하루, 저희 집에서 딱 이틀 주무시고 어제 아침에 해남으로 가셨습니다.
손자 재롱 보시면서 좀더 계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십니다.
제가 불편하게 해 드린 것 같지도 않은데, 그저 가시겠답니다.

"내가 땅보탬하기 전에는 내 힘으로 고향을 지키겠다"라는 게 어머니 뜻입니다.
뭐라 말릴 수 없네요.
그저 제가 자주 찾아뵙는 거 밖에는...

우리말에 '땅보탬'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힘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죽음마저도 자연과 하나 되는 것으로 보는 우리 조상의 생각이 담긴 멋진 말 같습니다.

꼭 땅에 직접 묻는 것만 땅보탬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화장하는 것도 넓은 뜻으로 보면 땡보탬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 또한 땅보탬이죠.

저도 땅보탬하기 전에 열심히 살고, 열심히 나누고, 열심히 사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스위스 넘어 16강으로...]

내일 새벽이죠?
우리가 열심히 응원해서,
스위스를 넘어 16강으로 가야죠?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위스를 꺾고 16강에 안착하길 빌며,
오늘도 월드컵 기념 우리말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스위스를 넘어 16강으로...'할 때,
'넘어'가 맞을까요, '너머'가 맞을까요?

'너머'와 '넘어'는 발음이 같고 뜻도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데요.
간단히 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넘어'는 '넘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입니다.
일정한 수치에서 벗어나 지나다, 높은 부분의 위를 지나가다,
경계를 건너 지나다, 일정한 기준, 정도 따위를 벗어나 지나다는 뜻이 있죠.
적군은 천 명이 훨씬 넘었다, 산을 넘다, 그의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너머'는,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뜻하는 명사로,
공간적인 위치를 나타냅니다.
고개 너머, 산 너머처럼 쓰이죠.

정리하면,
'넘어'는 '넘다'라는 동사의 '-아/어'형 어미가 연결된 것으로 품사는 동사이고,
'너머'는 명사로 공간적인 위치를 나타냅니다.

우리는 스위스를 넘어 16강으로 갑니다.

대~한민국

우리말123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시는 분입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여기저기 누리집에 맘껏 올리셔도 됩니다.
더 좋게 깁고 보태서 쓰셔도 되고, 여러분이 쓰신 글이라며 다른데 돌리셔도 됩니다.
맘껏 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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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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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16.(화요일)

부룩은
"작물을 심은 밭의 빈틈에 다른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듬성듬성 더 심는 일"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보리밭 두둑 사이에 팥이나 콩 같은 잡곡을 심는 것도 부룩이며,
콩밭 가장자리에 옥수수를 심어놓은 것도 부룩입니다.


"엄마, 집에 고추만 심고 콩은 심지 않았잖아요. 콩 어디서 났어요?"
"응, 그거 부룩박은거다."
"예? 부룩이요?"
그제 오후에 어머니와 누나가 나눈 이야기입니다.

실은 지난 토요일 오후에 어머니가 고향에서 올라오셨습니다.
매형 생신이라고 낙지 좀 사고, 콩떡을 좀 해 오셨습니다.
그 콩떡이 워낙 맛있어서 떡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부룩'이 뭔지 아세요?
부룩은
"작물을 심은 밭의 빈틈에 다른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듬성듬성 더 심는 일"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보리밭 두둑 사이에 팥이나 콩 같은 잡곡을 심는 것도 부룩이며,
콩밭 가장자리에 옥수수를 심어놓은 것도 부룩입니다.
땅이 부족한 시절에 손바닥만 한 빈 땅이라도 놀리지 않으려는 농민의 알뜰한 마음을 담은 낱말입니다.

이 '부룩'을 '사이짓기'나 '대우'라고도 합니다.

사이짓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한 농작물을 심은 이랑 사이에 다른 농작물을 심어 가꾸는 일
2. 어떤 농작물을 수확하고 다음 작물을 씨 뿌리기 전에 채소 따위를 심어 가꾸는 일
입니다.

