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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가(北遷歌)

 

                                   김진형(金鎭衡)

 

 

 

<북천가>는 김진형이 1853년 6월에 명천(明川)으로 귀양가서 그 행 10월에 풀려 나오기까지 기간 동안에 느낀 심정과 체험한 생활, 경험, 견문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을 떠나 유배지로 갔다가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 체험의 특이성으로서, 또 당시 조선 사회의 정치적 현실의 반영과 그의 뛰어난 시적 형상 등으로 인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연대: 53세 유배시(철종 4년 7월)

내용: 철종 때 김진형이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갔다가 거기서의 생활을 노래한 장편가사이다. 작자가 유배

           된 내력과 배소에 있는 기생들과의 풍류, 기생 군산월과의 연정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특징: <만언사>와 대조적 생활 

 

 

 

이 작품에서 작자는 당시의 부패한 정계의 현실과 양반 사대부들의 호화방탕한 생활과 사대부들의 도덕적 위선 등을 잘 반영하여 노래하고 있다. 봉건관료로서 별로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지내며 살아온 과정과 관련하여 당시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작가 자신의 비판적 의식은 아주 약하게 드러나고 있으나 작자의 체험에 밑바탕을 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잘 포착하여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상당히  원숙한 예술적 재능을 보여 주고 있으며, 적절한 형용어의 선택, 반복에 의한 강조 등은 작자의 내면 세계와 행동 및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간이 가지는 희비애락의 감정들을 진실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은 미약하나 작품의 형상화 면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형(金鎭衡/1801~1865)

 조 선 후기의 문신. 본관 의성. 자 덕수(德錘). 호 겸와(謙窩)·청사(晴蓑). 1850년(철종 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교리(校理)가 되었다. 53년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이 배공당리(背公黨利)를 꾀한다 하여 탄핵하였으나, 오히려 남종순(南鍾順)에게 몰려 명천(明川)에 귀양갔다. 그때 배소(配所)에서의 생활과 귀양간 내력을 기록한 《북천가(北遷歌)》를 지었다. 다시 풀려나와 56년 문과중시에 급제하였다. 64년(고종 1) 시폐(時弊)를 상소하였으며, 상소문 구절 속에 조대비(趙大妃)의 비위를 거슬린 대목이 있어 전라도 고금도(古今島)에 유배되었다.

 

 북천가(北遷歌)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슴 들어보소  과거를 하거들랑 청춘에 아니 하고

          오십에 등과하여 백수 홍진 무삼일꼬  공명이 늦으나마 행세나 약바르지

          무단히 내달아서 소인의 적이 되어  부월을 무릅쓰고 천문에 상소하니

          이전으로 보게 되면 빛나고도 옳건마는  요요한 이 세상에 남다른 노릇이라

          소 한 장 오르면서 만조가 울컥한다


세상 사람들아 이 나의 말 좀 들어보시오. 과거를 했지만 젊은 시절에 하지 않고 오십이 되어서야 과거급제하여 늙바탕에 치르는 이 고생이 무슨일인가. 이름을 드높히는데 힘썼던 것이 늦으나마 세도 부리는 것이나 약싹빨라야했는데 마음대로 내달아서 소인배의 적이 되어 중형을 무릅쓰고 임금님께 상소를 올리니 옛날 같았으면 빛나고도 옳은 일이건만 어수선한 이세상에 부질 없는 노릇이라. 상소 한 장 올려서 온 조정이 울컥한다.

 

          어와 황송할사 천위가 진노하사  삭탈관직 하시면서 엄치하고 꾸중하니

          운박한 이 신명이 고원으로 돌아갈새  추풍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 상소 끝에 명천정배 놀랍도다  창망한 행색으로 동문에서 대죄하니

          고향은 적막하고 명천이 이천리라  두루막에 흰 띄 띄고 북천을 향해서니

          사고무친 고독단신 죽는 줄 그 뉘 알리  사람마다 당케 되면 울음이 나련마는

          군은을 갚으리라 쾌함도 쾌할시고  인신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 입어

          엄지를 봉승하여 절역으로 가는 사람  천고에 몇몇이며 아조에 그 뉘런고

          칼짚고 일어서서 술 먹고 노래하니  이천리 적객이라 장부도 다 울시고

          좋은 듯이 말을 하니 명천이 어디맨가

 

어허 분에 넘친다. 임금님께서 크게 노하셔서 관직을 빼앗으시며 엄중히 다스리시고 꾸짖으시니, 운 없는 이 목숨이 고양으로 돌아갈 새 가을 바람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소인)의 상소 끝에 명천으로 귀양가니 놀랍도다. 멍한 모습으로 동문에서 처벌을 기다리니 고향은 고요하고 명천은 이천 리 밖이라. 두루마기에 흰 띄를 매고 북천을 향해서 서니 의지할 만한 데 전혀 없이 죽을 줄 그 누가 알리. 사람이 당하게 되면 울음이 나련만은 나는 임금의 은혜를 갚으리라. 좋기도 좋을시고 충신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를 입어 엄한 지시를 받아 멀리 떨어지는 곳으로 가는 사람은 세상에 몇몇이며 우리 왕조에 그 누가 있으련가.


          더위는 홀로 같고 장마는 극악한데  나장이 뒤에 서고 청노는 앞에 두고

          익경원 내달아서 다락원 잠간 쉬어 축성령 넘어가니 북천이 멀어간다

          슬프다 이내몸이 영주각 신선으로  나날이 책을 끼고 천안을 뫼시다가

          일조에 정을 떼고 천애로 가겠구나  구중을 첨망하니 운연이 아득하고

          종남은 아아하여 몽상에 막연하다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물 건너고 재를 넘어 십리 가고 백리 가니  양주땅 지난 후에 포천읍 길가이고

          철원 지경 밟은 후에 정평읍 건너 보며 금화금성 지난 후는 회양읍 막죽이라

          강원도 북관길이 듣기 보기 같으구라  회양서 중화하고 철령을 향해 가니

          천험한 청산이요 촉도 같은 길이로다

 

          요란한 운무중에 일색이 끝이 난다  남여를 잡아 타고 철령을 넘는구나

          수목이 울밀하여 엎어지락 자빠지락  중허리에 못올라서 황혼이 거의로다

          상상봉 올라서니 초경이 되었구나  일행이 허기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떡맛이 이상하여 향기롭고 아름답다  횃불을 신칙하여 화광중에 내려가니

          남북을 몰랐으니 산형을 어이 알리  삼경에 산을 내려 탁막에 잠을 자고

          새벽에 떠나서서 안변읍 어디매뇨  할일 없는 내 신세야 북도적객 되었구나

          함경도는 초면이요 아태조 고토로다

 

          산천이 광활하고 수목이 만야한데  안변읍 들어가니 본관이 나오면서

          포진병장 신칙하고 공식을 공궤하니  시원케 잠을 자고 북향하여 떠나가니

          원산이 여기런가 인가도 굉장하다  바다 소리 요란한데 물화도 장할시고

          덕원읍 중화하고 문천읍 숙소하고  영흥읍 들어가니 웅장하고 가려하다

          태조대왕 태지로서 총총 가거뿐이로다  금수산천 그림 중에 바다 같은 관새로다

          선관이 즉시 나와 위로하고 관대하며  점심상 보낸 후에 채병화연 등대하니

          죄명이 몸에 있어 치하고 환송한 후 고원읍 들어가니 본수령 오공신은

          세의가 자별키로 날 보고 반겨 하네  천대객지 날 반길이 이 어른뿐이로다

          책방에 맞아들여 음식을 공궤하며  위로하고 다정하니 객희를 잊겠구나

          북마 주고 사령 주고 행자 주고 의복 주니  잔읍행세 생각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능신하고 발행하니 운수도 고이하다  갈 길이 몇 천리며 온 길이 몇 천린고

          하늘 같은 저 철령은 향국을 막아 있고  저승같은 귀문관은 올연히 섞였구나

          표풍 같은 이내 몸이 지향이 어디매뇨  초원역 중화하고 함흥 감영 들어가니

          만세교 긴 다리는 십리를 뻗어있고  무변대에 창망하여 대야를 들러 있고

          장강은 도도하여 만고에 흘렀구나  구름 같은 성첩보소 낙빈루 높고 높다

          만인가 저녁연기 추강에 그림이요  서산에 지는 해는 원객이 시름이다

          술 잡고 누에 올라 칼 만지며 노래하니  무심한 뜬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유의한 강적 소리 객회를 더쳤세라  사향한 이내 눈물 장강에 던ㅈ 두고

          백청루 내러와서 성내에서 잠을 자니  서울은 팔백리요 명천은 백구리라

          비 맞고 유삼 쓰고 함관령 넘어가니  영태도 높거니와 수목도 더욱 장타

          남여는 날아가고 대로는 설였구나  노변에 섰는 비석 비각단청 요조하다

          태조대왕 소시절에 고려국 장수되어  말갈에 전승하고 공덕이 어제 같다

 

          역말을 갈아 타고 홍원읍 들어가니 무변해색 둘렀는데 읍양이 절묘하다

          중화하고 떠나 서니 평포역 숙소로다  내 온 길 생각하니 처만리 되었구나

          실 같은 목숨이요 거미 같은 근력이라  천천히 길을 가면 살고서 볼 것인데

          엄지를 뫼셨으니 일신들 지체하랴  죽리를 가라진ㅎ고 수화를 불분하니

          만신에 땀이 돋아 성종 지경 되었구나  골수에 든 더위는 자고 새면 설사로다

          나장이 하는 말이 나으리 거동 보소  엄엄하신 기력이요 위태하신 신관이라

          하루만 조리하여 북청읍에 묵사이다  무식하다네 말이야 엄지 중일신이라

          생사를 생각하랴 일시를 유체하랴  사람이 죽고 살기 하늘에 달렸으니

          네 말이 기특하나 가다가 보자꾸나

 

          북청서 유소하고 남송정 돌아드니  무변대해 망망하여 동천이 가이 없다

          만산은 첩첩하여 남향이 아득하다  마곡역 중화하고 마천령 다다르니

          안밖재 육십리라 하늘에 맞닿았고   공중에 걸린 길은 참바같이 설였구나

          달래덤불 얽혔으니 천일이 밤중 같고  층암이 위태하니 머리 위에 떨어질 듯

          하늘인가 땅이런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상상봉 올라서니 보이는 게 바다이고

          넓은 것이 바다이다 몇날을 길에 있어  이 재를 넘었던고 이 영을 넘은 후에

          고향 생각 다시 없네 천일만 은근하여  두상에 비췄구나 원평읍 중화하고

          길주읍 들어가니 성곽도 장커니와  여염이 더욱 좋다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읍내서 묵자하니 본관폐 불안하다  원 나오고 책방 오니 초면이 친구 같다

          음식은 먹거니와 포진 기생 불관하다  엄지를 뫼셨으니 꽃자리 불관하고

          죄명을 가졌으니 기생이 호화롭다  운박하온 신명 보면 분상하는 상주로다

          기생을 물리치고 금연을 걷어내니  본관이 하는 말이 영남양반 고집이라

          모우하고 떠나 서니 명천이 육십리라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의 고토로다

          황사의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이요  팔십리 광연못은 소부의 만양도다

          회홍동 이릉뫼는 지금의 원억이요  백용해 때문관은 앞재 같고 뒷뫼 같다

 

          고참역마 잡아타고 배소를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여각에 들어앉아 패문을 붙인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선하니

          본관 전갈하고 공형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에 전갈하여 뫼셔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곳이 어디매냐 주인의 집 찾아 가니

          높은대문 넓은사랑 삼천석군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교리의 이번 정배  죄없이 오는 줄을 북관 수령 아는 바요

          만인이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 기생 다 불러라

          오늘부터 노잣구나 호반의 규모런가  활협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한 사람이라 화광빈객 꽃자리에  기락이 무엇이냐


역에서 말을 잡아타고 귀양지에 들어가니 백성들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나그네집에 들어앉아 편지를 부친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전하니 본관이 전갈을 하고 공형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에 귀한 음식상을 주인과 육각 소리를 앞세워 오며 처소에 전갈하며 뫼셔오라 하네. 슬프다. 이런 일이 꿈에나 있었던가. 이곳은 어디인가. 주인의 집에 찾아가니 높은 대문과 넓은 사랑채, 삼천석꾼의 집이구나.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를 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교리 이번 유배는 죄 없이 오는 줄 북관의 모든 수령이 아는 바요. 모든이가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하지 말고 나와 함께 놉시다. 이쁜 기생 다 불러라."

