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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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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가 - 홍순학

2009. 6. 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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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 |

연행가

홍순학

 

 

 

  총 3,924구로 된 장편 기행 가사로 고종 3년(1866)에 고종이 왕비를 맞이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중국에 사신을 보낸 진하사은겸주청사행(進賀謝恩兼奏請使行)에, 지은이 홍순학이 서장관(書狀官)으로 따라가서 북경에 갔다가 온 130여 일 간의 여정과 견문을 노래한 작품이다.

 가 사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장편인 까닭으로 노정이 자세하고 서술 내용이 풍부하며, 치밀한 관찰력으로 대상을 자세하고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에게 생동감을 준다. 고사 성어나 한자의사용을 억제하고 순 한글로 기록하여 서민 계층의 독자를 겨냥한 것은 조선 후기 가사의 한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김인겸의 <일동장유가>와 더불어 조선 후기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 갈래: 가사[양반가사, 후기 가사, 기행 가사, 사행 가사(使行歌辭)]

◈ 연대: 1866(고종 3년)

◈ 별칭: '병인 연행가(丙寅燕行歌)', 북원록(北轅錄)', '연행록(燕行錄)'

◈ 율격: 4·4조, 4음보격을 기조로 한 가사체

◈ 성격: 사실적, 비판적, 묘사적, 서사적. 보고형식

◈ 서술상 특징

    * 치밀한 관찰력으로 대상을 자세히 묘사하였다.

    * 형식은 운문이나 내용은 관찰, 보고로서 산문에 가깝다.

    *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에게 생동감을 준다.

    * 고사 성어나 한시 구절보다는 소박한 표현이 사용되었다.

    * 견문 중심으로 기술되어 전체적으로 사고의 깊이가 떨어진다.

◈ 필자의 태도

    * 문화적 우월 의식과 오랑캐에 대한 경멸감.

    * 선진 문물에 대한 부러움 및 경이감

    * 처음 보는 것들에 대한 신기함

  

 

홍 순학이 지은 이 작품은 중국을 다녀 온 내용을 적은 것으로, 중국에 가는 목적이 주로 사행(使行)이었으므로 이런 내용을 가진 작품들을 가리켜 사행 가사라고도 한다. 이 작품은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와 더불어 조선 전기의 양반 가사를 계승하는 대표적인 후기 가사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작품의 길이가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내 용은, 고종의 왕비를 책정한 일로 고종 3년(1866)에 중국에 사신을 보낸 진하사은 겸주청사행(進賀謝恩兼奏請使行)에 서장관(書狀官)으로 청나라에 다녀 온 것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일행이 4월 9일 서울을 출발하여 6월 6일 북경에 당도하고 40일 간의 부경 체류 후 8월 23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130여일 간의 여정에서 보고 들은 바를 기술하였다.

 작 품의 시작은 서울을 떠나 모화관, 무악재, 홍제원, 녹번, 박석, 구파발, 창릉내, 고양, 파주목, 임진강, 진서루, 장단부, 송도, 만월대, 선죽교, 청석관, 금천, 청단역, 돌여울, 평산부, 곡산부, 중화참, 총수관, 서흥부, 검수관, 봉산군, 사인암, 황주, 월파루, 중화부, 이천역, 대동역, 평양에 이르며, 평양에서 연광정, 부벽루, 대동문, 청류벽, 전금문, 영명사, 칠성문, 기자문 등을 돌아본 뒤 순안현, 숙천부, 안주성, 만경루, 백상루, 청천강, 박천, 가산, 샛별령, 납청정, 정주성, 북장대, 곽산군, 선천부, 위검정, 동림진, 차련관, 철산, 서림진, 양채관, 용천, 청류암, 석계교, 소곶관 등을 거쳐 의주 들어가 취승당과 통군정을 구경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 다음이 교과서에 실린 부분인데, 압록강 도강 장면에서 시작하여 구련성, 금석산, 온정평을 거쳐 봉황성에 이르러 보게 된 호인(好人)의 인상, 남녀의 모습, 옷차림, 가옥 구조, 식생활, 짐승치기, 육아법, 베짜기 등을 묘사한 것이다.