농사 이야기 좀더 해 볼까요? ^^*

작물을 심어 기르고 거둔 자리나 그루터기를 '그루'라고 합니다.
한 그루, 두 그루처럼 식물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고,
한 해에 같은 땅에 농사짓는 횟수를 세는 단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그루'라고 하면,
"한 해에 그 땅에서 농사를 한 번 짓는 일"을 뜻합니다.

그럼
같은 땅에서 1년에 종류가 다른 농작물을 두 번 심어 거두는 것이나,
그렇게 농사짓는 방식을 뜻하는 '이모작'은 '두그루'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그루갈이'라고 합니다.
원래 그루갈이는 그루터기를 뒤엎고자 땅을 가는 것을 말하는데 그루터기를 갈아엎어야 다음 곡식을 심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편지가 좀 길어지는데요. 한 김에 좀더 나갈게요.
홑그루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땅에 한 가지 작물만 심는 것을 뜻합니다.

'흰그루'라는 낱말도 있고 '검은그루'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흰그루는
"지난겨울에 곡식을 심었던 땅."을 뜻하고,
'검은그루'는
"지난겨울에 아무 곡식도 심지 않았던 땅"을 뜻합니다.

흔히,
과일나무에 한해는 과일이 많이 열리고 다음해에는 많이 열리지 않을 때 '해거리'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그루를 탄다'라고 해도 됩니다.

오늘은 편지가 좀 길었죠?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트로트/트롯]

점심 잘 드셨죠?
오늘은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내야,
오후를 맘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BS는 세계에 딱 세 개밖에 없는 공영방송 중 하나입니다.
그런 KBS가 자꾸 실수를 하네요.

오늘 아침 8시 직전에
'8시 뉴스타임' 주요 뉴스를 내보냈는데,
그 자막 중,
'트롯 남매 월드컵 응원'이라는 게 보이더군요.

'트롯'이 아니라 '트로트'입니다.

KBS 사람들이 모두 '트롯'과 '트로트'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꼼꼼하지 못한 거죠.
좀 심하게 말하면 시청자를 만만하게 본 것이고...

외래어 아시죠?
외국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글이나 말처럼 쓰이는 걸 외래어라고 합니다.
문법적으로는 이것도 우리말에 속합니다.
당연히 맞춤법 규정을 따라서 표기해야 합니다.
그 규정이 외래어표기법입니다.

이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manual은 '매뉴얼'이고,
highlight는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외래어표기법에 두 가지로 읽는 낱말이 몇 개 있습니다.
cut, type, trot이 그런 낱말인데요.

오늘 KBS가 실수한,
trot도 '트롯'과 '트로트' 두 가지로 씁니다.
영어 trot은 동사로,
속보로 달리다, 명사로 속보...등의 뜻이 있습니다.
말이 경쾌하게 달리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 뜻이 변해서 가요 트로트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제 생각에...
어쨌든 지금은,
trot를 '트롯'이라고 쓰면 승마용어로 말이 총총걸음을 걷는 것을 뜻하고,
'트로트'라고 쓰면, 대중가요의 한 종류가 됩니다.
당연히 국어사전에 '트롯'과 '트로트'가 올라있습니다.

'트롯 남매 월드컵 응원'이 아니라,
'트로트 남매 월드컵 응원'이 맞습니다.

KBS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 감히 방송국을 씹는다고 뒤대기 전에,
시청자의 눈이 매섭다는 것을 알고,
자막을 좀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보냈으니,
오늘 오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트로트는 일본어 연가(演歌, えん-か[엥까])에서 온 말입니다.
옛 일본에서 자유·민권 운동가들이 그 주의·주장을 노래로 만들어 거리에서 부르던 노래가 변해서 연가가 되었고,
그 곡조가 변해 요즘 트로트의 음계로 쓴다고 하네요.
'트로트'보다는 '성인가요‘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2. 씹다 : (속되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의도적으로 꼬집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다.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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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여기저기 누리집에 맘껏 올리셔도 됩니다.
더 좋게 깁고 보태서 쓰셔도 되고, 여러분이 쓰신 글이라며 다른데 돌리셔도 됩니다.
맘껏 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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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15.(월요일)

흔히들,
지적이고 정신적인 대상에 '계발'을 쓰고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에 '개발'을 쓴다고 가르시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 일요일 아침에 잠깐 텔레비전을 봤습니다.
왜 제 눈에는 꼭 틀리는 것만 보이는지...