         

          규문에 퇴송하고 혼자 앉아 소일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인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하니 글제 내고 고쳐지라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만 보았다가  문관의 풍성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한가하면 풍월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이라 시주에 회포 붙여 불출문의 하오면서 편케편케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에 서리 온다  남천을 바라보면 기러기 처량하고

          북방을 굽어 보니 오랑캐 지경이라  개가죽 상하착은 상놀들이 다 입었고

          조밥 피밥 기장밥은 기민의 조석이라  본관의 성덕이요 주인의 정성으로

          실 같은 이내 목숨 달반을 걸렸더니  천만의외 가신 오며 명녹이 왔단 말가

          놀랍고 반가워라 미친놈 되었구나  절세에 있던 사람 항간에 돌아온 듯

          나도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있었던가  서봉을 떼어 보니 정찰이 몇 장인고

          폭폭이 친척이요 면면이 가향이라  지면의 자자획획 자질의 눈물이요

          옷 위의 그림 빛은 아내의 눈물이다  소동파 초운인가 양대운우 불쌍하다

          그중에 사람 죽어 돈몰이 되단 말가  명녹이 대코 앉아 눈물로 문답하니

          집떠난지 오래거든 그후 일을 어이 알리  만수천산 멀고먼데 네 어찌 돌아가며

          덤덤히 쌓인 회포 다 이룰 수 없겠구나  녹아 말들어라 무사히 돌아가서

          우리집 사람더러 살았더라 전하여라  죄명이 가벼우니 은명이 쉬우리라

 

          거연히 추석이라 가가이 성묘하네  우리 곳 사람들도 소분을 하나니라

          본관이 하는 말이 이곳의 칠보산은  북관중 명승지라 금강산 다툴지니

          칠보산 한번 가서 방피심산 어떠하뇨  나도 역시 좋거니와 도리에 난처하다

          원지에 쫓인 몸이 형승에 노는 일이  분의에 미안하여 마음에 좋건마는

          못 가기로 작정하니 주인의 하는 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악양루 환강경은

          왕등의 사적이요 적병강 제석놀음  구소의 풍정이니 금학사 칠보놀음

          무슨 험 있으리요 그 말을 반겨 듣고  황망히 일어나서 나귀에 술을 싣고

          칠보산 들어가니 구름 같은 천만봉은  화도강산 광경이라 박달령 넘어가서

          금장동 들어가니 곳곳의 물소리는  백옥을 깨쳐 있고 봉봉의 단풍 빛은

          금수장을 둘렀세라 남여를 높이 타고  개심사에 들어가니 원산은 그림이오

          근봉은 물형이라

 

          육십명 선비들이 앞서고 뒤에 서니  풍경도 좋거니와 광경이 더욱 장타

          창망한 지난 회포 개심사에 들어가서  밤 한 경 새운 후에 미경에 일어나서

          소쇄하고 물을 여니 기생들이 앞에 와서  현신하고 하는 말이 본관사도 분부하되

          김교리님 칠보산에 너 없이 놀음 되랴  당신은 사양하되 내 도리에 그럴소냐

          산신도 섭섭하고 원학도 슬프리라  너희들을 송거하니 나으린들 어찌하랴

          부디부디 조심하고 칠보청산 거행하다  사도의 분부 끝에 소녀들이 대령하오

          우습고 부끄럽다 본관의 정성이여  풍류남자 시주객은 남관에 나뿐인데

          신선의 곳에 와서 너를 어찌 보내리오  이왕에 너희들이 칠십리를 등대하니

          풍류남자 방탕성이 매몰하기 어려왜라

 

          방으로 들라하여 이름 묻고 나 물으니  한 년은 매향인데 방년이 십팔이요

          하나는 군산월이 십구세 꽃이로다  화상 불러 음식 하고 노래시켜 들어보니

          매향의 평우조는 운우가 흩어지고  군산월의 해금소리 만학청봉 푸르도다

          지로승 앞세우고 두 기생 옆에 끼고  연화만곡 깊은 곳에 올라가니

          단풍은 비단이요 송성은 거문고라  상상봉 노적봉과 만사암 천불암과

          탁자봉 주작봉은 그림으로 둘러지고  물형으로 높고 높다 아양곡 한 곡조를

          두 기생 불러내니 만산이 더 높으고  단풍이 더 붉도다 옥수로 양금 치니

          송풍인가 물소리가 군사월의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춘산에 풀손인가

          안동밧골 금랑인가 양금 위에 노는 손이  보드랍고 알스럽다

 

          남녀 타고 전향하여 한 마루 올라가니  아까 보던 산모양이 홀지에 환영하여

          모난 불이 둥그렇고 희던 바위 푸르구나  절벽에 새긴 이름 만조정 물색이라

          산을 안고 들어가니 방선암이 여기로다  기암괴석 첩첩하니 갈수록 황홀할사

          일리를 들어가니 금강굴 이상하다  차아한 높은 굴이 석색창태 새로워라

          연적봉 구경하고 회상대 향하다가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터니

          어디서 일성가곡 중천으로 일어나니  놀라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일지단풍 꺽어 쥐고 녹의홍상 고은 몸이  만장암 구름 위에 사람을 놀랠시고

          어와 기절하다 이내몸 이른 곳이  신선의 지경이라

 

          평생의 연분으로 천조에 득죄하여  바람에 부친듯이 이 광경 보겠구나

          연적봉 지난 후에 이 선녀를 따라가서  연화봉 저 바위는 청천에 솟아일고

          배바위 채석봉은 면전에 버려있고  생활봉 보살봉은 신선의 굴혈이라

          매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에  군월산 앉은 거동 아주 분명 꽃이로다

          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사로 줄을 매워  대쪽으로 타는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섬섬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네 거동 보고나니 군명이 엄하여도

          반할 번 하겠구나 영웅절사 없단 말은  사책에 있느니라 내 마음 단단하나

          내게야 큰 말하랴 본 것은 큰 병이요  안본 것이 약이던가 이천리 절세중에

          단정히 몸가지고 기적을 잘한 것이  아주 무두 네 덕이라 양금을 파한 후에

          절집에 내려오니 산중의 찬물 소리  정결하고 향기 있다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 높던 일이 저승인가 몽중인가  국은인가 천은인가 천애에 이 행객이

          이럴 줄 알았더냐 흥진하고 돌아와서  수노불러 분부하되 칠보산 유산시는

          본관이 보내기로 기생을 다렸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호화한중 불안하다

          다시는 지휘하여 기생이 못 오리라  선비만 다리고서 심중에 기록하니

          청산이 그림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녹수는 길이 되어 종이 위에 단청이라

          군산월 녹의홍장 깨고나니 꿈이로다  일월이 언제던고 구월구일 오늘이라

          광한림 이적선은 용산에 높이 쉬고  조선의 김학사는 재덕산에 올랐구나

          백주향화 앞에 놓고 남향을 상상하니  북병산 단풍경은 김학사 차지요

          이하의 황국화는 주인이 없었구나

 

          파리한 늙은 아내 술을 들고 슬프던가  추월이 낮 같으니 조운의 회포로다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 보려하고  팔십리 경성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창연히 들어가니 북해상 대택중에  한가하고 외로워라 추강은 가 없는데

          갈 꽃은 슬프도다 창파는 망망하여  회색을 연하였고 낙엽은 분분하여

          청공에 나렸구나 충신의 높은 자취  어디가서 찾아보랴 어와 거룩할사

          소중량 거룩할사 나도 또한 이럴망정  주상님 멀리 떠나 절역에 몸을 던져

          회포도 슬프더니 오늘날 이 섬위에  정성이 같았구나 낙일에 칼을 잡고

          후리쳐 돌아서니 병산의 풍설중에  촉도 같은 길이로다 귀문관 돌아서니

          음침하고 고이하다  삼척을 드러서니 일신이 송구하다

          노방에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인가  처량한 어린 혼이 백야에 슬프도다

          춘풍에 한을 먹고 홍엽을 울렸구나  쟁쟁한 환패 소리 월야에 우느니라

          술 한 잔 가뜩 부어 방혼을 위로하고  유정으로 들어가니 명천읍이 십리로다

 

          탄막에 들렀다가 경방자 달려드니  무슨 기별 왔다던고 방환 기별 나렸도다

          천은이 망극하여 눈물이 망망하다  문적을 손에 쥐고 남향하여 백배하니

          동행의 거동 보소 치하하고 거록하다  식전에 말을 달려 주인을 찾아가니

          만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인이 되었구나

          천은을 덮어쓰고 양계를 다시 보니  삼천리 고향 땅이 지척이 아니런가

          행장을 재촉할 제 군산월이 대령한다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치하하네

          나으리 해배하니 작히작히 감축할가  칠보산 우리 인연 춘몽이 아득하다

          이날에 너를 보니 그것도 군은인가  그렸다가 만난 정이 맛 나고도 향기롭다


탄막에 들렀다가 사환이 달려드니 무슨 기별이 왔다는 것인가. 돌아오라는 기별이 내려졌도다. 임금의 은혜가 한이 없어 눈물이 흘러넘친다. 문적(교지따위)을 손에 쥐고 남쪽으로 향하여 백번 절하니, 동행들의 거동을 보소. 축하하고 거룩하다. 식전에 말을 달려 본관을 찾아가니 모든 사람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 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범한 사람이 되었구나. 임금의 은혜를 입고 양계를 다시보니 삼천 리 밖에 있던 고향 땅이 이제 바로 코앞이 아닌가. 행장 꾸리는 것을 재촉할 때 군산월이 대령하였다.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축하하네. "나으리 귀양을 풀어주니 오죽 축하드리겠습니까"

 

          본관의 거동 보소 삼현육각 거느리고  이곳을 나오면서 치하하고 손 잡으며

          김교린가 김학산가 성군의 은택인가  나도 이리 감축커든 임자야 오죽할까

          홍문 교리 정든 사람 일시라 전케하랴  지금으로 제안하고 그 길로 나왔노라

          이다지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었구나

          형극중에 씻긴 난초 옥분에 옮겼구나  진애의 야광주가 박물군자 만났구나

          신풍에 뭍힌 칼이 뉘를 보고 나왔더냐  꽃다운 어린 자질 임자를 만났구나

          금병화촉 깊은 밤에 광풍제월 닭 밝은 날  글 지으며 화답하고 술 가지면 동배하니

          정분도 깊거니와 호사도 그지없다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찾아 가니

          본관의 성덕 보소 남복 짓고 종 보내며  이백량 횡재 내어 저 하나 따라주며

          거행에 하는 말이 뫼시고 잘 가거라  나으리 유경시에 네게야 내외할까

          천리강산 대로중에 김학사 꽃이 되어  비위를 맞추면서 좋게좋게 잘 가거라

          승교를 앞세우고 풍류남자 뒤 따르니  오던 길 넓고 넓어 귀흥이 그지 없다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금연화촉 넓은 방에 기락이 가득하다

          군산월이 하나이다 풍정이 가득하다  연연한 군산월이 금상첨화 되었구나

          신조에 발행하여 익병에 중화하고  창해는 망망하여 동천에 그지없고

          병산은 중중하여 면면이 섭섭도다

 

          추풍에 채를 들고 성진을 들어가니  북병사 마주 나와 두 군관 합석하니

          상읍관가 군병이오 길주 관청 홍안이라  금촉이 영롱한데 병사의 호강이라

          북관이 하는 말이 학사에 다린 사람  얼굴이 기이하다 서울겐가 북도겐가

          청직인가 방자인가 이름은 무엇이며   나는 지금 몇 살인고 손 보고 눈대보니

          남중일색 처음보네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종적을 감추우고  풍악중에 앉았으니 병사가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김교리 청직이야  내곁에 이리 오라 위령을 못하여서

          공손히 나아드니 손내 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고 총모피 털토시에

          옥수를 반만 내어 덥석 드리 쥐라할제  빼치고 일어서니 계집의 좁은 소견

          미련코 매몰하다

 

