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강] 김진형 - 북천가
북천가(北遷歌)
김진형(金鎭衡)
<북천가>는 김진형이 1853년 6월에 명천(明川)으로 귀양가서 그 행 10월에 풀려 나오기까지 기간 동안에 느낀 심정과 체험한 생활, 경험, 견문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을 떠나 유배지로 갔다가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 체험의 특이성으로서, 또 당시 조선 사회의 정치적 현실의 반영과 그의 뛰어난 시적 형상 등으로 인해 우리의 주목을 끈다.
◈ 연대: 53세 유배시(철종 4년 7월)
◈ 내용: 철종 때 김진형이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갔다가 거기서의 생활을 노래한 장편가사이다. 작자가 유배
된 내력과 배소에 있는 기생들과의 풍류, 기생 군산월과의 연정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 특징: <만언사>와 대조적 생활
이
작품에서 작자는 당시의 부패한 정계의 현실과 양반 사대부들의 호화방탕한 생활과 사대부들의 도덕적 위선 등을 잘 반영하여 노래하고
있다. 봉건관료로서 별로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지내며 살아온 과정과 관련하여 당시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작가 자신의 비판적
의식은 아주 약하게 드러나고 있으나 작자의 체험에 밑바탕을 둔 사실적 묘사와 서술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잘 포착하여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상당히 원숙한 예술적 재능을 보여 주고 있으며, 적절한
형용어의 선택, 반복에 의한 강조 등은 작자의 내면 세계와 행동 및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간이 가지는 희비애락의 감정들을 진실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은 미약하나 작품의 형상화 면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형(金鎭衡/1801~1865)
조 선 후기의 문신. 본관 의성. 자 덕수(德錘). 호 겸와(謙窩)·청사(晴蓑). 1850년(철종 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교리(校理)가 되었다. 53년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이 배공당리(背公黨利)를 꾀한다 하여 탄핵하였으나, 오히려 남종순(南鍾順)에게 몰려 명천(明川)에 귀양갔다. 그때 배소(配所)에서의 생활과 귀양간 내력을 기록한 《북천가(北遷歌)》를 지었다. 다시 풀려나와 56년 문과중시에 급제하였다. 64년(고종 1) 시폐(時弊)를 상소하였으며, 상소문 구절 속에 조대비(趙大妃)의 비위를 거슬린 대목이 있어 전라도 고금도(古今島)에 유배되었다.
북천가(北遷歌)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슴 들어보소 과거를 하거들랑 청춘에 아니 하고
오십에 등과하여 백수 홍진 무삼일꼬 공명이 늦으나마 행세나 약바르지
무단히 내달아서 소인의 적이 되어 부월을 무릅쓰고 천문에 상소하니
이전으로 보게 되면 빛나고도 옳건마는 요요한 이 세상에 남다른 노릇이라
소 한 장 오르면서 만조가 울컥한다
세상 사람들아 이 나의 말 좀 들어보시오. 과거를 했지만 젊은 시절에 하지 않고 오십이 되어서야 과거급제하여 늙바탕에 치르는 이 고생이 무슨일인가. 이름을 드높히는데 힘썼던 것이 늦으나마 세도 부리는 것이나 약싹빨라야했는데 마음대로 내달아서 소인배의 적이 되어 중형을 무릅쓰고 임금님께 상소를 올리니 옛날 같았으면 빛나고도 옳은 일이건만 어수선한 이세상에 부질 없는 노릇이라. 상소 한 장 올려서 온 조정이 울컥한다.
어와 황송할사 천위가 진노하사 삭탈관직 하시면서 엄치하고 꾸중하니
운박한 이 신명이 고원으로 돌아갈새 추풍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 상소 끝에 명천정배 놀랍도다 창망한 행색으로 동문에서 대죄하니
고향은 적막하고 명천이 이천리라 두루막에 흰 띄 띄고 북천을 향해서니
사고무친 고독단신 죽는 줄 그 뉘 알리 사람마다 당케 되면 울음이 나련마는
군은을 갚으리라 쾌함도 쾌할시고 인신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 입어
엄지를 봉승하여 절역으로 가는 사람 천고에 몇몇이며 아조에 그 뉘런고
칼짚고 일어서서 술 먹고 노래하니 이천리 적객이라 장부도 다 울시고
좋은 듯이 말을 하니 명천이 어디맨가
어허 분에 넘친다. 임금님께서 크게 노하셔서 관직을 빼앗으시며 엄중히 다스리시고 꾸짖으시니, 운 없는 이 목숨이 고양으로 돌아갈 새 가을 바람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소인)의 상소 끝에 명천으로 귀양가니 놀랍도다. 멍한 모습으로 동문에서 처벌을 기다리니 고향은 고요하고 명천은 이천 리 밖이라. 두루마기에 흰 띄를 매고 북천을 향해서 서니 의지할 만한 데 전혀 없이 죽을 줄 그 누가 알리. 사람이 당하게 되면 울음이 나련만은 나는 임금의 은혜를 갚으리라. 좋기도 좋을시고 충신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를 입어 엄한 지시를 받아 멀리 떨어지는 곳으로 가는 사람은 세상에 몇몇이며 우리 왕조에 그 누가 있으련가.