 그 뒤에는 북경에 이르기까지의 도정과 북경에서 보고 느낀 점을 담고 있고, 다시 돌아오는 노정을 따라 중국 풍물의 묘사가 이어진다. 압록강을 건너기까지는 고국의 산천과 거기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사실적이면서도 정감 있게 묘사하였으며, 도강 이후는 중국의 제반 풍물·세태·자연 풍치 등을 뛰어난 관찰력으로 그려 내었다.

 

 

본 관 남양(南陽). 자 덕오(德五). 1857년(철종 8) 문과에 급제하여 정언 ·수찬관을 거쳐 1866년(고종 3) 주청사(奏請使)의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장편의 기행가사(紀行歌辭) 《연행가(燕行歌)》를 지었다. 대사헌 ·대사간 ·예조참의를 지내고 1884년 감리인천항(監理仁川港) 통상사무가 되고 이듬해 인천부사(仁川府使)를 겸임하였으며, 그 뒤 협판교섭(協辦交涉) 통상사무를 지냈다.

 

 

♧ 편방: 한쪽을 치우친 곳, 곧 우리 나라                   ♧ 가례봉: 민치록의 딸을 왕비로 책봉한 일

♧ 상국: 청나라 ♧ 쥬청: 임금께 상주하여 청원함      ♧ 상: 사신의 수석. 정사(政使)

♧ 뉴 승상: 우의정 유휴조를 말함                             ♧ 셔시랑: 예조시랑 서당보를 말함

♧ 어: 삼사(三使)에 드는 사람으로, 왕명에 의해 특별한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 임시직

♧ 셔장관: 삼사의 하나로서, 여기서는 지은이 자신을 가리킴

♧ 겸집: 겸직의 잘못                                               ♧ 사복 판 : 말[馬]의 일을 맡아보던 관청의 판사

♧ 어영 낭청: 조선시대 군부를 맡아보던 관청의 당사관

♧ 쇼년 공명: 일찍 출세함

  

 

아 아, 하늘과 땅 사이에 남자 되기가 쉽지 않다. 변방에 위치한 나라에 사는 내가 중국 보기를 원했더니, 고종 3년 3월에 가례 책봉이 되오시니, 국가의 큰 경사요 백성의 복이라. 청나라에 청원하기 위해 세 명의 사신을 뽑아 내시니, 정사에는 우의정 유후조요, 부사에는 예조 시랑 서당보로다. 일행 중에 어사인 서장관은 직책이 소중하구나. 겸직으로 사복 판사와 어영 낭청을 하였으니, 이 때의 나이가 이십오 세라 이른 출세가 장하구나.

▶ 가례 책봉 주청사의 서장관으로 임명된 기쁨

 

 

♧ 도강: 강을 건넘

♧ 방물: 감사나 수령이 임금께 바치던 그 고장의 산물, 여기서는‘청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봉물’을 말함

♧ 다담상: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차린 상                      ♧ 젼별: 잔치를 베풀어 작별함

♧ 상별곡: 조선의 12가사 중 하나로 남녀간의 그리움을 노래한 것

♧ 장계: 감사나 출장 관원이 임금에게 보고하는 글        ♧ 더리고: 떨뜨리고. 거만하게 뽐내고

♧ 거국지회(去國之懷): 나라를 떠나는 감회                   ♧ 그음업셔: 한이 없어

♧ 홍상: 여인이 입는 붉은 치마, 곧,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함

♧ 뉵인교: 여섯 사람이 메는 가마

♧ 장독교: 뒤는 벽처럼 되고, 양 옆은 창이며, 뚜껑은 지붕처럼 된 가마

♧ 등 : 미리 준비하고 기다림                                   ♧ 젼 : 벼슬아치의 행차 때 앞을 인도하는 하인

♧ 토인:‘통인’의 오자(誤字)                                           ♧ 좌견: 말에 다는 긴 고삐

♧ 공형:‘삼공형’의 준말. 호장, 이방, 수형리를 이름         ♧ 급창: 관아에서 부리던 사내 종

♧ 마두: 역마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벼슬아치                 ♧ 셔 : 각 역에서 일하던 벼슬아치