          사나이 모양으로 손달라면 손을 주고  흔연하고 천연하면 위여위여 하련마는

          가뜩이 수상하여 치보고 내려보고  군관이나 기생이나 면면이 보던 차에

          매몰이 빼치는 양 제 버릇 없을소냐  병사가 눈치 알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김학사의 아내신 줄 내 정영 몰랐구나   만당이 대소하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아까 섰던 남자몸이 계집통정 하겠구나  양색단 두루막이 옥판 달아 애암쓰고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청강의 옥동인가 화원의 범나비냐

 

          닭 울며 일출 구경 망양정 올라가니  금촉에 꽃이 피고 옥호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를 건너보니  일색이 오르면서 당홍바다 되는구나

          부상은 지척이오 일광은 술회로다  대풍악 잡아 쥐고 태산을 굽어 보니

          부유 같은 이 내 몸이 성은도 망극하다  북관을 몰랐더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 넘어간다  구름 위에 길을 두고 남여로 올라가니

          군산월이 앞세우고 안전에 꽃이 피고  군산월이 뒤세우면 후면에 선동이라

          단천에 중화하고 북청읍 숙소하니  반야에 깊은 정은 금석 같은 언약이오

          태산 같은 인정이라 홍원에 중화하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관대하네 고을도 크거니와  기악도 끔찍하다 대풍악 파한 후에

          행절이만 잡아두니 행절이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청수부용 평신이오

          운우양대 태도로다

 

          효두에 발행하여 고원을 들어가니  주수의 반기는 양 내달아 손 잡으며

          경사를 만났구나 문천에 중화하고  원산장터 숙소하니 명천이 천여리요

          서울이 육백리라 주막집 깊은 밤에  밤한경 새운 후에 계명시에 소쇄하고

          군산월을 깨워내니 몽롱한 해당화가  이슬에 휘젖는 듯 괴코도 아름답다

          유정하고 무정하다 옛일을 이를 게니  네 잠간 들어봐라 이전에 장대장이

          제주목사 과만 후에 정들었던 수청기생  버리고 나왔더니 바다를 건는 후에

          차마 잊지 못하여서 배 잡고 다시 가서  기생을 불러내어 비수 빼어 버린 후에

          돌아와 대장 되고 만고명인 되었으니  나 본래 문관이라 무변과 다르기로

          너를 도로 보내는 게 이것이 비수로다  내 본래 영남 있어 선비의 졸한 몸이

          이천리 기생 싣고 천고에 없는 호강  끝나게 하였으니 협기하고 서울 가면

          분의에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부디부디 잘 가거라 다시 볼 날 있으리라

 

          군산월이 거동보소 깜짝이 놀라면서  원망으로 하는 말이 버릴 심사 계셨으면

          중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 호려다가  사무친척 외론 곳에 게발물어 던지시니

          이런 일도 하나있가 나으리 성덕으로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키로

          풍전낙화 되었구나 오냐 오냐 나의 뜻은 그렇지 아니하여 십리만 가잤더니

          천리나 되었구나 저도 부모 있는 고로  원리한 심회로서 웃으며 그리 하오

          눈물로 그리 하오 효색은 은은하고 추강은 명랑한데 홍상에 눈물 나려

          학사두발 희겠구나 승교에 담아내어  저 먼저 회송하니 천고에 악한 놈

          나 하나 뿐이로다 말 타고 돌아서니  이목에 삼삼하다 남자의 간장인들

          인정이 없을소냐 이천리 장풍유를  일조에 놓쳤구나 풍정도 잠간이라

          흥진비래 되었구나

 

          안변원이 하는 말이 어찌 그리 무정하오  판관사도 무섭던가 남의 눈이 무섭던가

          장부의 헛된 간장 상하기 쉬우리라  내 기생 봉선이를 남복시켜 앞세우고

          철령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잊게 하소  봉선이를 불러드려 따라가라 분부하니

          자색이 옥골이라 군산월이 고은 모양  심중에 깊었으니 새낯보고 잊을소냐

          풍설이 아득한데 북천을 다시 보니 춘풍에 아는 꽃이 진흙에 구르다가

          추천의 외기러기 짝없이 가는 이라  철령을 넘을 적에 봉선이를 하직하고

          에꾸즌 이 내 몸이 하는 것이 이별이라  조히 있고 잘 가거라 다시 어찌 못 만나랴

          남여로 내 넘으니 북도산천 끝이 난다  서름도 지나가고 인정도 끝이 나고

          풍류는 끝이나고 남은 것이 귀흥이라  회양에 중화하고 금화 금성 지난 후에

          영평읍 들어가서 철원을 밟은 후에  포천읍 숙소하고 왕성이 어디매뇨

          귀흥이 도도하다

 

          갈 적에 녹음방초 올 적에 풍설이오  갈 적에 백의러니 올 적에 청포로다

          적객이 어제러니 영주학사 오늘이야  술 먹고 마릉ㄹ 타고 풍월도 절로 나고

          산 넘고 물 건너며 노래로 예 왔구나  만사여생 이 몸이오 천고호걸 이 몸이라

          축성령 넘어가니 삼각산 반가와라  중천에 솟았으니 귀흥이 높아 있고

          만수에 상화 피니 설상이 춘광이라  삼각에 재배하고 다락원 들어가니

          관주인 마주 나와 우름으로 반길시고  동대문 들어가니 성상님이 무강할사

 

          행장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가올 적에  새재를 넘어서니 영남이 여기로다

          오천서 밤 새우고 가산에 들어오니  일촌이 무양하여 이전 있던 행각이라

          어린 것들 반갑구나 이끌고 안에 드니  애쓰던 늙은 아내 부끄러워 하는구나

          어여쁠사 수득 어미 군산월이 네 왔더냐  박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삼천리 남북풍장 일장춘몽 깨었구나  어와 김학사야 그릇타 한을 마라

          남자의 천고사업 다하고 왔느니라  강호에 편케 누워 태평에 놀게 되면

          무슨 한이 또 있으며 구할 일이 없으리라  글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후세에 남자되야 남자를 부려말고  이 내 노릇 하게되면 그아니 상쾌할가

[출처] 북천가 - 김진형|작성자 ksm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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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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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가(北遷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과거를 하거들랑 청춘에 아니 하고  오십에 등과하여 백수 홍진 무삼일꼬  공명이 늦으나마 행세나 약바르지 무단히 내달아서 소인의 적이 되어  부월을 무릅쓰고 천문에 상소하니 이전으로 보게 되면 빛나고도 옳건마는  요요한 이 세상에 남다른 노릇이라 소 한 장 오르면서 만조가 울컥한다.

 어 와 황송할사 천위가 진노하사  삭탈관직 하시면서 엄치하고 꾸중하니 운박한 이 신명이 고원으로 돌아갈새  추풍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 상소 끝에 명천정배 놀랍도다  창망한 행색으로 동문에서 대죄하니 고향은 적막하고 명천이 이 천리라  두루막에 흰 띠 띄고 북천을 향해서니 사고무친 고독단신 죽는 줄 그 뉘 알리  사람마다 당케 되면 울음이 나련마는 군은을 갚으리라 쾌함도 쾌할시고  인신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 입어  엄지를 봉승하여 절역으로 가는 사람  천고에 몇몇이며 아조에 그 뉘런고 칼짚고 일어서서 술 먹고 노래하니  이 천리 적객이라 장부도 다 울시고  좋은 듯이 말을 하니 명천이 어디맨가.

 

 더 위는 홀로 같고 장마는 극악한데  나장이 뒤에 서고 청노는 앞에 두고 익경원 내달아서 다락원 잠간 쉬어 축성령 넘어가니 북천이 멀어간다. 슬프다 이내몸이 영주각 신선으로  나날이 책을 끼고 천안을 뫼시다가 일조에 정을 떼고 천애로 가겠구나  구중을 첨망하니 운연이 아득하고 종남은 아아하여 몽상에 막연하다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물 건너고 재를 넘어 십리 가고 백리 가니  양주땅 지난 후에 포천읍 길가이고  철원 지경 밟은 후에 정평읍 건너 보며 금화금성 지난 후는 회양읍 막죽이라 강원도 북관길이 듣기 보기 같으구라  회양서 중화하고 철령을 향해 가니  천험한 청산이요 촉도 같은 길이로다.

 

 요 란한 운무중에 일색이 끝이 난다  남여를 잡아 타고 철령을 넘는구나  수목이 울밀하여 엎어지락 자빠지락  중허리에 못올라서 황혼이 거의로다  상상봉 올라서니 초경이 되었구나  일행이 허기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떡맛이 이상하여 향기롭고 아름답다  횃불을 신칙하여 화광중에 내려가니 남북을 몰랐으니 산형을 어이 알리  삼경에 산을 내려 탁막에 잠을 자고 새벽에 떠나서서 안변읍 어디매뇨  할일 없는 내 신세야 북도적객 되었구나  함경도는 초면이요 아태조 고토로다

 

 산 천이 광활하고 수목이 만야한데  안변읍 들어가니 본관이 나오면서 포진병장 신칙하고 공식을 공궤하니  시원케 잠을 자고 북향하여 떠나가니  원산이 여기런가 인가도 굉장하다  바다 소리 요란한데 물화도 장할시고  덕원읍 중화하고 문천읍 숙소하고  영흥읍 들어가니 웅장하고 가려하다  태조대왕 태지로서 총총 가거뿐이로다  금수산천 그림 중에 바다 같은 관새로다  선관이 즉시 나와 위로하고 관대하며  점심상 보낸 후에 채병화연 등대하니 죄명이 몸에 있어 치하고 환송한 후 고원읍 들어가니 본수령 오공신은  세의가 자별키로 날 보고 반겨 하네  천대객지 날 반길이 이 어른뿐이로다  책방에 맞아들여 음식을 공궤하며  위로하고 다정하니 객희를 잊겠구나 북마 주고 사령 주고 행자 주고 의복 주니  잔읍행세 생각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능 신하고 발행하니 운수도 고이하다  갈 길이 몇 천리며 온 길이 몇 천린고  하늘 같은 저 철령은 향국을 막아 있고  저승같은 귀문관은 올연히 섞였구나  표풍 같은 이내 몸이 지향이 어디매뇨  초원역 중화하고 함흥 감영 들어가니  만세교 긴 다리는 십리를 뻗어있고  무변대에 창망하여 대야를 들러 있고  장강은 도도하여 만고에 흘렀구나  구름 같은 성첩보소 낙빈루 높고 높다 만인가 저녁연기 추강에 그림이요  서산에 지는 해는 원객이 시름이다  술 잡고 누에 올라 칼 만지며 노래하니 무심한 뜬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유의한 강적 소리 객회를 더쳤세라  사향한 이내 눈물 장강에 던져 두고 백청루 내러와서 성내에서 잠을 자니  서울은 팔백리요 명천은 백구리라  비 맞고 유삼 쓰고 함관령 넘어가니  영태도 높거니와 수목도 더욱 장타  남여는 날아가고 대로는 설였구나  노변에 섰는 비석 비각단청 요조하다  태조대왕 소시절에 고려국 장수되어  말갈에 전승하고 공덕이 어제 같다.

 

 역 말을 갈아 타고 홍원읍 들어가니 무변해색 둘렀는데 읍양이 절묘하다  중화하고 떠나 서니 평포역 숙소로다  내 온 길 생각하니 처만리 되었구나  실 같은 목숨이요 거미 같은 근력이라  천천히 길을 가면 살고서 볼 것인데  엄지를 뫼셨으니 일신들 지체하랴  죽리를 가라진고 수화를 불분하니  만신에 땀이 돋아 성종 지경 되었구나  골수에 든 더위는 자고 새면 설사로다  나장이 하는 말이 나으리 거동 보소  엄엄하신 기력이요 위태하신 신관이라  하루만 조리하여 북청읍에 묵사이다  무식하다네 말이야 엄지 중일신이라 생사를 생각하랴 일시를 유체하랴  사람이 죽고 살기 하늘에 달렸으니 네 말이 기특하나 가다가 보자꾸나.