8:26, MBC에서
'같은 춤도 저렇게 틀릴 수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왜 저리도 가르지 못하나 싶습니다.
다행히 8:45에는
'예스러움이 묻어나는'이라고 했습니다.
'옛스러움'이라고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텔레비전만 이런 실수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토요일에 오랜만에 제 이야기를 보내드렸는데,
거기에 또 실수가 있었네요.
'베개'를 '베게'로 썼습니다.
"잠을 자거나 누울 때에 머리를 괴는 물건"은 '베개'입니다.

'개'는
거의 모든 움직씨(동사)에 붙어 그러한 사람, 사물, 연장이라는 뜻을 더합니다.
오줌싸개, 코흘리개, 병따개, 덮개, 지우개, 날개 따위가 그렇습니다.
'게'는
움직씨(동사) 지다, 집다 따위에만 붙어 이름씨(명사)를 만듭니다.

중세국어에서는 '개'나 '게'를 붙여 이름씨(명사)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거의 '개'만 쓰고 있습니다.

학자들 말씀으로는 예전에는 베게/베개, 집게/집개가 같이 쓰였으나,
요즘은 베개, 집게가 더 자주 쓰여 표준말로 굳어진 거라고 합니다.
어쨌든
"잠을 자거나 누울 때에 머리를 괴는 물건"은 '베게'가 아니라 '베개'입니다.


'개발서적'에서 '개발'과 '계발'의 다른 점에 말씀이 많으시네요.
먼저 사전을 보면,
계발(啓發)은
지능이나 정신을 깨우쳐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개발(開發)도
(지식, 기술, 능력 등을)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말이 그 말 같죠?

흔히들,
지적이고 정신적인 대상에 '계발'을 쓰고
물질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에 '개발'을 쓴다고 가르시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가릅니다.
'계발'은
'계몽'을 떠올려
"잠재된, 숨어 있던 것을 찾아내 드러나게 해서 일깨워준다"고 이해하고,
'개발'은
'개척'을 떠올려
"이미 존재하는 상태를 새로운 더 나은 방향으로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이렇게 가릅니다.
'개발'과 '계발' 모두 어떤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공통된 뜻이 있지만,
무엇을 '계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무엇은 잠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개발'에는 이러한 전재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발'은 단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뜻이지만
'계발'은 잠재되어 있는 속성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뜻이 있다고 풉니다.
곧,
'능력 계발'은 잠재된 능력을 발전시킨다는 뜻이고,
'능력 개발'은 잠재된 능력은 없지만 실력을 키워 발달하게 한다는 뜻이 되는 거죠.

토요일에 저는 '개발'을 썼습니다.
잠재된 깜냥은 없지만 실력을 키워 발달하게 하고 싶어서...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16강을 넘보다 >> 16강을 노리다]

이제 우리 선수들이 16강을 넘겨다봐도 되겠죠?
우리 선수들이 별 탈 없이 16강에 안착하길 빌며 오늘 편지를 씁니다.

흔히,
'우승을 넘보다'는 말을 쓰는데요.
여기에 쓴 '넘보다'는 잘못된 겁니다.

'넘보다'는,
"남의 능력 따위를 업신여겨 얕보다"는 뜻으로 깔보고 얕보다는 뜻의 낱말입니다.
내가 직급이 낮다고 그렇게 넘보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무엇을 이루려고 모든 마음을 쏟아서 눈여겨보다."는 뜻의 낱말은,
'넘보다'가 아니라,
'노리다'입니다.