 

여 름 5월 7일이 압록강을 건너는 날짜로 정해졌네. 가지고 갈 물건을 점검하고 여행 장비를 잘 정돈하여 압록강가에 다다르니 송객정이 여기로구나. 의주 부윤이 나와 앉아서 다담상을 차려 놓고, 세 사신을 전별하는데 구슬프기도 한이 없다. 한 잔 한 잔 또 한잔으로 서로 앉아 권고하고, 상사별곡 한 곡조를 차마 듣기 어려워라. 장계를 봉투에 넣어 봉한 후에 떨뜨리고 일어나서, 나라를 떠나는 감회가 한이 없어서 억제하기 어려운 중 여인의 꽃다운 눈물이 마음 속의 회포를 더하게 하는구나. 육인교를 물려 놓으니 장독교를 대령하고, 가마 앞 통인이 하직하니 일산과 말고삐만 있고, 삼공형과 급창이 물러서니 마두와 서자만 남았구나.

 

♧ 소션: 자그마한 배                                               ♧ 요요고: 멀어 아득하고

♧ 광 : 햇살의 빛깔                                            ♧ 비치 못 : 비하지 못할

♧ 츌셰: 세상에 내어남

♧ 시: 부모나 조부모가 살아 계시어 모시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처지

♧ 이측: 부모의 곁을 떠남                                       ♧ 이위졍: 부모님 곁을 떠나는 정

역: 여행의 괴로움                                           ♧ 양국지경: 두 나라의 경계

♧ 난화스니: 나누었으니                                         ♧ 구연셩: 만주 압록강 연안에 있는 옛 성

♧ 통군졍: 평안 복도 의주군 압록강변에 있는 정자 이름           ♧ 쥬금: 조금

♧ 무인지경: 사람이 없는 곳                                    ♧ 울밀: 나무가 빽빽하고 조밀함

♧ 발인의 : 버린 땅에                                         ♧ 왕왕: 끝없이 넓고 깊음

♧ 호포지환: 호표지환(虎豹之患)의 오기인 듯. 호랑이와 같은 맹수에게 당하는 해(害)

 

 

 한 조각 자그마한 배를 저어 점점 멀리 떠서 가니, 푸른 봉우리는 겹겹으로 쌓여 나를 보고 즐기는 듯, 흰구름은 멀리 아득하고 햇살의 빛깔이 참담하다. 어디에도 비하지 못할 이내 마음 오늘이 무슨 날인가?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부모님을 모시고 자라나서 평소에 부모님 곁을 떠나서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 반년이나 어찌할 것인가? 부모님 곁을 떠나는 마음이 어려우며, 경기도 경계를 백 리 밖으로 벗어나 다녀 본 일이 없다. 허약하고 약한 기질에 만 리 여행길이 걱정일세, 한 줄기 압록강이 두 나라의 경계를 나누었으니 돌아보고, 돌아보니 우리나라 다시 보자. 구련성에 다다라서 한 고개를 넘어서니 아까 보던 통군정이 그림자도 아니 보이고, 조금 보이던 백마산이 봉우리도 아니 보인다. 백여 리나 되는 사람 없는 곳에 인적이 고요하다. 위험한 만 겹의 산중 빽빽이 우거진 나무들이며 적막한 새 소리는 곳곳에 구슬프고, 한가한 들의 꽃은 누구를 위해 피었느냐? 아깝도다. 이러한 꽃 두 나라가 버린 땅에, 사람도 아니 살고 논밭도 없다 하되, 곳곳이 깊은 골짜기에서 닭과 개 소리가 들리는 듯, 끝없이 이어지는 험한 산세 범과 표범에게 해를 입을까 겁이 난다.