 

 북청서 유소하고 남송정 돌아드니  무변대해 망망하여 동천이 가이 없다 만산은 첩첩하여 남향이 아득하다  마곡역 중화하고 마천령 다다르니 안밖재 육십리라 하늘에 맞닿았고   공중에 걸린 길은 참바같이 설였구나 달래덤불 얽혔으니 천일이 밤중 같고  층암이 위태하니 머리 위에 떨어질 듯 하늘인가 땅이런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상상봉 올라서니 보이는 게 바다이고 넓은 것이 바다이다 몇날을 길에 있어  이 재를 넘었던고 이 영을 넘은 후에 고향 생각 다시 없네 천일만 은근하여  두상에 비췄구나 원평읍 중화하고 길주읍 들어가니 성곽도 장커니와  여염이 더욱 좋다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읍내서 묵자하니 본관폐 불안하다  원 나오고 책방 오니 초면이 친구 같다 음식은 먹거니와 포진 기생 불관하다  엄지를 뫼셨으니 꽃자리 불관하고 죄명을 가졌으니 기생이 호화롭다  운박하온 신명 보면 분상하는 상주로다 기생을 물리치고 금연을 걷어내니  본관이 하는 말이 영남양반 고집이라 모우하고 떠나 서니 명천이 육십리라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의 고토로다 황사의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이요  팔십리 광연못은 소부의 만양도다 회홍동 이릉뫼는 지금의 원억이요  백용해 때문관은 앞재 같고 뒷뫼 같다.

 

 고참역마 잡아타고 배소를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여각에 들어앉아 패문을 붙인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선하니 본관 전갈하고 공형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에 전갈하여 뫼셔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곳이 어디매냐 주인의 집 찾아 가니 높은대문 넓은사랑 삼천석군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교리의 이번 정배  죄없이 오는 줄을 북관 수령 아는 바요 만인이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 기생 다 불러라 오늘부터 노잣구나 호반의 규모런가  활협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한 사람이라 화광빈객 꽃자리에  기락이 무엇이냐.

 

 규문에 퇴송하고 혼자 앉아 소일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인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하니 글제 내고 고쳐지라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만 보았다가  문관의 풍성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한가하면 풍월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이라 시주에 회포 붙여 불출문의 하오면서 편케편케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에 서리 온다  남천을 바라보면 기러기 처량하고 북방을 굽어 보니 오랑캐 지경이라  개가죽 상하착은 상놀들이 다 입었고 조밥 피밥 기장밥은 기민의 조석이라  본관의 성덕이요 주인의 정성으로 실 같은 이내 목숨 달반을 걸렸더니  천만의외 가신 오며 명녹이 왔단 말가

놀랍고 반가워라 미친놈 되었구나  절세에 있던 사람 항간에 돌아온 듯 나도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있었던가  서봉을 떼어 보니 정찰이 몇 장인고 폭폭이 친척이요 면면이 가향이라  지면의 자자획획 자질의 눈물이요 옷 위의 그림 빛은 아내의 눈물이다  소동파 초운인가 양대운우 불쌍하다 그중에 사람 죽어 돈몰이 되단 말가  명녹이 대코 앉아 눈물로 문답하니 집떠난지 오래거든 그후 일을 어이 알리  만수천산 멀고먼데 네 어찌 돌아가며 덤덤히 쌓인 회포 다 이룰 수 없겠구나  녹아 말들어라 무사히 돌아가서 우리집 사람더러 살았더라 전하여라  죄명이 가벼우니 은명이 쉬우리라

 

 거연히 추석이라 가가이 성묘하네  우리 곳 사람들도 소분을 하나니라 본관이 하는 말이 이곳의 칠보산은  북관중 명승지라 금강산 다툴지니 칠보산 한번 가서 방피심산 어떠하뇨  나도 역시 좋거니와 도리에 난처하다 원지에 쫓인 몸이 형승에 노는 일이  분의에 미안하여 마음에 좋건마는 못 가기로 작정하니 주인의 하는 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악양루 환강경은 왕등의 사적이요 적병강 제석놀음  구소의 풍정이니 금학사 칠보놀음 무슨 험 있으리요 그 말을 반겨 듣고  황망히 일어나서 나귀에 술을 싣고 칠보산 들어가니 구름 같은 천만봉은  화도강산 광경이라 박달령 넘어가서 금장동 들어가니 곳곳의 물소리는  백옥을 깨쳐 있고 봉봉의 단풍 빛은 금수장을 둘렀세라 남여를 높이 타고  개심사에 들어가니 원산은 그림이오 근봉은 물형이라.

 

 육십명 선비들이 앞서고 뒤에 서니  풍경도 좋거니와 광경이 더욱 장타 창망한 지난 회포 개심사에 들어가서  밤 한 경 새운 후에 미경에 일어나서 소쇄하고 물을 여니 기생들이 앞에 와서  현신하고 하는 말이 본관사도 분부하되 김교리님 칠보산에 너 없이 놀음 되랴  당신은 사양하되 내 도리에 그럴소냐 산신도 섭섭하고 원학도 슬프리라  너희들을 송거하니 나으린들 어찌하랴 부디부디 조심하고 칠보청산 거행하다  사도의 분부 끝에 소녀들이 대령하오 우습고 부끄럽다 본관의 정성이여  풍류남자 시주객은 남관에 나뿐인데 신선의 곳에 와서 너를 어찌 보내리오  이왕에 너희들이 칠십리를 등대하니 풍류남자 방탕성이 매몰하기 어려왜라.

 

 방으로 들라하여 이름 묻고 나 물으니  한 년은 매향인데 방년이 십팔이요 하나는 군산월이 십구세 꽃이로다  화상 불러 음식 하고 노래시켜 들어보니 매향의 평우조는 운우가 흩어지고  군산월의 해금소리 만학청봉 푸르도다 지로승 앞세우고 두 기생 옆에 끼고  연화만곡 깊은 곳에 올라가니 단풍은 비단이요 송성은 거문고라  상상봉 노적봉과 만사암 천불암과 탁자봉 주작봉은 그림으로 둘러지고  물형으로 높고 높다 아양곡 한 곡조를 두 기생 불러내니 만산이 더 높으고  단풍이 더 붉도다 옥수로 양금 치니 송풍인가 물소리가 군사월의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춘산에 풀손인가 안동밧골 금랑인가 양금 위에 노는 손이  보드랍고 알스럽다.

 

 남녀 타고 전향하여 한 마루 올라가니  아까 보던 산모양이 홀지에 환영하여 모난 불이 둥그렇고 희던 바위 푸르구나  절벽에 새긴 이름 만조정 물색이라 산을 안고 들어가니 방선암이 여기로다  기암괴석 첩첩하니 갈수록 황홀할사 일리를 들어가니 금강굴 이상하다  차아한 높은 굴이 석색창태 새로워라 연적봉 구경하고 회상대 향하다가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터니 어디서 일성가곡 중천으로 일어나니  놀라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일지단풍 꺽어 쥐고 녹의홍상 고은 몸이  만장암 구름 위에 사람을 놀랠시고 어와 기절하다 이내몸 이른 곳이  신선의 지경이라

 

 평생의 연분으로 천조에 득죄하여  바람에 부친듯이 이 광경 보겠구나 연적봉 지난 후에 이 선녀를 따라가서  연화봉 저 바위는 청천에 솟아일고 배바위 채석봉은 면전에 버려있고  생활봉 보살봉은 신선의 굴혈이라 매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에  군월산 앉은 거동 아주 분명 꽃이로다 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사로 줄을 매워  대쪽으로 타는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섬섬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네 거동 보고나니 군명이 엄하여도 반할 번 하겠구나 영웅절사 없단 말은  사책에 있느니라 내 마음 단단하나 내게야 큰 말하랴 본 것은 큰 병이요  안본 것이 약이던가 이 천리 절세중에 단정히 몸가지고 기적을 잘한 것이  아주 무두 네 덕이라 양금을 파한 후에 절집에 내려오니 산중의 찬물 소리  정결하고 향기 있다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 높던 일이 저승인가 몽중인가  국은인가 천은인가 천애에 이 행객이 이럴 줄 알았더냐 흥진하고 돌아와서  수노불러 분부하되 칠보산 유산시는 본관이 보내기로 기생을 다렸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호화한중 불안하다 다시는 지휘하여 기생이 못 오리라  선비만 다리고서 심중에 기록하니 청산이 그림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녹수는 길이 되어 종이 위에 단청이라 군산월 녹의홍장 깨고나니 꿈이로다  일월이 언제던고 구월구일 오늘이라 광한림 이적선은 용산에 높이 쉬고  조선의 김학사는 재덕산에 올랐구나 백주향화 앞에 놓고 남향을 상상하니  북병산 단풍경은 김학사 차지요 이하의 황국화는 주인이 없었구나.

 

 파리한 늙은 아내 술을 들고 슬프던가  추월이 낮 같으니 조운의 회포로다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 보려하고  팔십리 경성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창연히 들어가니 북해상 대택중에  한가하고 외로워라 추강은 가 없는데 갈 꽃은 슬프도다 창파는 망망하여  회색을 연하였고 낙엽은 분분하여 청공에 나렸구나 충신의 높은 자취  어디가서 찾아보랴 어와 거룩할사 소중량 거룩할사 나도 또한 이럴망정  주상님 멀리 떠나 절역에 몸을 던져 회포도 슬프더니 오늘날 이 섬위에  정성이 같았구나 낙일에 칼을 잡고 후리쳐 돌아서니 병산의 풍설중에  촉도 같은 길이로다 귀문관 돌아서니 음침하고 고이하다  삼척을 드러서니 일신이 송구하다 노방에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인가  처량한 어린 혼이 백야에 슬프도다 춘풍에 한을 먹고 홍엽을 울렸구나  쟁쟁한 환패 소리 월야에 우느니라 술 한 잔 가뜩 부어 방혼을 위로하고  유정으로 들어가니 명천읍이 십리로다

 

 탄막에 들렀다가 경방자 달려드니  무슨 기별 왔다던고 방환 기별 나렸도다 천은이 망극하여 눈물이 망망하다  문적을 손에 쥐고 남향하여 백배하니 동행의 거동 보소 치하하고 거록하다  식전에 말을 달려 주인을 찾아가니 만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인이 되었구나 천은을 덮어쓰고 양계를 다시 보니  삼천리 고향 땅이 지척이 아니런가 행장을 재촉할 제 군산월이 대령한다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치하하네 나으리 해배하니 작히작히 감축할가  칠보산 우리 인연 춘몽이 아득하다 이날에 너를 보니 그것도 군은인가  그렸다가 만난 정이 맛 나고도 향기롭다.

 

 본관의 거동 보소 삼현육각 거느리고  이곳을 나오면서 치하하고 손 잡으며 김교린가 김학산가 성군의 은택인가  나도 이리 감축커든 임자야 오죽할까 홍문 교리 정든 사람 일시라 전케하랴  지금으로 제안하고 그 길로 나왔노라 이다지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었구나 형극중에 씻긴 난초 옥분에 옮겼구나  진애의 야광주가 박물군자 만났구나 신풍에 뭍힌 칼이 뉘를 보고 나왔더냐  꽃다운 어린 자질 임자를 만났구나 금병화촉 깊은 밤에 광풍제월 닭 밝은 날  글 지으며 화답하고 술 가지면 동배하니 정분도 깊거니와 호사도 그지없다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찾아 가니 본관의 성덕 보소 남복 짓고 종 보내며  이백량 횡재 내어 저 하나 따라주며 거행에 하는 말이 뫼시고 잘 가거라  나으리 유경시에 네게야 내외할까 천리강산 대로중에 김학사 꽃이 되어  비위를 맞추면서 좋게좋게 잘 가거라 승교를 앞세우고 풍류남자 뒤 따르니  오던 길 넓고 넓어 귀흥이 그지 없다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금연화촉 넓은 방에 기락이 가득하다 군산월이 하나이다 풍정이 가득하다  연연한 군산월이 금상첨화 되었구나 신조에 발행하여 익병에 중화하고  창해는 망망하여 동천에 그지없고

병산은 중중하여 면면이 섭섭도다

 

 추풍에 채를 들고 성진을 들어가니  북병사 마주 나와 두 군관 합석하니 상읍관가 군병이오 길주 관청 홍안이라  금촉이 영롱한데 병사의 호강이라 북관이 하는 말이 학사에 다린 사람  얼굴이 기이하다 서울겐가 북도겐가 청직인가 방자인가 이름은 무엇이며   나는 지금 몇 살인고 손 보고 눈대보니 남중일색 처음보네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종적을 감추우고  풍악중에 앉았으니 병사가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김교리 청직이야  내곁에 이리 오라 위령을 못하여서 공손히 나아드니 손내 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고 총모피 털토시에 옥수를 반만 내어 덥석 드리 쥐라할제  빼치고 일어서니 계집의 좁은 소견 미련코 매몰하다

 

 사나이 모양으로 손달라면 손을 주고  흔연하고 천연하면 위여위여 하련마는 가뜩이 수상하여 치보고 내려보고  군관이나 기생이나 면면이 보던 차에 매몰이 빼치는 양 제 버릇 없을소냐  병사가 눈치 알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김학사의 아내신 줄 내 정영 몰랐구나   만당이 대소하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아까 섰던 남자몸이 계집통정 하겠구나  양색단 두루막이 옥판 달아 애암쓰고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청강의 옥동인가 화원의 범나비냐.