어떤 책에는,
'넘보다'가 아니라 '넘겨다보다'가 맞다고 하는데,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은,
'넘보다', '넘겨다보다', '넘어다보다'를 같은 낱말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16강을 넘보는 게 아니라,
16강을 노리고 있는 겁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어서 꼭 16강에 가길 빕니다.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시는 분입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여기저기 누리집에 맘껏 올리셔도 됩니다.
더 좋게 깁고 보태서 쓰셔도 되고, 여러분이 쓰신 글이라며 다른데 돌리셔도 됩니다.
맘껏 쓰세요. ^^*

아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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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누리집이 더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여기에 주소를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국 국어 운동 대학생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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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9.(화요일)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잔불'아래에
잔-불(殘-)을 살며시 넣어놓고
타고 남은 불과 꺼져 가는 불이라는 풀이를 달아 놨습니다.
제 기억에 2006년 이후에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잔불'이 틀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잔불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이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났었죠?
그 불이 꺼진 뒤 '잔불'정리하는 중이라는 뉴스가 자주 들렸습니다.

여러분, 잔불을 타다남은 불쯤으로 알고 계시죠?

'잔불'은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화력이 약한 총알을 뜻합니다.
반대로 '된불'은
바로 급소를 맞히는 총알이라는 뜻입니다.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은 '뒷불'입니다.
일단 진화는 되었지만 뒷불을 조심해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뒷불이라는 멋진 우리말이 있고,
잔불은 활활 타는 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 쓰는 우리네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사전을 뒤져보십시오.
'잔불'에 뭐라고 풀이가 되어 있고, '뒷불'을 뭐라고 풀어놨는지...
이게 맞습니다.
이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잔불'아래에
잔-불(殘-)을 살며시 넣어놓고
타고 남은 불과 꺼져 가는 불이라는 풀이를 달아 놨습니다.
제 기억에 2006년 이후에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사전은 말글살이의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겠죠.
그런 훌륭한 사전에서 '뒷불'이라는 좋을 말을 널리 퍼트리지는 못할망정
없던 잔-불(殘-)을 사전에 올려 그 낱말을 쓰라고 하는 건가요?

그래놓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걸 보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우리말을 살려서 쓰려고 힘써야지 굳이 한자말을 살릴 까닭은 없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넓이/너비]

오늘도 우리 선수를 응원하며,
월드컵 특집 우리말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월드컵 축구장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의 크기는,
길이 105m, 폭 68m입니다.

이걸 보고,
'넓이'와 '너비'를 구별해 볼게요.

'넓이'는,
'일정한 평면에 걸쳐 있는 공간이나 범위의 크기'로,
축구장의 넓이는 105*68=7,140m2
입니다.

'너비'는,
'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로,
축구장의 너비는 68m입니다.(보기에 따라 105m가 될 수도 있죠.)

좀 쉽게 보면,
'넓이'는 어디에 둘러싸인 평면의 크기를 말하고(2차원),
'너비'는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1차원)를 말합니다.

오늘도 무척 더울 거라고 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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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강추위

우리말사랑 / 2008. 12. 7. 06:20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4.(목요일)

중요한 것은 '강추위'의 뜻입니다.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씨죠.


안녕하세요.

오늘 무척 춥다고 합니다. 옷 잘 입고 오셨죠?
이런 추위를 '강추위'라고 합니다.

오늘은 강추위를 좀 볼게요.

앞가지(접두사) 강은 날씨와 같이 쓰면 '호된, 심한'의 뜻입니다. 강추위, 강더위 따위죠.
'강'은
강울음, 강호령처럼 '억지스러운'의 뜻을 더하기도 하고,
다른 것이 섞이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쓰여 강조밥, 강된장, 강굴, 강풀처럼도 씁니다.
'강'이 마르고 물기가 없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강기침,  강서리, 강모처럼 씁니다.

중요한 것은 '강추위'의 뜻입니다.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씨죠.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198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순 우리말 '강추위' 아래 '강추위(强--)'를 넣고
그 뜻을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라고 풀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것을 '사전'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강추위에는 눈이 오는 겁니까 안 오는 겁니까?