 

 

♧ 쥬방: 음식을 만들거나 차리는 곳                             ♧ 즁화: 길을 가다가 먹는 점심

♧ 귀튼: 귀하던                                                          ♧ 죨지: 갑자기. 뜻밖에

♧ 진지거 :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갔다 함         ♧ 만반 진슈: 상에 가득히 차린 귀하고 맛있는 음식

♧ 겻반: 곁들인 반찬                  

♧ 건양쳥: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이 가지고 가던 양식을 관장하는 부서

♧ 감식: 달게 먹음                                                     ♧ 가이업시: 가엾게

♧ 금셕산: 만주 구련성 북쪽에 있는 산                        ♧ 온졍평: 만주 구련성 북쪽에 있는 온천지대

♧ 일셰: 날의 형세                                                     ♧ 돈: 노천(露天)

♧ 군막: 진중에 치는 장막                                          ♧ 삿리: 갈대로 엮어서 만든 자리

♧ 가방: 겨울에 외풍을 방지하기 위해 방 안에 장지를 들이어 조그맣게 막는 아랫방

♧ 역관: 통역을 맡은 관리                                   

♧ 비장: 조선조 지방 장관이나 사신을 수행하는 관원의 하나

♧ 방장: 관아의 육방의 분장                                       ♧ 드러부니: 들이부니

♧ 명식:‘명색(名色)’의 오기인 듯                                 ♧ 염천: 몹시 더운 날씨

♧ 경과기: 지내기가                                               ♧ 화톳불: 모아 놓은 장작 등에 놓은 불

밥 짓는 곳에서 상을 차려 점심을 가져오니, 맨 땅에 내려 앉아서 점심을 먹어 보자. 아까까지 귀하던 몸이 어이하여 갑자기 천해져서, 오락가락하던 일등 명창과 수청하던  기생은 어디 가고, 상에 가득한 좋은 반찬이나 곁들인 반찬도 없지마는, 건량청에서 준 밥 한 그릇을 이렇듯이 달게 먹으니, 가엾게 되었지만 어찌 아니 우스우랴. 금석산을 지나가니 온정평이 여기로구나, 날의 형세가 황혼이 되니 한데서 잠자리를 정하자. 세 사신이 자는 곳은 군사들 쓰는 장막을 높이 치고, 삿자리를 둘러 막아 임시로 꾸민 방처럼 하였으되, 역관이며 비장 방장 불쌍하여 못 보겠다. 사방에서 외풍이 들이부니 밤 지니기가 어렵도다. 군막이라고 말은 하지만 무명 한 겹으로 가렸으니, 오히려 이번 길은 오뉴월 더운 때라, 하룻밤 지내기가 과히 어렵지 아니하나, 동지섣달 긴긴 밤에 바람과 눈이 들이칠 때 그 고생이 어떠하랴? 참혹하다고들 하데그려, 곳곳에 피운 화톳불은 하인들이 들러앉고, 밤새도록 나팔 소리를 냄은 짐승이 올까 염려함이로다.

 

문: 지명                                                        ♧ 목 : 죽 벌려 박아서 만든 울의 긴 말뚝

♧ 봉황셩장: 봉황성의 우두머리.                            ♧ 이마: 인마(人馬)

♧ 범문신: 여러 가지를 묻고 단단히 일러서 경계함.‘범문’은‘변문’의 오기

♧ 녹창: 여자가 거처하는 방                                   ♧ 쥬호: 붉은 문

♧ 화: 화려한 집                                                 ♧ 란: 곱게 채색한 난간               

♧ 호인: 오랑개, 만주 사람                                     ♧ 괴려: 이치에 어그러져 온당치 않음

느리쳐셔: 땋아 늘어뜨려                             ♧ 당실: 중국에서 나는 명주실

♧ 당긔: 댕기                                                        ♧ 말이: 마래기, 중국 청나라 때 관리들이 쓰던 모자