더위는 홀로 같고 장마는 극악한데 나장이 뒤에 서고 청노는 앞에 두고
익경원 내달아서 다락원 잠간 쉬어 축성령 넘어가니 북천이 멀어간다
슬프다 이내몸이 영주각 신선으로 나날이 책을 끼고 천안을 뫼시다가
일조에 정을 떼고 천애로 가겠구나 구중을 첨망하니 운연이 아득하고
종남은 아아하여 몽상에 막연하다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물 건너고 재를 넘어 십리 가고 백리 가니 양주땅 지난 후에 포천읍 길가이고
철원 지경 밟은 후에 정평읍 건너 보며 금화금성 지난 후는 회양읍 막죽이라
강원도 북관길이 듣기 보기 같으구라 회양서 중화하고 철령을 향해 가니
천험한 청산이요 촉도 같은 길이로다
요란한 운무중에 일색이 끝이 난다 남여를 잡아 타고 철령을 넘는구나
수목이 울밀하여 엎어지락 자빠지락 중허리에 못올라서 황혼이 거의로다
상상봉 올라서니 초경이 되었구나 일행이 허기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떡맛이 이상하여 향기롭고 아름답다 횃불을 신칙하여 화광중에 내려가니
남북을 몰랐으니 산형을 어이 알리 삼경에 산을 내려 탁막에 잠을 자고
새벽에 떠나서서 안변읍 어디매뇨 할일 없는 내 신세야 북도적객 되었구나
함경도는 초면이요 아태조 고토로다
산천이 광활하고 수목이 만야한데 안변읍 들어가니 본관이 나오면서
포진병장 신칙하고 공식을 공궤하니 시원케 잠을 자고 북향하여 떠나가니
원산이 여기런가 인가도 굉장하다 바다 소리 요란한데 물화도 장할시고
덕원읍 중화하고 문천읍 숙소하고 영흥읍 들어가니 웅장하고 가려하다
태조대왕 태지로서 총총 가거뿐이로다 금수산천 그림 중에 바다 같은 관새로다
선관이 즉시 나와 위로하고 관대하며 점심상 보낸 후에 채병화연 등대하니
죄명이 몸에 있어 치하고 환송한 후 고원읍 들어가니 본수령 오공신은
세의가 자별키로 날 보고 반겨 하네 천대객지 날 반길이 이 어른뿐이로다
책방에 맞아들여 음식을 공궤하며 위로하고 다정하니 객희를 잊겠구나
북마 주고 사령 주고 행자 주고 의복 주니 잔읍행세 생각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능신하고 발행하니 운수도 고이하다 갈 길이 몇 천리며 온 길이 몇 천린고
하늘 같은 저 철령은 향국을 막아 있고 저승같은 귀문관은 올연히 섞였구나
표풍 같은 이내 몸이 지향이 어디매뇨 초원역 중화하고 함흥 감영 들어가니
만세교 긴 다리는 십리를 뻗어있고 무변대에 창망하여 대야를 들러 있고
장강은 도도하여 만고에 흘렀구나 구름 같은 성첩보소 낙빈루 높고 높다
만인가 저녁연기 추강에 그림이요 서산에 지는 해는 원객이 시름이다
술 잡고 누에 올라 칼 만지며 노래하니 무심한 뜬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유의한 강적 소리 객회를 더쳤세라 사향한 이내 눈물 장강에 던ㅈ 두고
백청루 내러와서 성내에서 잠을 자니 서울은 팔백리요 명천은 백구리라
비 맞고 유삼 쓰고 함관령 넘어가니 영태도 높거니와 수목도 더욱 장타
남여는 날아가고 대로는 설였구나 노변에 섰는 비석 비각단청 요조하다
태조대왕 소시절에 고려국 장수되어 말갈에 전승하고 공덕이 어제 같다
역말을 갈아 타고 홍원읍 들어가니 무변해색 둘렀는데 읍양이 절묘하다
중화하고 떠나 서니 평포역 숙소로다 내 온 길 생각하니 처만리 되었구나
실 같은 목숨이요 거미 같은 근력이라 천천히 길을 가면 살고서 볼 것인데
엄지를 뫼셨으니 일신들 지체하랴 죽리를 가라진ㅎ고 수화를 불분하니
만신에 땀이 돋아 성종 지경 되었구나 골수에 든 더위는 자고 새면 설사로다
나장이 하는 말이 나으리 거동 보소 엄엄하신 기력이요 위태하신 신관이라
하루만 조리하여 북청읍에 묵사이다 무식하다네 말이야 엄지 중일신이라