 

 닭 울며 일출 구경 망양정 올라가니  금촉에 꽃이 피고 옥호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를 건너보니  일색이 오르면서 당홍바다 되는구나 부상은 지척이오 일광은 술회로다  대풍악 잡아 쥐고 태산을 굽어 보니 부유 같은 이 내 몸이 성은도 망극하다  북관을 몰랐더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 넘어간다  구름 위에 길을 두고 남여로 올라가니 군산월이 앞세우고 안전에 꽃이 피고  군산월이 뒤세우면 후면에 선동이라 단천에 중화하고 북청읍 숙소하니  반야에 깊은 정은 금석 같은 언약이오 태산 같은 인정이라 홍원에 중화하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관대하네 고을도 크거니와  기악도 끔찍하다 대풍악 파한 후에 행절이만 잡아두니 행절이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청수부용 평신이오 운우양대 태도로다

 

 효두에 발행하여 고원을 들어가니  주수의 반기는 양 내달아 손 잡으며 경사를 만났구나 문천에 중화하고  원산장터 숙소하니 명천이 천여리요 서울이 육백리라 주막집 깊은 밤에  밤한경 새운 후에 계명시에 소쇄하고 군산월을 깨워내니 몽롱한 해당화가  이슬에 휘젖는 듯 괴코도 아름답다 유정하고 무정하다 옛일을 이를 게니  네 잠간 들어봐라 이전에 장대장이 제주목사 과만 후에 정들었던 수청기생  버리고 나왔더니 바다를 건는 후에 차마 잊지 못하여서 배 잡고 다시 가서  기생을 불러내어 비수 빼어 버린 후에 돌아와 대장 되고 만고명인 되었으니  나 본래 문관이라 무변과 다르기로 너를 도로 보내는 게 이것이 비수로다  내 본래 영남 있어 선비의 졸한 몸이 이천리 기생 싣고 천고에 없는 호강  끝나게 하였으니 협기하고 서울 가면 분의에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부디부디 잘 가거라 다시 볼 날 있으리라

 

 군산월이 거동보소 깜짝이 놀라면서  원망으로 하는 말이 버릴 심사 계셨으면 중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 호려다가  사무친척 외론 곳에 게발물어 던지시니 이런 일도 하나있가 나으리 성덕으로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키로 풍전낙화 되었구나 오냐 오냐 나의 뜻은 그렇지 아니하여 십리만 가잤더니 천리나 되었구나 저도 부모 있는 고로  원리한 심회로서 웃으며 그리 하오 눈물로 그리 하오 효색은 은은하고 추강은 명랑한데 홍상에 눈물 나려 학사두발 희겠구나 승교에 담아내어  저 먼저 회송하니 천고에 악한 놈 나 하나 뿐이로다 말 타고 돌아서니  이목에 삼삼하다 남자의 간장인들 인정이 없을소냐 이천리 장풍유를  일조에 놓쳤구나 풍정도 잠간이라 흥진비래 되었구나

 

 안변원이 하는 말이 어찌 그리 무정하오  판관사도 무섭던가 남의 눈이 무섭던가 장부의 헛된 간장 상하기 쉬우리라  내 기생 봉선이를 남복시켜 앞세우고 철령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잊게 하소  봉선이를 불러드려 따라가라 분부하니 자색이 옥골이라 군산월이 고은 모양  심중에 깊었으니 새낯보고 잊을소냐 풍설이 아득한데 북천을 다시 보니 춘풍에 아는 꽃이 진흙에 구르다가 추천의 외기러기 짝없이 가는 이라  철령을 넘을 적에 봉선이를 하직하고 에꾸즌 이 내 몸이 하는 것이 이별이라  조히 있고 잘 가거라 다시 어찌 못 만나랴 남여로 내 넘으니 북도산천 끝이 난다  서름도 지나가고 인정도 끝이 나고 풍류는 끝이나고 남은 것이 귀흥이라  회양에 중화하고 금화 금성 지난 후에 영평읍 들어가서 철원을 밟은 후에  포천읍 숙소하고 왕성이 어디매뇨 귀흥이 도도하다

 

 갈 적에 녹음방초 올 적에 풍설이오  갈 적에 백의러니 올 적에 청포로다 적객이 어제러니 영주학사 오늘이야  술 먹고 마릉ㄹ 타고 풍월도 절로 나고 산 넘고 물 건너며 노래로 예 왔구나  만사여생 이 몸이오 천고호걸 이 몸이라 축성령 넘어가니 삼각산 반가와라  중천에 솟았으니 귀흥이 높아 있고 만수에 상화 피니 설상이 춘광이라  삼각에 재배하고 다락원 들어가니 관주인 마주 나와 우름으로 반길시고  동대문 들어가니 성상님이 무강할사

 

 행장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가올 적에  새재를 넘어서니 영남이 여기로다 오천서 밤 새우고 가산에 들어오니  일촌이 무양하여 이전 있던 행각이라 어린 것들 반갑구나 이끌고 안에 드니  애쓰던 늙은 아내 부끄러워 하는구나 어여쁠사 수득 어미 군산월이 네 왔더냐  박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삼천리 남북풍장 일장춘몽 깨었구나  어와 김학사야 그릇타 한을 마라 남자의 천고사업 다하고 왔느니라  강호에 편케 누워 태평에 놀게 되면 무슨 한이 또 있으며 구할 일이 없으리라  글 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후세에 남자되야 남자를 부려말고  이 내 노릇 하게되면 그 아니 상쾌할까.

 


세상에 사람들아 이내 말삼 드러보소
과거를 하거들랑 청춘에 안이하고
오십에 등과(登科)하여 백수홍진 무삼일고
공명(公明)이 되지마나 행세나 약바르게
무단이 내달아서 소인의 적(敵)이 되어
부월을 무릅스고 천정에 상소하니
니전으로 보게되면 빗나고 올컨만은
요요한 이 세상에 남다른 일이로다.
소( ) 한 장 오르면서 만조(滿朝)가 울울하다
어와 황송할사 천위(天威)가 진노하니
삭탈관직(削奪官職) 하시면서 엄치(嚴治)하고 식중하니
운박한 이 신명이 고국을 도라갈 새
추풍(秋風)에 배를 타고 강회로 향하다가
남수작 상소끗에 명천 정배 놀납도다
적소(適所)로 치행하니 한파한파 고이하다
장망한 행색으로 동문에서 대죄하니
가향(家鄕)은 적막하고 명천이 이천리라
두루마기 한띄매고 북천(北天)을 향해셔니
사고무친 고독단신 쥭난쥴 뉘가 아랴
사람마다 당케되면 우름이 나지마난
국은(國恩)을 갑을지라 쾌함도 쾌할시고
인신(人臣)이 되어다가 소인을 참소하고
엄지를 봉승하여 절역을 가난 사람
천고의 몇몇이며 아조(我朝)에 그뉘련고
칼집고 이려셔셔 술먹고 츔을 추니
천리적객이라 장부도 다울시고
죠흔다시 말을 하니 명천이 어듸맨야
더외난 홍로(紅爐)갓고 장마난 극악(極惡)한대
노자난 되셔우고 이 명월(明月) 내달나셔
다락원 잠관지나 축셩영 남어셔니
북천이 머러간다
슬푸다 이내몸이 영쥬각 신선(神仙)으로
나나리 책을 끼고 천일(天日)을 메시다가
일조(一朝)에 졍을 떼여 천애(天涯)로 가갯고나
규중을 첨망(瞻望)하니 운연(雲煙)이 아득하다
종남은 아아하여 몽상(夢想)에 마련하다
밥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물건너고 재를넘어 십리가고 백리가니
양주(楊洲)따 지난후에 표원읍 길가이오
천원지경 발분후에 정평읍 건너가셔
김회김셩 지난후에 화양읍 막쥭이라
강원도 북관길이 듯기보기 갓호구나
회양서 즁화하고 철령을 향해가니
쳔험한 청산이오 촉도란은 길이로다

(중략)

고참(古站) 역마 잡아 타고 배소(配所)로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城廓)은 웅장(雄壯)하다
여각(旅閣)에 들어 앉아 패문(牌文)을 부친 후에
맹 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 더러 전하니
본관 전갈(傳喝)하고 공형(工刑)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六角)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에 전갈하며 뫼셔 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 곳이 어디메냐 주인의 집 찾아가니
높은 대문 넓은 사랑 삼천석군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새로 인사 대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 교리(金校理) 이 번 정배(定配)
죄 없이 오는 줄은 북관(北關) 수령(守令) 아는 배요
만이 울었나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三營) 기생 다 불러다
오늘부터 노자꾸나 호반의 규모런가
활협(闊俠)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歸謫)한 사람이라 화광빈객(華光賓客) 꽃자리에
기악(妓樂)이 무엇이냐 극구(極口)에 퇴송(退送)하고
혼자 앉아 소일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聞風)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 인이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請學)하며
글제 내고 고쳐지라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關將)만
보았다가 문관의 풍성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謀免)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한가하면 풍월(風月)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이라 시주(詩酒)에 회포(懷抱) 붙여
불출 문외(不出門外) 하오면서 편ㅎ게 편ㅎ게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邊山)에 서리 온다
(하략)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연대 : 철종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작자 : 김진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갈래 : 장편 유배 가사, 기행 가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격 : 기행문적, 체험적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주제 : 함경도 명천의 귀양 생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의의 : 1853년(철종4) 작자가 교리(校理)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을 탄핵한 사건으로 명천(明川)에 귀양갔다. 당시 유배생활의 고락과 인정, 그리고 귀양에서 풀려 돌아오는 길에서의 견문 등을 읊은 가사이다. 모두 1,026구에 이르는 장편으로서, 가사의 형식을 빌린 기행문이라 하겠으며,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연행가(燕行歌)'와 더불어 기행가사 문학의 빼어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古站(고참) : 고역(古驛).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牌文(패문) : 편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傳喝(전갈) : 하인을 시켜 안부를 물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六角(육각) : 북. 장구. 해금. 피리 및 태평소 한 쌍의 총칭.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敎理(교리) : 정오품(正五品) 벼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定配(정배) : 유배(流配).귀양보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北關(북관) : 함경도(咸鏡道).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三營(삼형) : 삼영(三營)의 잘못인 듯. 삼영은 함경 감영, 명천 북영(明川北營), 북병사병영(北兵使兵營).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虎班(호반) : 무사(武士).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風月(풍월) : 음풍 농월(吟風弄月), 곧 시(詩)를 말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철종 때 김진형이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갔다가 거기서의 생활을 노래한 장편가사로 내용은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령을 받는 신세, 서울로부터 북관까지 가는 유배과정, 북관에서 그곳 수령의 융숭한 대접과 칠봉산 구경 및 기생군산월과의 사랑, 북관에서부터 유배지 명천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과정, 명천에 당도하자마자 방면된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돌아오는 과정과 강호·태평 등을 차례로 보여 주고 있다. 유배에 수반된 슬픔과 즐거움, 인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 옛날 귀양살이의 한 면모를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작자가 유배된 내력과 배소에 있는 기생들과의 풍류, 기생 군산월과의 연정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김진형(金鎭衡/1801~1865)

 1801(순조 1)∼1865(고종 2).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덕수(德錘), 호는 겸와(謙窩) 또는 청사(晴蓑). 종수(宗壽)의 아들이다.
1850년(철종 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1853년 홍문관교리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의 비행을 탄핵하다가 수찬 남종순(南鍾順)에게 몰려 한때 명천(明川)으로 유배되었다. 1856년 문과중시에 다시 급제하였다.
1864년에는 시정의 폐단을 상소하였는데, 조대비(趙大妃)의 비위에 거슬린 구절이 있어 전라도 고금도(古今島)에 유배되었다.
명천에 유배되었다가 다시 방면되어 귀환하는 왕복의 기록을 담은 것으로 〈북천록 北遷錄〉이라는 한문일기와 가사 〈북천가 北遷歌〉가 전한다. 유고를 모은 미간행본 ≪청사유고≫를 그의 5세손인 태현(台鉉)이 소장하고 있다.