여러분, 이 문제 한번 풀어보실래요?
문제 : 아래 문장에서 바른 것은?
 1. 강추위에는 눈이 내린다.
 2. 강추위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어떤 게 맞죠?

많은 분이 우리말이 어렵다고 합니다. 헷갈린다고 합니다.
그게 다 까닭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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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2. 2.(화요일)

사실 냄비는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노구솥 과(鍋) 자를 일본에서 なべ라 쓰고 [나베]라 읽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남비'로 바뀌어 표준말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남비'를 버리고 '냄비'를 표준말로 삼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때아닌 황사가 왔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아침 뉴스에서 보니 최경주 선수는 무슨 골프대회에서 우승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상금의 20%를 기부했다네요.
참 좋은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제부터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되었죠?
올해는 구세군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100년 되는 해이며,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한 지는 80년이라고 하네요.
1928년 구세군 냄비는 나무 막대기로 만든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단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80년이 흐른 지금은 디지털 자선냄비까지 등장했습니다.
구세군 냄비에 교통카드를 대면 천 원씩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요즘 다들 힘든 불경기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이 추위도 쉽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냄비는 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노구솥 과(鍋) 자를 일본에서 なべ라 쓰고 [나베]라 읽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남비'로 바뀌어 표준말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맞춤법 규정이 바뀌면서 '남비'를 버리고 '냄비'를 표준말로 삼았습니다.
남비가 냄비로 된 것은 이모음역행동화인데요.
그런 보기를 보면
지팽이 -> 지팡이
정갱이 -> 정강이
곰팽이 -> 곰팡이
오래비 -> 오라비
아지랭이 -> 아지랑이
호랭이 -> 호랑이
에미 -> 어미
멕이다 -> 먹이다
쥑이다 -> 죽이다
괴기 -> 고기
따위입니다.
남비가 이모음역행동화로 냄비가 되었고 이 낱말이 표준말이지만,
지팽이, 정갱이 따위는 표준말이 아닙니다.
지팡이, 정강이 같은 게 맞습니다.

남과 나누자는 것을 남들에게 말할 게 아니라,
저부터 이번 주말에 애들 손잡고 빨간 자선냄비에 작은 마음을 나누겠습니다.

모두 어렵고 힘들지만
자선냄비 모금액수는 불경기를 타지 않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갈피표가 되돌아온 게 있네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 701동   안 아무개 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계룡리슈빌 102동 백 아무개 님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께끼다]

어젯밤에 축구 보셨어요?
참으로 멋진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역시 히딩크 감독입니다.

덕분에, 아니 그 핑계로 어제 오랜만에 노래방에까지 갔습니다.
저는 노래방에 가면,
엽전 열닷 냥, 고향무정, 흙에 살리라...뭐 이런 노래만 부릅니다.
제가 아는 노래가 그거밖에 없어서...
노래 부르는 저야 신이 나서 부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좀 짜증 나겠죠.

급기야 어제는,
친구가 '어머나'를 선택해 놓고 저더러 무조건 그 노래를 하라더군요.
괜히 남들 기분 망치지 말고 이 노래하라면서...

'알았어, 그럼 이 노래를 부를 테니까 좀 께껴줘, 알았지?'
'뭐라고?'
'내가 잘 모르면 좀 거들어주라고...'

'께끼다'는 말 아세요?
국어사전에 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옵니다.
1. 방아질이나 절구질을 할 때, 확의 가장자리로 올라오는 낟알 따위를 안으로 밀어 넣다.
2. 노래나 말 따위를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하다.
3. 모르는 것을 옆에서 거들어 대어 주다.

제가 노래방에서,
'좀 께껴줘'라고 말한 것은,
'내가 이 노래를 잘 모르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라'는 뜻입니다.

'남이 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돕다'는 뜻의 '거들다'도 좋은 우리말이지만,
'께끼다'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우리말입니다.
가끔 써보세요.