생사를 생각하랴 일시를 유체하랴 사람이 죽고 살기 하늘에 달렸으니
네 말이 기특하나 가다가 보자꾸나
북청서 유소하고 남송정 돌아드니 무변대해 망망하여 동천이 가이 없다
만산은 첩첩하여 남향이 아득하다 마곡역 중화하고 마천령 다다르니
안밖재 육십리라 하늘에 맞닿았고 공중에 걸린 길은 참바같이 설였구나
달래덤불 얽혔으니 천일이 밤중 같고 층암이 위태하니 머리 위에 떨어질 듯
하늘인가 땅이런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상상봉 올라서니 보이는 게 바다이고
넓은 것이 바다이다 몇날을 길에 있어 이 재를 넘었던고 이 영을 넘은 후에
고향 생각 다시 없네 천일만 은근하여 두상에 비췄구나 원평읍 중화하고
길주읍 들어가니 성곽도 장커니와 여염이 더욱 좋다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읍내서 묵자하니 본관폐 불안하다 원 나오고 책방 오니 초면이 친구 같다
음식은 먹거니와 포진 기생 불관하다 엄지를 뫼셨으니 꽃자리 불관하고
죄명을 가졌으니 기생이 호화롭다 운박하온 신명 보면 분상하는 상주로다
기생을 물리치고 금연을 걷어내니 본관이 하는 말이 영남양반 고집이라
모우하고 떠나 서니 명천이 육십리라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의 고토로다
황사의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이요 팔십리 광연못은 소부의 만양도다
회홍동 이릉뫼는 지금의 원억이요 백용해 때문관은 앞재 같고 뒷뫼 같다
고참역마 잡아타고 배소를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여각에 들어앉아 패문을 붙인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선하니
본관 전갈하고 공형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에 전갈하여 뫼셔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곳이 어디매냐 주인의 집 찾아 가니
높은대문 넓은사랑 삼천석군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교리의 이번 정배 죄없이 오는 줄을 북관 수령 아는 바요
만인이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 기생 다 불러라
오늘부터 노잣구나 호반의 규모런가 활협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한 사람이라 화광빈객 꽃자리에 기락이 무엇이냐
역에서 말을 잡아타고 귀양지에 들어가니 백성들은 번성하고 성곽은 웅장하다. 나그네집에 들어앉아 편지를 부친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전하니 본관이 전갈을 하고 공형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에 귀한 음식상을 주인과 육각 소리를 앞세워 오며 처소에 전갈하며 뫼셔오라 하네. 슬프다. 이런 일이 꿈에나 있었던가. 이곳은 어디인가. 주인의 집에 찾아가니 높은 대문과 넓은 사랑채, 삼천석꾼의 집이구나.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를 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교리 이번 유배는 죄 없이 오는 줄 북관의 모든 수령이 아는 바요. 모든이가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하지 말고 나와 함께 놉시다. 이쁜 기생 다 불러라."