≪참고문헌≫ 憲宗實錄, 晴蓑遺稿, 韓國紀行文學硏究(崔康賢, 一志社, 1982), 流謫地의 人間과 그 文學(金宇鎭, 現代文學 107, 1963), 北遷歌硏究(金時謎, 成大文學 19, 1976), 流配歌辭의 作品構造와 現實認識(崔相殷, 文學硏究 3, 경원문화사, 198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북천가

 조선 철종 때 김진형(金鎭衡)이 지은 유배가사. 필사본.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1,026구의 장편이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우세하며, 2·4조와 3·5조 등도 아주 드물게 나온다.
작자가 홍문관교리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의 비행을 논척(論斥)하다가 반대파에 몰려 함경도 명천으로 유배되었다. 이 작품은 그 유배생활로부터 방면되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읊은 가사이다.
 내용은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령을 받는 신세, 서울로부터 북관(北關)까지 가는 유배과정, 북관에서 그 곳 수령의 융숭한 대접과 칠봉산(七峯山)구경 및 기생 군산월(君山月)과의 사랑, 북관에서부터 유배지 명천까지 이르는 과정, 명천에 당도하자마자 방면된 소식을 접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과 강호
·태평 등을 차례로 보여주고 있다.
유배에 수반된 슬픔과 즐거움, 인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 옛날 귀양살이의 한 면모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北遷歌硏究(金時, 成大文學 19, 197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홍문관 교리로 있다가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갔을 때의 일을 읊었다. 귀양살이의 고통보다는 풍류를 즐긴 내용을 담고 있다. 2음 1구로 계산해 전체 1,026구의 장편이다.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령을 받은 신세, 북관 수령의 융숭한 대접과 경치구경, 기생과의 사랑, 북관에서 유배지까지 가는 과정, 명천에 도착하자마자 방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 등을 그리고 있다. 귀양을 가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으며 뉘우치는 말은 몇 마디 정도이다. 좋은 구경을 하다가 이름난 기생을 만나 마음껏 즐긴 행적을 늘어놓아 흥미거리를 찾는 독자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경상도 안동 일대의 규방가사로 수용되어 애정소설의 구실을 하기도 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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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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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 연대 : 조선 연산군 때 
◈ 작자 : 매계(梅溪) 조위(曺偉) 
◈ 갈래 : 충일가사, 유배가사
◈ 형식 :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127구의 유배가사
◈ 성격 : 충신연군지사
◈ 특징
① 우리 나라 최초의 유배 가사이자 충신연군지사이다.
② 임을 잃은 여성을 화자로 설정하여 호소력을 높였다.
③ 화자 자신을 천상에서 하계로 추방된 신선에, 임금(성종)을 옥황상제에 비유했다.
④  '두견, 구름, ‘천층랑(험한 물결)’, ‘뜰 앞에 심은 난’, ‘외기러기’, ‘강천에 지는 해’ ‘명월’ 등의 다양한 자연물을 통해 유배지에서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 주제 :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先王: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노래 /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 / 유배당한 현실에 대한 원망과 연군의 정
◈ 의의 : 유배가사의 최초
◈ 발표 : 1498년(연산군4)
 
 
 
짜임
* 서사 : 임과 이별한 시적 화자의 처지와 욕구
  - 적소에서 왕에게 흉중에 쌓인 말씀을 실컷 호소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하는 동기
* 본사 : 사화로 인해 전일의 영화가 현재의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황제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자기를 굴원에 비유)
    본사1 : 유배 생활의 처지와 임에 대한 그리움
    본사2 : 시적 화자의 처지에서 느끼는 원망과 슬픔
    본사3 : 유배 생활하는 처지와 운명에 대한 체념
* 결사 : 임의 사랑에 대한 회의와 번민
   -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제 뜻을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평생을 함께 사귀고 싶다고 함
 
 
◈ 이해와 감상1◈   1498년(연산군 4) 매계(梅溪) 조위(曺偉) 지은 가사로 작자가 1498년(연산군4)의 무오사화에서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전남 순천(順天)으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先王: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읊었는데, 이것은 한국 최초의 유배가사(流配歌辭)이다. 지은이가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유배된 뒤 귀양살이하는 원통함을, 천상에서 하계로 추방된 처지에서 옥황상제로 비유된 성종에게 하소연한 내용으로 작품의 가의(歌意)가 굴원의 '천문(天問)'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정철의 '사미인곡'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만분가‘는 한편으로는 임을 잃은 여성을 서정적 자아로 설정하여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辭의 형상을 취하는 한편, '만분가'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유배를 당하게 된 현실에 대한 발분의 정서를 아울러 표출하는 특징을 갖는 유배 가사로 작가가 귀양간 처지를 천상 백옥경에서 하계로 추방된 것에 비유하여 지은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당시 지배체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지배체제의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는 왕권이었고, 그 왕권에 순응할 때만이 그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래서 어떤 유배가사라도 왕권에 도전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왕으로부터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유배가사는 왕의 은총을 회복하고자 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이해와 감상2◈
 ' 만분가'는 유배 가사의 효시로 알려진 작품이다. 작자인 조위(曺偉)가 무오사화(戊午士禍)로 인하여 귀양간 유배지인 순천에서 지은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작자가 사화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비분 강개한 심정을 임금인 성종에게 토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국의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죄없이 ?i겨나서 '이소(離騷)'를 지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듯이 자신도 죄없이 귀양와 있다는 것이다. '만분가'는 조선 전기 당쟁의 회오리 속에서 희생된 문신(文臣)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유배가사의 효시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선 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큰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후대에 지어지는 유배가사의 일종인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임금이 계신 곳을 도가의 천상 세계로 설정한 것이라든가, 유배되어 귀양가 있는 작자는 천상에서 옥황상제를 모시던 인물로 설정된 점 등이 모두 '만분가'의 설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선조 유배가사의 중심적인 흐름을 이루면서 이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만분가'는 유배가사의 전개에 끼친 영향과 문학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작품
◈ 유배 문학
정서 ‘정과정’ / 정철 ‘사미인곡’ ‘속미인곡’
안조환 ‘만언사’ / 김진형 ‘북천가’ / 송찬규 ‘북관곡’
 

알아 두기
◈만분가’의 의의
  작자가 1498년(연산군4)의 무오사화에서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전남 순천(順天)으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先王: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읊었는데, 이 작품은 현존하는 작품 중에서 가장 오래된 유배가사이다
 
 
 
만분가(萬憤歌)
 
 
[서사] : 적소에서 왕에게 흉중 말씀을 실컷 호소하고 싶은 마음(글을 쓴 동기)

 
  천상(天上) 백옥경(白玉京) 십이루(十二樓) 어듸매오 / 오색운(五色雲) 깁픈 곳의 자청전(紫淸殿)이 가려시니 / 천문(天門) 구만리(九萬里)를 꿈이라도 갈동말동 / 차라리 싀여지여 억만(億萬)번 변화(變化)하여 / 남산(南山) 늣즌 봄의 두견(杜鵑)의 넉시 되여 / 이화(梨花) 가디 우희 밤낫즐 못 울거든 / 삼청동리(三淸洞裡)의 졈은 한널 구름 되여 / 바람의 흘리 나라 자미궁(紫微宮)의 나라 올라 / 옥황(玉皇) 향안전(香案前)의 지척(咫尺)의 나아 안자 / 흉중(胸中)의 싸힌 말삼 쓸커시 사로리라
 

  천상 백옥경(하늘 위의 궁전)의 열두 누각은 어디인가? / 오색 구름 깊은 곳에 자청전(하늘의 신선이 사는 집)이 가렸으니, / 구만 리 먼 하늘을 꿈이라도 갈동 말동. / 차라리 죽어서 억만 번 변화하여 / 남산의 늦은 봄날 두견이 넋이 되어 / 배꽃 가지 위에서 밤낮으로 못 울거든 / 삼청 동리(신선이 사는 고을 안)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 바람에 흩날리며 날아 자미궁(천제의 거처, 황궁)에 날아올라 / 옥황상제 앞에 놓인 상 앞에 가까이 나가 앉아 / 가슴 속에 쌓인 말씀 실컷 사뢰리라.
 
 
 
 

[본사] : 사화로 인해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황제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자기를 굴원에 비유)
 

  어와, 이 내 몸이 천지간(天地間)의 느저 나니 / 황하수(黃河水) 말다만난 초객(楚客)의 후신(後身)인가 / 상심(傷心)도 가이 업고 가태부(賈太傅)의 넉시런가 / 한숨은 무스 일고 형강(荊江)은 고향(故鄕)이라 / 십년(十年)을 유락(流落)하니 백구(白鷗)와 버디 되어 / 함께 놀쟈 하엿더니 / 어루난 듯 괴난 듯 / 남의 업슨 님을 만나 / 금화성(金華省) 백옥당(白玉堂)의 꿈이조차 향긔롭다
 

  아아 이내 몸이 천지간에 늦게 나니 / 황하수 맑다마는 굴원의 후신인가 / 상심도 끝이 없고 가의의 넋이런가 /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유배지를 가리킴)은 고향이라 / 십 년을 유배 생활로 떠돌아다니니 갈매기와 벗이 되어 /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을 부리는 듯 사랑하는 듯 / 남의 없는 임(성종 임금)을 만나 / 금화성 백옥당(적송자가 득도한 곳)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五色)실 니음 졀너 님의 옷슬 못 하야도 / 바다 가튼 님의 은(恩)을 추호(秋毫)나 갑프리라 / 백옥(白玉) 가튼 이 내 마음 님 위하여 직희더니 / 장안(長安) 어제 밤의 무서리 섯거치니 / 일모수죽(日暮脩竹)의 취수(翠袖)도 냉박(冷薄)할샤 / 유란(幽蘭)을 것거 쥐고 님 겨신 듸 바라보니 / 약수(弱水) 가리진 듸 구름 길이 머흐러라 / 다 서근 닭긔 얼굴 첫맛도 채 몰나셔 / 초췌(憔悴)한 이 얼굴이 님 그려 이러컨쟈 / 천층랑(千層浪) 한가온대 백척간(百尺竿)의 올나더니 / 무단(無端)한 양각풍(羊角風)이 환해중(宦海中)의 니러나니 / 억만장(億萬丈) 소희 빠져 하날 따흘 모랄노다

 
  오색실 이음이 짧아 임의 옷을 못하여도 /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 백옥 같은 이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 해질녘 긴 대나무에 의지하여 서 있으니 푸른 옷소매도 냉박하구나. / 난꽃을 꺾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 약수 가로놓인 데 구름길이 험하구나. / 다 썩은 닭의 얼굴 첫 맛도 채 몰라서(임의 성격도 파악하기 전에) / 초췌한 이 얼굴이 임 그려서 이리 되었구나 / 험한 물결 한가운데 긴 장대 위에 올랐더니 / 끝이 없는 회오리바람이 관리의 사회 중에 내리나니 / 억만장 못에 빠져 하늘땅을 모르겠도다.
 