참, 어제 부른 '어머나' 점수가 98점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디 가서 축구경기를 봐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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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갈칫국

우리말사랑 / 2008. 11. 27. 09:45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1. 27.(목요일)

좀 어렵나요?
뚱겨드리자면,
"군더더기가 없는, 실지의 알맹이가 되는 내용" 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알짜 이익"은 '실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의 뼈를 싸서 몸을 이루는 부드러운 부분을 살이라고 하는데
돼지라면 이 살이 많이 붙어 있으면 좋겠죠? ^^*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53, SBS에서 '갈칫국'을 '갈치국'이라 쓴 자막이 나왔습니다.
8:07, KBS 라디오 뉴스에서는 "검찰이 국세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았다."라고 했습니다.
접수받은 게 아니라 접수한 겁니다. 접수에 이미 받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비가 오네요. 이것도 가을비 인가요? ^^*

오늘 문제를 내기로 했죠?

어제 제가 중국에서 받은 선물은
무역을 하시는 송현희 님이 보내주신 허리 복대입니다.
고맙게 잘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송현희 님의 사업이 잘되길 비는 뜻으로 오늘 문제를 내겠습니다.

장사를 하면 남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남는 돈을 '이윤'이라고 합니다. '이문'도 비슷한 뜻입니다.
영어로는 마진(margin)이겠죠.
'마진'은 '중간 이윤'으로 다듬으라며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이런 이윤, 이문, 마진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을 맞히시는 게 오늘 문제입니다.
두 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실제의 이익을 뜻하며,
겉으로는 허술해 보이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하여 이문을 많이 남기는 기업이나 장사를 '??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어렵나요?
뚱겨드리자면,
"군더더기가 없는, 실지의 알맹이가 되는 내용" 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알짜 이익"은 '실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의 뼈를 싸서 몸을 이루는 부드러운 부분을 살이라고 하는데
돼지라면 이 살이 많이 붙어 있으면 좋겠죠? ^^*

문제의 정답을 보내주신 분 가운데서 70분을 골라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오늘 문제는
선물을 보내주신 송현희 님의 사업이 잘되길 비는 뜻으로 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오늘은 '의견쓰기'를 없앴습니다. '답장'으로 답을 보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건데기 =>> 건더기]

어제는 전투가 좀 치열했습니다.
오늘, 아침밥을 먹으면서,
밥 몇 술과 국물만 끼적끼적 억지로 먹었더니,
이를 본 딸내미가 저에게 한마디 하네요.

'아빠, 국물만 먹지 말고 건데기도 먹어야 키가 쑥쑥 크지!'
평소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때를 잘 맞춰 저에게 써먹네요.

속은 쓰리지만 어찌나 귀여운지...
그 김에 한 수 가르쳐줬죠.

'아빠에게는 먹는다고 안 하고 드신다고 해야 하고,
이건 '건데기'가 아니라 '건더기'고,
어른에게는 크가 쑥쑥 큰다고 하지 않고 건강하시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자 다시 해봐!'

세상 밖에 나와 31개월 동안 열심히 살아온 딸내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더군요.

'아빠, 국물만 드시지 말고 건더기도 드셔야......
.
.
.
.
.
.
.
.
.
.
.
.
.
.
술이 빨리 깨지!!!! '

허걱!,
저 술 다 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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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1. 25.(화요일)

5시 40분, 사회자와 출연자가 '늙은호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이런 멋진 낱말을 두고 '늙은호박'이라뇨...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겉으로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실제로 일을 딱 부러지게 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제로 똑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이르는 낱말은 없나요? ^^*
라고 했는데요.

농촌진흥청 식당 영양사 선생님이 그 답을 알려주시네요.
'맹물'이라고...^^*

근데, 이 말이 진짜 맞습니다.
사전에서 맹물을 뒤져보면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습니다.
이명숙 선생님! 저 맹물 맞습니다. ^^*

어젯밤 1시 25분에 KBS 텔레비전에서 '뱃속에 든 쌍둥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창자가 들어 있는 배의 속은 '배 속'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어제 오후에 서울 출장 갔다 되돌아오는 길에 MBC라디오를 들었는데,
엉터리 말이 좀 들리네요.