규문에 퇴송하고 혼자 앉아 소일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인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하니 글제 내고 고쳐지라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만 보았다가 문관의 풍성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 한가하면 풍월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이라 시주에 회포 붙여 불출문의 하오면서 편케편케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에 서리 온다 남천을 바라보면 기러기 처량하고
북방을 굽어 보니 오랑캐 지경이라 개가죽 상하착은 상놀들이 다 입었고
조밥 피밥 기장밥은 기민의 조석이라 본관의 성덕이요 주인의 정성으로
실 같은 이내 목숨 달반을 걸렸더니 천만의외 가신 오며 명녹이 왔단 말가
놀랍고 반가워라 미친놈 되었구나 절세에 있던 사람 항간에 돌아온 듯
나도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있었던가 서봉을 떼어 보니 정찰이 몇 장인고
폭폭이 친척이요 면면이 가향이라 지면의 자자획획 자질의 눈물이요
옷 위의 그림 빛은 아내의 눈물이다 소동파 초운인가 양대운우 불쌍하다
그중에 사람 죽어 돈몰이 되단 말가 명녹이 대코 앉아 눈물로 문답하니
집떠난지 오래거든 그후 일을 어이 알리 만수천산 멀고먼데 네 어찌 돌아가며
덤덤히 쌓인 회포 다 이룰 수 없겠구나 녹아 말들어라 무사히 돌아가서
우리집 사람더러 살았더라 전하여라 죄명이 가벼우니 은명이 쉬우리라
거연히 추석이라 가가이 성묘하네 우리 곳 사람들도 소분을 하나니라
본관이 하는 말이 이곳의 칠보산은 북관중 명승지라 금강산 다툴지니
칠보산 한번 가서 방피심산 어떠하뇨 나도 역시 좋거니와 도리에 난처하다
원지에 쫓인 몸이 형승에 노는 일이 분의에 미안하여 마음에 좋건마는
못 가기로 작정하니 주인의 하는 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악양루 환강경은
왕등의 사적이요 적병강 제석놀음 구소의 풍정이니 금학사 칠보놀음
무슨 험 있으리요 그 말을 반겨 듣고 황망히 일어나서 나귀에 술을 싣고
칠보산 들어가니 구름 같은 천만봉은 화도강산 광경이라 박달령 넘어가서
금장동 들어가니 곳곳의 물소리는 백옥을 깨쳐 있고 봉봉의 단풍 빛은
금수장을 둘렀세라 남여를 높이 타고 개심사에 들어가니 원산은 그림이오
근봉은 물형이라
육십명 선비들이 앞서고 뒤에 서니 풍경도 좋거니와 광경이 더욱 장타
창망한 지난 회포 개심사에 들어가서 밤 한 경 새운 후에 미경에 일어나서
소쇄하고 물을 여니 기생들이 앞에 와서 현신하고 하는 말이 본관사도 분부하되
김교리님 칠보산에 너 없이 놀음 되랴 당신은 사양하되 내 도리에 그럴소냐
산신도 섭섭하고 원학도 슬프리라 너희들을 송거하니 나으린들 어찌하랴
부디부디 조심하고 칠보청산 거행하다 사도의 분부 끝에 소녀들이 대령하오
우습고 부끄럽다 본관의 정성이여 풍류남자 시주객은 남관에 나뿐인데
신선의 곳에 와서 너를 어찌 보내리오 이왕에 너희들이 칠십리를 등대하니
풍류남자 방탕성이 매몰하기 어려왜라
방으로 들라하여 이름 묻고 나 물으니 한 년은 매향인데 방년이 십팔이요
하나는 군산월이 십구세 꽃이로다 화상 불러 음식 하고 노래시켜 들어보니
매향의 평우조는 운우가 흩어지고 군산월의 해금소리 만학청봉 푸르도다
지로승 앞세우고 두 기생 옆에 끼고 연화만곡 깊은 곳에 올라가니
단풍은 비단이요 송성은 거문고라 상상봉 노적봉과 만사암 천불암과
탁자봉 주작봉은 그림으로 둘러지고 물형으로 높고 높다 아양곡 한 곡조를
두 기생 불러내니 만산이 더 높으고 단풍이 더 붉도다 옥수로 양금 치니
송풍인가 물소리가 군사월의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춘산에 풀손인가
안동밧골 금랑인가 양금 위에 노는 손이 보드랍고 알스럽다
남녀 타고 전향하여 한 마루 올라가니 아까 보던 산모양이 홀지에 환영하여
모난 불이 둥그렇고 희던 바위 푸르구나 절벽에 새긴 이름 만조정 물색이라
산을 안고 들어가니 방선암이 여기로다 기암괴석 첩첩하니 갈수록 황홀할사
일리를 들어가니 금강굴 이상하다 차아한 높은 굴이 석색창태 새로워라