 
 
  노(魯)나라 흐린 술희 한단(邯鄲)이 무슴 죄(罪)며 / 진인(秦人)이 취(醉)한 잔(盞)의 월인(越人)이 무음 탓고 / 성문(城門) 모딘 불의 옥석(玉石)이 함긔 타니 / 뜰 압희 심은 난(蘭)이 반(半)이나 이우례라 / 오동(梧桐) 졈은 비의 오기럭기 우러 롈 제 / 관산만리(關山萬里) 길이 눈의 암암 발피난 듯 / 청련시(靑蓮詩) 고쳐 읇고 팔도 한을 슷쳐 보니 / 화산(華山)의 우난 새야 이별(離別)도 괴로왜라 / 망부산전(望夫山前)의 석양(夕陽)이 거의로다 / 기도로고 바라다가 안력(眼力)이 진(盡)톳던가 / 낙화(落花) 말이 업고 벽창(碧窓)이 어두브니 / 입 노른 삿기 새들 어이도 그리 건쟈 / 팔월추풍(八月秋風)이 뛰집을 거두으니 / 븬 깃의 싸인 알히 수화(水火)랄 못 면토다 / 생리사별(生離死別)을 한 몸의 흔자 맛따 / 삼천장(三千丈) 백발(白髮)이 일야(一夜)의 기도 길샤 / 풍파(風波)의 헌 배 타고 함께 노던 져뉴덜아 / 강천(江天) 지난 해의 주집(舟楫)이나 무양(無恙)한가 / 밀거니 혀거니 염예퇴(艶預堆)랄 겨요 디나 / 만리붕정(萬里鵬程)을 멀니곰 견주더니 / 바람의 다브치여 흑룡강(黑龍江)의 떠러진 닷 / 천지(天地) 가이 업고 어안(魚雁)이 무정(無情)하니 / 옥(玉) 가탄 면목(面目)을 그리다가 말년지고 / 매화(梅花)나 보내고져 역로(驛路)랄 바라보니 / 옥량명월(玉樑明月)을 녀보던 낫비친 닷
 

  노나라(중국의 동중부에 있던 나라) 흐린 술에 한단(중국의 중서부에 있던 조나라의 서울)이 무슨 죄며 / 진나라 사람들(중국의 서북지방)이 취한 잔에 월나라 사람들(중국의 동남지방)이 웃음을 웃은 탓인가?(무관하다는 뜻) /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시들었구나. / 저물녘 오동잎에 내리는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 관산 만릿길이 눈에 암암 밟히는 듯. / 이백의 시를 고쳐 읊고 팔도한을 스쳐보니 /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 망부 산전에 석양이 되었구나. /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했던가 / 낙화는 말이 없고 창문이 어두우니 / 입 노란 새끼 새들이 어미를 그리는구나. / 팔월 추풍이 띳집을 거두니 / 빈 새집에 쌓인 알이 물과 불을 못 면하도다. / 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짐을 한 몸에 혼자 맡아 / 긴 흰머리가 하룻밤에 길기도 길구나. /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 하늘이 보이는 강에 지는 해에 배와 노는 별 탈이 없는가? / 밀거니 당기거니 염예퇴(뱃사람들이 물살을 조심하던 곳)를 겨우 지나 / 만 리나 되는 멀고도 험한 길을 멀리멀리 견주더니 / 바람에 당겨서 붙게 하여 흑룡강에 떨어진 듯 / 천지는 끝이 없고 물고기와 기러기가 무정하니 / 옥 같은 얼굴을 그리다가 말려는지고 / 매화나 보내고자 역마를 바꿔 타는 곳과 통하는 길을 바라보니 / 옥 대들보에 걸린 밝은 달을 옛 보던 낯빛인 듯.
 
 
 
  양춘(陽春)을 언제 볼고 눈비랄 혼자 마자 / 벽해(碧海) 너븐 가의 넉시조차 흣터지고 / 내의 긴 소매랄 눌 위하여 적시고 / 태상(太上) 칠위분이 옥진군자(玉眞君子) 명(命)이시니 / 천상(天上) 남루(南樓)의 생적(笙笛)을 울니시며 / 지하(地下) 북풍(北風)의 사명(死命)을 벗기실가 / 죽기도 명(命)이요 살기도 하나리니 / 진채지액(陳蔡之厄)을 성인(聖人)도 못 면하며 / 유예비죄(縷絏非罪)랄 군자(君子)인들 어이 하니 / 오월비상(五月飛霜)이 눈물로 어릐난 듯 / 삼년대한(三年大旱)도 원기(寃氣)로 늬뢰도다 / 초수남관(楚囚南冠)이 고금(古今)의 한둘이며 / 백발황상(白髮黃裳)의 셔룬 일도 하고 만타 / 건곤(乾坤)이 병(病)이 드러 혼돈(混沌)이 죽근 후의 / 하날이 침음(沈吟)할 듯 관색성(貫索星)이 비취난 듯 / 고정의국(孤情依國)의 원분(怨憤)만 싸혓시니 / 차라리 할마(瞎馬)가치 눈 감고 지내고져 / 창창막막(蒼蒼漠漠)하야 못 미들슨 조화(造化)일다 / 이러나 져러나 하날을 원망할가

 
  햇볕을 언제 볼까 눈비를 혼자 맞아 / 푸른 바다 넓은 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가? / 태상 일곱 분이 신선의 명이시니 / 천상 남루에 생황과 피리를 울리시며 / 지하 북풍의 죽을 목숨을 벗기실까 / 죽기도 운명이요 살기도 하늘이니 / 진과 채에서 당한 횡액을 공자도 못 면하며 / 죄인처럼 묶였으나 죄가 없음을 군자인들 어이 하겠는가? / 오월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 삼 년 큰 가뭄도 원한으로 되었구나. / 죄 지은 사람이 고금에 한둘이며 / 고위직의 늙은 신하의 서러운 일도 많기도 많다. / 하늘과 땅이 병이 들어 혼돈(하늘과 땅이 아직 나눠지기 전의 상태)이 죽은 후에 / 하늘이 침울할 듯 천한 사람의 감옥이 비취는 듯 / 유배지에서 나라만 생각하는 충정에 원망스럽고 분한 마음만 쌓였으니 / 차라리 한 눈이 먼 말 같이 눈 감고 지내고 싶구나. / 울적하고 막막하여 못 믿을 쏜 조화로다 / 이러나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도척(盜跖)도 셩히 놀고 백이(伯夷)도 아사(餓死)하니 / 동릉(東陵)이 놉픈 작가 수양(首陽)이 나즌 작가 / 남화(南華) 삼십편(三十篇)의 의논(議論)도 하도 할샤 / 남가(南柯)의 디난 꿈을 생각거든 슬므어라 / 고국송추(故國松楸)를 꿈의 가 만져 보고 / 선인(先人) 구묘(丘墓)를 깬 후(後)의 생각하니 / 구회간장(九回肝腸)이 굽의굽의 그쳐셰라 / 장해음운(長海陰雲)의 백주(白晝)에 흣터디니 / 호남(湖南) 어늬 고디 귀역(鬼蚸)의 연수(淵藪)런디 / 이매망량(魑鬽魍魎)이 쓸커디 저즌 가의 / 백옥(白玉)은 므스 일로 청승(靑蠅)의 깃시 된고

 
  큰 도적도 몸성히 놀고 백이도 굶어죽으니 /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 <장자> 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 남가(고을 이름. 남가지몽의 옛일에서 한 때의 부귀와 권세는 꿈과 같음을 일컫게 됨)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 고국의 송추(소나무와 가래나무. 무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꿈에 가 만져 보고 / 선인의 무덤을 깬 후에 생각하니 / 겹쳐진 속마음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 장해음운(병을 발생하게 하는 구름)이 대낮에 흩어지니 / 호남의 어느 곳이 귀역(몰래 남을 해치는 물건. 음험한 사람에 비유하는 말)의 연수(사물이 모여드는 곳, 못과 숲)런지 / 도깨비가 실컷 젖은 가에 / 백옥은 무슨 일로 쉬파리의 깃이 되었는가.
 
 
 
  북풍(北風)의 혼자 셔셔 가 업시 우난 뜻을 / 하날 가튼 우리 님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 목란추국(木蘭秋菊)에 향기(香氣)로운 타시런가 / 첩여(婕妤) 소군(昭君)이 박명(薄命)한 몸이런가 / 군은(君恩)이 물이 되여 흘너가도 자최 업고 / 옥안(玉顔)이 꽃이로되 눈믈 가려 못 볼로다 / 이 몸이 녹가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요 / 이 몸이 싀여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라 / 노가디고 싀어지여 혼백(魂魄)조차 흣터지고 / 공산(空山) 촉루(髑髏)가치 님자 업시 구니다가 / 곤륜산(崑崙山) 제일봉의 만장송(萬丈松)이 되여 이셔 / 바람비 쁘린 소리 님의 귀예 들니기나 / 윤회(輪回) 만겁(萬怯)하여 금강산(金剛山) 학(鶴)이 되어 / 일만(一萬) 이천봉(二千峯)의 마음껏 소사 올나 / 가을 달 발근 밤의 두어 소리 슬피 우러 / 님의 귀의 들니기도 /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일다

 
  북풍에 혼자 서서 가없이 우는 뜻을 /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 목란추국(목란과 가을국화)에 향기로운 탓이런가, / 첩여 소군(한나라 때의 반첩여와 궁녀)이 박명한 몸이런가. / 임금의 은혜가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 없고 / 임금의 얼굴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 녹아지고 죽어서 혼백조차 흩어지고 / 공산 해골같이 임자 없이 굴러다니다가 / 곤륜산 제일봉에 매우 큰 소나무가 되어 있어 / 바람 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 윤회 만겁하여 금강산 학이 되어 /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 임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도 / 옥황상제 처분이겠구나.
 
 
 
 

[결사] :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제 뜻을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평생을 함께 사귀고 싶다고 함
 

  한(恨)이 뿔희 되고 눈믈로 가디 삼아 / 님의 집 창 밧긔 외나모 매화(梅花) 되여 / 설중(雪中)의 혼자 픠여 침변(枕邊)의 이위난 듯 / 월중소영(月中疎影)이 님의 옷의 빗취어든 / 어엿븐 이 얼굴을 네로다 반기실가 / 동풍(東風)이 유정(有情)하여 암향(暗香)을 불어 올려 / 고결(高潔)한 이 내 생계 죽림(竹林)의나 부치고져 / 뷘 낙대 빗기 들고 뷘 배랄 혼자 띄워 / 백구(白溝) 건네 저어 건덕궁(乾德宮)의 가고지고 / 그려도 한 마음은 위궐(魏闕)의 달녀 이셔 / 내 무든 누역 속의 님 향한 꿈을 깨여 / 일편(一片) 장안(長安)을 일하(日下)의 바라보고 / 외오 굿겨 올히 굿겨 이 몸의 타실넌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천도(天道) 막막(漠漠)하니 / 물을 길이 전혀 업다 복희씨(伏羲氏) 육십사괘(六十四卦) / 천지만물(天地萬物) 상긴 뜻올 주공(周公)을 꿈의 뵈와 / 자시이 뭇잡고져 하날이 놉고 놉하 / 말 업시 놉흔 뜻을 구룸 우희 나난 새야 / 네 아니 아돗더냐 어와 이 내 가삼 / 산(山)이 되고 돌이 되여 어듸 어듸 사혀시며 / 비 되고 믈이 되어 어듸 어듸 우러 녤고 / 아모나 이 내 뜻 알 니 곳 이시면 / 백세교유(百歲交遊) 만세상감(萬世相感) 하리라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 임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 / 드문드문 비치는 달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취거든 /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 동풍이 유정하여 매화향기를 불어 올려 / 고결한 이내 생애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 빈 낚싯대 비껴 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 한강 건너 저어 건덕궁(옥황상제가 거처하는 곳)에 가고 싶구나. / 그래도 한 마음은 조정에 달려 있어 / 연기 묻은 도롱이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 일편장안을 일하에 바라보고 / 외로 머뭇거리며 옳이 머뭇거리며 이 몸의 탓이런가. /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아득하여 알 수 없으니 /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주공을 꿈에 뵈어 /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어디 쌓였으며, /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 아무나 이내 뜻 알 이 곧 있으면 / 영원토록 사귀어서 영원토록 공감하리라.