5시 40분, 사회자와 출연자가 '늙은호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은 '청둥호박'입니다.
이런 멋진 낱말을 두고 '늙은호박'이라뇨...

배추 담그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청취자와 연결했는데,
한 청취자가 "다마가 작은 귤"이라고 했습니다.(5시 44분)
그러면 사회자가 바로 "아, 알이 작은(또는 크기가 작은) 귤이요?"라고 받아줬어야 합니다.
다마라뇨..

곧이어, 다른 청취자는 '엑기스'라고도 했습니다.
그럼 바로 '진액'이라고 바로잡아 줬어야 합니다.

누군가 '저희나라는 어쩌고 저쩌고'하면
그 말을 받아서 '우리나라는 어쩌고 저쩌고한다는 말이죠?'라고 청취자 기분 상하지 않게 바로잡아주는 게 사회자의 할 일이라고 봅니다.

아침부터 옆에서 건드는 인간들이 많네요.
오늘도 만만찮은 전투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분향소/빈소]

어떤 분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십니다.
하루에 두 번씩 우리말편지를 보내면 읽는 사람이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그러나 저는 꼭 보내고 싶은 내용을 보내지 않으면,
밤에 잠이 안 오고,
낮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어젯밤에 상상플러스 내용을 보내지 않았으면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오늘 하루가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싫으시면 '수신거부'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오늘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셨던 고 이종욱 님의 장례가 있는 날입니다.
평생을 빈곤국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세계보건기구에 몸을 바친 고 이종욱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세계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애도에 동참하면서,
'빈소'와 '분향소'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으로,
사람이 죽으면 빈소는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고 이종욱 님의 빈소는 아마도 제네바에 있을 겁니다.

'분향소'는,
'영정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면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곳'으로,
여기저기에 많이 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 이종욱 님의 분향소가 UN 본부에도 있고, 서울대학교에도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어제, 5월 23일 자 경향신문 1면에 '이종욱 WHO 사무총장 순직'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는데,
맨 끝 문장이,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구내 함춘회관 1층 사랑방에 마련됐다.'이네요.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가 '빈소'와 '분향소'를 착각했나 봅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연합뉴스도 그런 착각을 했네요.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_new?0420060522101002001 20060522 2001

서울대 의대에 있는 것은,
고 이종욱 님의 시신이 있는 '빈소'가 아니라,
명복을 비는 '분향소'입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애도(哀悼) :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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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1. 26.(수요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가진 티 안 내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얼굴과 마음이 모두 아름답지만 남 앞에서 너무 뽐내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저녁에 일터 동료와 소주를 한잔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저는 복이 참 많습니다. 제 동료는 다들 겸손하고 착하거든요.
흙과 함께 사니 다들 이렇게 마음씨가 곱고 바르나 봅니다.

오늘은 겸손 이야기를 해 볼게요.
우리 선조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양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잘난척하고 으스대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였죠.

우리말에 '어리눅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일부러 어리석은 체하다."는 뜻입니다.
실은 잘났으면서도 짐짓 못난 체하는 것이죠.
제 동료가 다 그렇습니다.
살아 있는 풀과 나무를 다루고, 말 못하는 숨탄것과 같이 살다 보면 다 그렇게 되나 봅니다.
(숨탄것 :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가진 티 안 내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얼굴과 마음이 모두 아름답지만 남 앞에서 너무 뽐내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기가 잘났다고 으스대는 것은 어리석다고 봅니다.
사람은 때에 따라 어리눅게 움직이거나 말할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러면 진짜로 어리석은 사람 취급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


어제 중국에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무역을 하고 계시는 분인데,
허리 보호대 100개를 보내셨네요.
이웃 어르신께 드리거나 우리말 편지에서 선물을 드릴 때 쓰라면서요.

그 선물을 나눠드리고자 내일 문제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한창/한참]

며칠 전에 모내기가 한창이라면서 벼농사 이야기를 보내드렸는데요.
오늘은 그때 쓴, '한창'과 '한참'을 구별해 볼게요.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말합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요즘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처럼 씁니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합니다.
'한참 뒤, 한참 동안 기다리다,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한창'과 '한참'은 발음은 비슷해도 뜻은 전혀 다릅니다.