연적봉 구경하고 회상대 향하다가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터니
어디서 일성가곡 중천으로 일어나니 놀라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일지단풍 꺽어 쥐고 녹의홍상 고은 몸이 만장암 구름 위에 사람을 놀랠시고
어와 기절하다 이내몸 이른 곳이 신선의 지경이라
평생의 연분으로 천조에 득죄하여 바람에 부친듯이 이 광경 보겠구나
연적봉 지난 후에 이 선녀를 따라가서 연화봉 저 바위는 청천에 솟아일고
배바위 채석봉은 면전에 버려있고 생활봉 보살봉은 신선의 굴혈이라
매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에 군월산 앉은 거동 아주 분명 꽃이로다
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사로 줄을 매워 대쪽으로 타는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섬섬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하다 네 거동 보고나니 군명이 엄하여도
반할 번 하겠구나 영웅절사 없단 말은 사책에 있느니라 내 마음 단단하나
내게야 큰 말하랴 본 것은 큰 병이요 안본 것이 약이던가 이천리 절세중에
단정히 몸가지고 기적을 잘한 것이 아주 무두 네 덕이라 양금을 파한 후에
절집에 내려오니 산중의 찬물 소리 정결하고 향기 있다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 높던 일이 저승인가 몽중인가 국은인가 천은인가 천애에 이 행객이
이럴 줄 알았더냐 흥진하고 돌아와서 수노불러 분부하되 칠보산 유산시는
본관이 보내기로 기생을 다렸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호화한중 불안하다
다시는 지휘하여 기생이 못 오리라 선비만 다리고서 심중에 기록하니
청산이 그림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녹수는 길이 되어 종이 위에 단청이라
군산월 녹의홍장 깨고나니 꿈이로다 일월이 언제던고 구월구일 오늘이라
광한림 이적선은 용산에 높이 쉬고 조선의 김학사는 재덕산에 올랐구나
백주향화 앞에 놓고 남향을 상상하니 북병산 단풍경은 김학사 차지요
이하의 황국화는 주인이 없었구나
파리한 늙은 아내 술을 들고 슬프던가 추월이 낮 같으니 조운의 회포로다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 보려하고 팔십리 경성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창연히 들어가니 북해상 대택중에 한가하고 외로워라 추강은 가 없는데
갈 꽃은 슬프도다 창파는 망망하여 회색을 연하였고 낙엽은 분분하여
청공에 나렸구나 충신의 높은 자취 어디가서 찾아보랴 어와 거룩할사
소중량 거룩할사 나도 또한 이럴망정 주상님 멀리 떠나 절역에 몸을 던져
회포도 슬프더니 오늘날 이 섬위에 정성이 같았구나 낙일에 칼을 잡고
후리쳐 돌아서니 병산의 풍설중에 촉도 같은 길이로다 귀문관 돌아서니
음침하고 고이하다 삼척을 드러서니 일신이 송구하다
노방에 일분토는 왕소군의 천총인가 처량한 어린 혼이 백야에 슬프도다
춘풍에 한을 먹고 홍엽을 울렸구나 쟁쟁한 환패 소리 월야에 우느니라
술 한 잔 가뜩 부어 방혼을 위로하고 유정으로 들어가니 명천읍이 십리로다
탄막에 들렀다가 경방자 달려드니 무슨 기별 왔다던고 방환 기별 나렸도다
천은이 망극하여 눈물이 망망하다 문적을 손에 쥐고 남향하여 백배하니
동행의 거동 보소 치하하고 거록하다 식전에 말을 달려 주인을 찾아가니
만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인이 되었구나
천은을 덮어쓰고 양계를 다시 보니 삼천리 고향 땅이 지척이 아니런가
행장을 재촉할 제 군산월이 대령한다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치하하네
나으리 해배하니 작히작히 감축할가 칠보산 우리 인연 춘몽이 아득하다
이날에 너를 보니 그것도 군은인가 그렸다가 만난 정이 맛 나고도 향기롭다