[출처] 만분가 - 조위|작성자 고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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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분가

                        조  위


천상 백옥경 십이루 어디멘고

오색운 깊은 곳에 자청전이 가렸으니

구만 리 먼 하늘을 꿈이라도 갈동말동

차라리 죽어져서 억만 번 변화하여

남산 늦은 봄에 두견의 넋이 되어

이화 가지 위에 밤낮으로 못 울거든

삼청 동리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바람에 흘리 날아 자미궁에 날아올라 

옥황 향안 전에 지척에 나가 앉아

흥중에 쌓인 말씀 실컷 사뢰리라

아아 이내 몸이 천지간에 늦게 나니

황하수 맑다마는 초객의 후신인가

상심도 가이없고 가태부의 넋이런가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은 고향이라 

십 년을 유락하니 백구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어르는 듯 괴는 듯  

남 없는 님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옥색실 이음 짧아 님의 옷을 못하 여도

바다 같은 님의 은혜 추호나 갚으리라 

백옥같은 이내 마음 님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치니 

일모수죽에 취수도 냉박하구나

유란을 꺾어 쥐고 님 계신 데 바라보니  

약수 가로놓인 데 구름길이 험하구나

다 썩은 닭의 얼굴 첫맛도 채 몰라서  

초췌한 이 얼굴이 님 그려 이리 되었구나

천층랑 한가운데 백 척간에 올랐더니  

무단한 양각풍이 환해 중에 내리나니

억만장 못에 빠져 하늘 땅을 모르겠도다

노나라 흐린 술에 한단이 무슨 죄며

진인이 취한 잔에 월인이 웃은 탓인가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이울었구나

오동 저문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관산 만릿길이 눈에 암암 밟히는 듯 

청련시 고쳐 읊고 팔도한을 스쳐 보니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 산전에 석양이 거의 로다

기다리고 바라다가 안력이 다했던가  

낙화 말이 없고 벽창이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새들 어미도 그리는구나  

팔월 추풍이 띠집을 거두니

빈 깃에 싸인 알이 수화를 못 면하도다 

생리사별을 한 몸에 흔자 맡아

삼천장 백발이 일야에 길기도 길구나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강천 지는 해에 주즙이나 무양한가

밀거니 당기거니 염예퇴를 겨우 지나

만 리 붕정을 머얼리 견주더니  

바람에 다 부치어 흑룡 강에 떨어진 듯

천지 가이없고 어안이 무정하니  

옥 같은 면목을 그리다가 말려는지고

매화나 보내고자 역로를 바라보니   

옥량명월을 옛 보던 낯빛인 듯

양춘을 언제 볼까 눈비를 혼자 맞아  

벽해 넓은 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고  

태상 칠위 분이 옥진군자 명이시니

천상 남루에 생적을 울리시며  

지하 북풍의 사명을 벗기실까

죽기도 명이요 살기도 하나리니   

진채지액을 성인도 못 면하며

누설비죄를 군자인들 어이하리  

오월 비상이 눈물로 어리는 듯

삼 년 대한도 원기로 되었도다   

초수남관이 고금에 한둘이며

백발황상에 서러운 일도 하고 많다   

건곤이 병이 들어 흔돈이 죽은 후에

하늘이 침음할 듯 관색성이 비취는 듯 

고정의국에 원분만 쌓였으니

차라리 할마같이 눈 감고 지내고저   

창창막막하야 못 믿을쏜 조화로다

이러나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도척도 성히 놀고 백이도 아사하니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남화 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고국 송추를 꿈에 가 만져 보고

선인 구묘를 깬 후에 생각하니   

구회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장해음운에 백주에 흩어지니  

호남 어느 곳이 귀역의 연수런지

이매망량이 실컷 젖은 가에 

백옥은 무슨 일로 청승의 깃이 되고

북풍에 혼자 서서 가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님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목란추국에 향기로운 탓이런가  

첩여 소군이 박명한 몸이런가

군은이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 없고   

옥안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지어 혼백조차 흩어지고  

공산 촉루같이 임자 없이 굴러 다니다가

곤륜산 제일봉에 만장송이 되어 있어  

바람 비 뿌린 소리 님의 귀에 들리기나

윤회 만겁하여 금강산 학이 되어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님의 귀에 들리기도 옥황상제 처분이겠구나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삼아 

님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설중에 흔자 피어 참변에 이우는 듯 

윌중소영이 님의 옷에 비취거든

어여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동풍이 유정하여 암향을 불어 올려

고결한 이내 생계 죽림에나 부치고저  

빈 낚싯대 비껴 들고 빈 배를 흔자 띄워

백구 건너 저어 건덕궁에 가고 지고 

그래도 한 마음은 위궐에 달려 있어

내 묻은 누역 속에 님 향한 꿈을 깨어  

일편장안을 일하에 바라보고 외로 머뭇거리며

이몸의 탓이런가 이몸이 전혀몰라

천도막막하니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천지 만물 섬긴 뜻올  

주공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저

하늘이 높고 높아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아무나 이내 뜻 알이 곧 있으면

백세교유 만세상감하리라.



[ 핵심 정리 ]

* 지은이 : 조위(1454-1503, 매계.梅溪) - 성종 5년 문과 급제, 성종의 총애를 받음.  호조

        참판, 충청도관찰사, 동지중추부사 겸 부제관(연산군때). 연산군때 [성종실록] 편찬

        도움. 연산군 4년, 성절사(聖節使)로 명나라에 갔다가 귀국 도중 무오사화를 만나 의

        주에서 잡혀 흡천에 유배. 연산 9. 49세로 유배지에서 병사

* 구성 : 서사, 본사, 결사

        - 서사 : 적소에서 왕에게 흉중에 쌓인 말씀을 실컷 호소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하는 동기

        - 본사 : 사화로 인해 전일의 영화가 현재의 억울하고 처참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

                 으나 이 역시 천명이니 황제의 처분만 바란다는 내용(자기를 굴원에 비유)

        - 결사 : 원한에 쌓인 자기의 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만일 누구든 제 뜻을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평생을 함께 사귀고 싶다고 함

* 주제 :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

* 의의 : 작자가 1498년(연산군4)의 무오사화에서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전남 순천(順天)으

        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누구에게도 호소할 길 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선왕(先

        王:성종)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을 읊었는데, 이 작품은 현존하는 작품 중에서 가장 오

        래된 유배가사이다.



[ 이해와 감상 ]

- 해설 1 -

  조 선 연산군 때 조위(曺偉)가 지은 유배가사. 국한문혼용체.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127구이며, 34조와 44조가 주조를 이루고 23조, 24조 등도 더러 있다. 안정복(安鼎福)의 ≪잡동산이 雜同散異≫ 제44책에 수록되어 전한다.

  작자가 1498년(연산군 4) 무오사화 때 유배되어 전라도 순천에서 지은 가사이다. 유배가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은 지은이가 사화에 연루되어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유배된 뒤 귀양살이하는 원통함을, 천상에서 하계로 추방된 처지에서 옥황상제로 비유된 성종에게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가의(歌意)가 굴원(屈原)의 〈천문 天問〉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정철(鄭澈)의 〈사미인곡 思美人曲〉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 해설 2 -

  ' 만분가'는 유배 가사의 효시로 알려진 작품이다. 작자인 조위(曺偉)가 무오사화(戊午士禍)로 인하여 귀양 간 유배지인 순천에서 지은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작자가 사화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비분강개한 심정을 임금인 성종에게 토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국의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죄 없이 쫓겨나서 '이소(離騷)'를 지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듯이 자신도 죄 없이 귀양 와있다는 것이다. '만분가'는 조선 전기 당쟁의 회오리 속에서 희생된 문신(文臣)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유배가사의 효시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선 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큰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후대에 지어지는 유배가사의 일종인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임금이 계신 곳을 도가의 천상 세계로 설정한 것이라든가, 유배되어 귀양 가있는 작자는 천상에서 옥황상제를 모시던 인물로 설정된 점 등이 모두 '만분가'의 설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선조 유배가사의 중심적인 흐름을 이루면서 이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만분가'는 유배가사의 전개에 끼친 영향과 문학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

천 년의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

천손(天孫)*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 이색 <‘부벽루’>

* 천손 :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을 가리킴.


(나) 귓도리 져 귓도리 에엿브다 져 귓도리

 어인 귓도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 소릐 쟈른 소릐 절절(節節)이 슬픈 소릐 제 혼자 우러 녜어 사창(紗窓) 여왼 잠을 살드리도 깨오는고야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리는 너뿐인가 하노라.

 - 작자 미상 <사설시조>


(다)  천층랑* 한 가운데 백척간에 올랐더니

 ⓐ무단한 회오리 바람이 환해* 중에 나리나니

 억만 장(丈) 못에 빠져 하늘 땅을 모르것네.

 노나라 흐린 술에 한단이 무슨 죄며

 진인이 취한 잔에 월인이 웃은 탓인고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蘭)이 반이나 시들었네.

 오동 저문 날 비에 외기러기 우러옐 제

 관산 만리 길이 눈에 암암 밟히는 듯

 청련시 고쳐 읊고 팔도 한을 스쳐 보니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望夫) 산전(山前)에 석양이 거의로다.

 기다리고 바라다가 안력(眼力)이 다했던고

 낙화 말이 없고 벽창(碧窓)이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 새들 어미를 그리누나!

 ⓒ팔월 추풍(秋風)이 띠집을 거두니

 빈 깃에 쌓인 알이 물불을 못 면하네.

 생리 사별(生離死別)을 한 몸에 혼자 맡아

 삼천 장(丈) 백발이 일야(一夜)에 기도 길샤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벗들아!

 강천 지는 해에 배는 탈이 없는가?

 밀거니 당기거니 염예퇴를 겨우 지나

 만 리 붕정(鵬程)을 멀리곰 견주더니,

 바람에 다 부딪쳐 흑룡강에 떨어진 듯

 천지 가이 없고 어안(魚雁)이 무정하니

 옥 같은 면목을 그리다가 말년지고

 매화나 보내고져 역로(驛路)를 바라보니,

 옥량* [명월]을 예 보던 낯빛인 듯

 ⓔ양춘을 언제 볼고 눈비를 혼자 맞아

 벽해 넓은 가에 넋이 조차 흩어지니,

 나의 긴 소매를 눌 위하야 적시는고.

                              - 조위 <‘만분가’에서>

*천층랑 : 험한 물결.  *환해 : 관리의 사회.  *옥량 : 옥대들보.


1.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물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②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무상감에 젖어 있다.

③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반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과장된 표현으로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⑤ 화자의 시선이 내면에서 외부로 옮아가고 있다.



2.  (가)~(다)의 ‘달’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의 ‘조각달’은 결핍의 의미를, (나)의 ‘달’은 충만의 의미를 담고 있다.

② (가)의 ‘조각달’은 쓸쓸한 상황을, (다)의 ‘명월’은 그리운 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③ (나)의 ‘달’은 정적인 느낌을, (다)의 ‘명월’은 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④ (가), (나)의 달은 관념적 존재이나, (다)의 달은 실제적 존재이다.

⑤ (가)~(다)의 달은 모두 차가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3. (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초월적 존재에 기대어 소망을 이루려 하고 있다.

② 공간적 배경이 시작(詩作)의 모티프가 되고 있다.

③ 세월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④ 인간사와 자연을 대비하여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⑤ 구체적 행위를 통해 화자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4. 수업 시간에 (나)를 바탕으로 평시조 짓기를 하려고 한다. 주어진 조건을 가장 잘 반영하여 지은 것은?

<보기> 

※ 원시(原詩)의 주제 의식을 살릴 것.

※ 비유적 표현을 사용할 것.

① 가을 밤 달빛 아래 귀뚜리 귀뚤귀뚤

   떠나 간 내 님 얼굴 살며시 떠오르네.

   무정타 떠나간 내 님 소식 한 자 없나뇨.

② 집 떠난 석 삼 년에 내 마음 둘 데 없어

   동산에 난 초승달에 고향 소식 묻자 하니

   무심타 저 구름 속에 문 닫고 들어가네.

③ 지나는 바람에 님인가 여겨 나서 보니

   감나무 가지 사이 달빛만 환하구나.

   두어라 달빛 속에나 내 님 모습 보리라.

④ 집 잃은 두견이 무슨 미련 저리 많아

   이 골짝 저 골짝 오명가명 슬피 우나.

   저 두견 내 마음 같아 골골이 울고 가네.

⑤ 꽃 피면 온다 하던 어여쁜 우리 님아

   꽃 져도 아니 오니 차가운 방 홀로 지키네.

   긴긴 밤 잠 못 이룬 채 나무 되어 서 있네.

 

 

5. <보기>의 내용을 참조할 때, (다)의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조위는 연산군 4년(1498)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되어 전라도 순천으로 유배 가게 되었다. 그는 끝내 유배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는데, 이때에 임금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을 그린 작품이 바로 ‘만분가’이다.

① ⓐ : 작자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조정에 불어  친 정치적 파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② ⓑ : 무오사화 당시에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구절로 볼 수 있다.

③ ⓒ : 임금의 사랑을 잃고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작자 자신의 처지로 해석할 수 있다.

④ ⓓ : 무오사화의 화(禍)를 면하기 위해 작자 자신과 동료들이 함께 피난했던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 : 유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작자 자신이 유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답>

1. ①    2. ②    3. ①    4. ⑤    5. ④
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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