잘 구별해서 쓰셔야 합니다.

요즘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참이다'고 하면 안 되고, 모내기가 '한창이다'고 해야 합니다.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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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

우리말사랑 / 2008. 11. 24. 05:20
민속 신앙에서 '손'이란 날 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코지하는 귀신을 말하는데, '손님'을 줄여 '손'이라고 한다.

따라서 손 있는 날이란 손실, 손해를 본다는 날로 해로운 귀신이 움직이는 날이다.
반대로 귀신이 움직이지 않는 날을 '손 없는 날' 이라고 해서 각종 택일을 한다.

음력 9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은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날이 '손 없는 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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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08. 11. 20.(목요일)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사전에서 정종을 뒤져보면,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 일본 상품명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청주'는 "다 익은 술에 용수를 박고 떠낸 술"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 답은 '보람'입니다.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고자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도 보람이고,
제가 여러분에게 선물을 보내드리면서 우리말을 알리는 것도 제 '보람'입니다. ^^*

아침 뉴스에서 서울에 눈이 내린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봤는데, 기다리는 눈이 안 보이네요.
여러분은 첫눈 보셨어요?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이면 따뜻한 청주 한잔이 생각납니다.
청주가 뭔지 아시죠? 오늘은 청주와 정종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오랜만에 술 이야기로...^^*

정종을 아실 겁니다.
흔히 일본식 소주라고 하죠.
이 정종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 청주의 상표이름입니다.
더 나가면
일본 전국시대 때 사람인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라는 사람 이름에서 온 거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악명높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고, 그 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으며, 그 꼬봉이 다테 마사무네 정도 됩니다.
('꼬봉'은 こぶん[고붕]이라는 일본말입니다. 부하, 졸개라는 뜻입니다.)
그 다테 마사무네 가문에서 자랑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예리한 칼이고, 다른 하나는 쌀과 국화로 빚은 청주라고 합니다.

다테 마사무네 가문에서 빚은 술의 술 맛이 너무나 좋아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국정종(菊正宗)이라고 했다네요.
우리가 아는 정종은 이 마사무네(正宗, まさむね[마사무네])를 우리 소리로 읽은 것이고,
이는 일본에 있는 수많은 청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사전에서 정종을 뒤져보면,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 일본 상품명이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청주'는 "다 익은 술에 용수를 박고 떠낸 술"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추운 날 몸 녹이는 데는 '정종'보다 '청주'가 훨씬 낫겠죠?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닭 벼슬 >> 닭 볏]

주말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오늘 일이 좀 있어서 출근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말편지 하나 보내고 일을 시작하면 일이 잘될 것 같습니다.

어제는 가족과 함께 찜질방에 가서 온종일 놀았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는데,
첫 마디부터 귀에 걸리네요.

KBS2에서 하는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길게 우는 닭을 소개하면서,
그 닭은 걷는 것도 우아하고, '벼슬'도 품위가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벼슬'이 뭐죠?
'벼슬'은 '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입니다.

'닭이나 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은,
'벼슬'이 아니라 '볏'입니다.

내용이 좋아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고,
성우 목소리도 좋아 편하게 보는 프로그램인데......

내용도 좋고, 맞춤법도 잘 맞는 방송을 기대하는 제 꿈이 너무 큰가요?

이제 일이나 시작하렵니다.
빨리 마치고 들어가서 딸내미와 함께 놀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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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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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편지'는 나라말 카페에서 [우리말, 0000]과 같은 제목으로 게시되며 모든 내용은 농촌징흥청의 성제훈 님이 보내주시는 전자우편에 닮겨있는 글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모든 권리와 저작권은 성제훈님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성제훈님이 원하시면 게시판에 글을 옮기는 것을 중단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말 편지는 제가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는 것으로 제가 일하는 곳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는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성제훈이고 누리편지는 urimal123@naver.com입니다.
우리말 편지는 오즈메일러에서 공짜로 보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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