탄막에 들렀다가 사환이 달려드니 무슨 기별이 왔다는 것인가. 돌아오라는 기별이 내려졌도다. 임금의 은혜가 한이 없어 눈물이 흘러넘친다. 문적(교지따위)을 손에 쥐고 남쪽으로 향하여 백번 절하니, 동행들의 거동을 보소. 축하하고 거룩하다. 식전에 말을 달려 본관을 찾아가니 모든 사람들이 경사로다 광경이 그지 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범한 사람이 되었구나. 임금의 은혜를 입고 양계를 다시보니 삼천 리 밖에 있던 고향 땅이 이제 바로 코앞이 아닌가. 행장 꾸리는 것을 재촉할 때 군산월이 대령하였다. 선연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축하하네. "나으리 귀양을 풀어주니 오죽 축하드리겠습니까"
본관의 거동 보소 삼현육각 거느리고 이곳을 나오면서 치하하고 손 잡으며
김교린가 김학산가 성군의 은택인가 나도 이리 감축커든 임자야 오죽할까
홍문 교리 정든 사람 일시라 전케하랴 지금으로 제안하고 그 길로 나왔노라
이다지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었구나
형극중에 씻긴 난초 옥분에 옮겼구나 진애의 야광주가 박물군자 만났구나
신풍에 뭍힌 칼이 뉘를 보고 나왔더냐 꽃다운 어린 자질 임자를 만났구나
금병화촉 깊은 밤에 광풍제월 닭 밝은 날 글 지으며 화답하고 술 가지면 동배하니
정분도 깊거니와 호사도 그지없다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찾아 가니
본관의 성덕 보소 남복 짓고 종 보내며 이백량 횡재 내어 저 하나 따라주며
거행에 하는 말이 뫼시고 잘 가거라 나으리 유경시에 네게야 내외할까
천리강산 대로중에 김학사 꽃이 되어 비위를 맞추면서 좋게좋게 잘 가거라
승교를 앞세우고 풍류남자 뒤 따르니 오던 길 넓고 넓어 귀흥이 그지 없다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금연화촉 넓은 방에 기락이 가득하다
군산월이 하나이다 풍정이 가득하다 연연한 군산월이 금상첨화 되었구나
신조에 발행하여 익병에 중화하고 창해는 망망하여 동천에 그지없고
병산은 중중하여 면면이 섭섭도다
추풍에 채를 들고 성진을 들어가니 북병사 마주 나와 두 군관 합석하니
상읍관가 군병이오 길주 관청 홍안이라 금촉이 영롱한데 병사의 호강이라
북관이 하는 말이 학사에 다린 사람 얼굴이 기이하다 서울겐가 북도겐가
청직인가 방자인가 이름은 무엇이며 나는 지금 몇 살인고 손 보고 눈대보니
남중일색 처음보네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종적을 감추우고 풍악중에 앉았으니 병사가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김교리 청직이야 내곁에 이리 오라 위령을 못하여서
공손히 나아드니 손내 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고 총모피 털토시에
옥수를 반만 내어 덥석 드리 쥐라할제 빼치고 일어서니 계집의 좁은 소견
미련코 매몰하다
사나이 모양으로 손달라면 손을 주고 흔연하고 천연하면 위여위여 하련마는
가뜩이 수상하여 치보고 내려보고 군관이나 기생이나 면면이 보던 차에
매몰이 빼치는 양 제 버릇 없을소냐 병사가 눈치 알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김학사의 아내신 줄 내 정영 몰랐구나 만당이 대소하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아까 섰던 남자몸이 계집통정 하겠구나 양색단 두루막이 옥판 달아 애암쓰고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청강의 옥동인가 화원의 범나비냐
닭 울며 일출 구경 망양정 올라가니 금촉에 꽃이 피고 옥호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를 건너보니 일색이 오르면서 당홍바다 되는구나
부상은 지척이오 일광은 술회로다 대풍악 잡아 쥐고 태산을 굽어 보니
부유 같은 이 내 몸이 성은도 망극하다 북관을 몰랐더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 넘어간다 구름 위에 길을 두고 남여로 올라가니
군산월이 앞세우고 안전에 꽃이 피고 군산월이 뒤세우면 후면에 선동이라
단천에 중화하고 북청읍 숙소하니 반야에 깊은 정은 금석 같은 언약이오
태산 같은 인정이라 홍원에 중화하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관대하네 고을도 크거니와 기악도 끔찍하다 대풍악 파한 후에
행절이만 잡아두니 행절이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청수부용 평신이오
운우양대 태도로다
효두에 발행하여 고원을 들어가니 주수의 반기는 양 내달아 손 잡으며
경사를 만났구나 문천에 중화하고 원산장터 숙소하니 명천이 천여리요
서울이 육백리라 주막집 깊은 밤에 밤한경 새운 후에 계명시에 소쇄하고
군산월을 깨워내니 몽롱한 해당화가 이슬에 휘젖는 듯 괴코도 아름답다
유정하고 무정하다 옛일을 이를 게니 네 잠간 들어봐라 이전에 장대장이
제주목사 과만 후에 정들었던 수청기생 버리고 나왔더니 바다를 건는 후에
차마 잊지 못하여서 배 잡고 다시 가서 기생을 불러내어 비수 빼어 버린 후에
돌아와 대장 되고 만고명인 되었으니 나 본래 문관이라 무변과 다르기로
너를 도로 보내는 게 이것이 비수로다 내 본래 영남 있어 선비의 졸한 몸이
이천리 기생 싣고 천고에 없는 호강 끝나게 하였으니 협기하고 서울 가면
분의에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부디부디 잘 가거라 다시 볼 날 있으리라
군산월이 거동보소 깜짝이 놀라면서 원망으로 하는 말이 버릴 심사 계셨으면
중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 호려다가 사무친척 외론 곳에 게발물어 던지시니
이런 일도 하나있가 나으리 성덕으로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키로
풍전낙화 되었구나 오냐 오냐 나의 뜻은 그렇지 아니하여 십리만 가잤더니
천리나 되었구나 저도 부모 있는 고로 원리한 심회로서 웃으며 그리 하오
눈물로 그리 하오 효색은 은은하고 추강은 명랑한데 홍상에 눈물 나려
학사두발 희겠구나 승교에 담아내어 저 먼저 회송하니 천고에 악한 놈
나 하나 뿐이로다 말 타고 돌아서니 이목에 삼삼하다 남자의 간장인들
인정이 없을소냐 이천리 장풍유를 일조에 놓쳤구나 풍정도 잠간이라
흥진비래 되었구나
안변원이 하는 말이 어찌 그리 무정하오 판관사도 무섭던가 남의 눈이 무섭던가
장부의 헛된 간장 상하기 쉬우리라 내 기생 봉선이를 남복시켜 앞세우고
철령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잊게 하소 봉선이를 불러드려 따라가라 분부하니
자색이 옥골이라 군산월이 고은 모양 심중에 깊었으니 새낯보고 잊을소냐
풍설이 아득한데 북천을 다시 보니 춘풍에 아는 꽃이 진흙에 구르다가
추천의 외기러기 짝없이 가는 이라 철령을 넘을 적에 봉선이를 하직하고
에꾸즌 이 내 몸이 하는 것이 이별이라 조히 있고 잘 가거라 다시 어찌 못 만나랴
남여로 내 넘으니 북도산천 끝이 난다 서름도 지나가고 인정도 끝이 나고
풍류는 끝이나고 남은 것이 귀흥이라 회양에 중화하고 금화 금성 지난 후에
영평읍 들어가서 철원을 밟은 후에 포천읍 숙소하고 왕성이 어디매뇨
귀흥이 도도하다
갈 적에 녹음방초 올 적에 풍설이오 갈 적에 백의러니 올 적에 청포로다
적객이 어제러니 영주학사 오늘이야 술 먹고 마릉ㄹ 타고 풍월도 절로 나고
산 넘고 물 건너며 노래로 예 왔구나 만사여생 이 몸이오 천고호걸 이 몸이라
축성령 넘어가니 삼각산 반가와라 중천에 솟았으니 귀흥이 높아 있고
만수에 상화 피니 설상이 춘광이라 삼각에 재배하고 다락원 들어가니
관주인 마주 나와 우름으로 반길시고 동대문 들어가니 성상님이 무강할사
행장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가올 적에 새재를 넘어서니 영남이 여기로다
오천서 밤 새우고 가산에 들어오니 일촌이 무양하여 이전 있던 행각이라
어린 것들 반갑구나 이끌고 안에 드니 애쓰던 늙은 아내 부끄러워 하는구나
어여쁠사 수득 어미 군산월이 네 왔더냐 박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삼천리 남북풍장 일장춘몽 깨었구나 어와 김학사야 그릇타 한을 마라
남자의 천고사업 다하고 왔느니라 강호에 편케 누워 태평에 놀게 되면
무슨 한이 또 있으며 구할 일이 없으리라 글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후세에 남자되야 남자를 부려말고 이 내 노릇 하게되면 그아니 상쾌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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