♧ 아쳥: 검푸른 빛                                                 ♧ 반물: 짙은 남빛

젼: 바지나 고의를 입을 때 정강이에 꿰어 무릎 아래에 매는 물건

♧ 회목: 손목이나 발목의 잘룩한 부분                     ♧ 회: 입은 옷의 매무시가 경첩하고 가뜬함

♧ 슬갑: 추위를 막기 위해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는 옷

날 이 밝기를 기다려서 책문으로 향해 가니, 나무로 울타리를 하고 문 하나를 열어 놓고 봉황성의 장이 나와 앉아 사람과 말을 점검하며, 차례로 들어오니 묻고 경계함이 엄숙하고 철저하다. 녹색 창과 붉은 문의 여염집은 오색이 영롱하고, 화려한 집과 채색한 난간의 시가지는 만물이 번화하다. 집집마다 만주 사람들은 길에 나와 구경하니, 옷차림이 괴이하여 처음 보기에 놀랍도다. 머리는 앞을 깎아 뒤만 땋아 늘어뜨려 당사실로 댕기를 드리고 마래기라는 모자를 눌러 쓰며, 일 년 삼백 육십 일에 양치질 한 번도 아니하여 이빨은 황금빛이요 손톱은 다섯 치나 된다. 검은 빛의 저고리는 깃이 없이 지었으되, 옷고름은 아니 달고 단추 달아 입었으며, 검푸른 바지와 짙은 남빛 속옷 허리 띠로 눌러 매고, 두 다리에 행전 모양으로 맨 것을 타오구라 이름 하여, 발목에서 오금까지 가뜬하게 들이끼우고 깃 없는 푸른 두루마기 단추가 여럿이요, 좁은 소매가 손등을 덮어 손이 겨우 드나들고, 두루마기 위에 덧저고리 입고 무릎 위에는 슬갑이라.

 

 

♧ 너: 넣는                                                  ♧ 부시: 부싯돌을 쳐서 불이 일어나게 하는 쇳조각

♧ 한 빗치라: 한 모습이라                                ♧인: 소국 사람

♧ 지져귀며: 수군대며                                     ♧ 치거실러: 아래에서 위로 치켜 올려

♧ 가림:‘가르마’의 방언                                 ♧ 슈식: 뎌자의 머리에 꽂는 장식품

♧ 도화분: 도홍색을 띠어 불그스레한 백분        ♧ 반: 반쯤 취한

♧ 아미: 미인의 눈썹                                       ♧ 살:  귀밑머리.뺨 위 귀 앞쪽에 난 머리 털

♧ 단슌: 여자의 붉고 고운 입술                        ♧ 군영:구멍

♧ 귀여리: 귀고리                                        ♧ 졔도: 제정된 법규

♧ 수구: 소맷부리                                           ♧ 동: 옷소매 끝에 이어서 다는 헝겊

 

곰 방대와 옥 물뿌리 담배 넣는 주머니에, 부시까지 들고 뒷짐을 지는 것이 버릇이라. 사람마다 그 모양이 천만 사람이 한 모습이라. 소국 사람 온다 하고 저희끼리 수군대며 무엇이라고 인사 하나 한 마디도 모르겠다. 계집년들 볼 만하다. 그 모양은 어떻더냐. 머리만 치거슬러 가르마는 아니 타고, 뒤통수에 모아다가 맵시 있게 장식하고, 오색으로 만든 꽃은 사면으로 꽂았으며, 도화색 분으로 단장하여 반쯤 취한 모양같이 불그스레 고운 태도 눈썹 치장을 하였고, 귀밑머리 고이 끼고 붓으로 그렸으니, 입술 아래 연지빛은 붉은 입술이 분명하고, 귓방울 뚫은 구멍에 귀고리를 달았으며, 의복을 볼 것 같으면 사나이 제도로되, 다홍빛 바지에다 푸른빛 저고리요, 연두색 두루마기를 발등까지 길게 지어, 목도리며 소매 끝동에 꽃무늬로 수를 놓고, 품이 너르고 소매가 넓어 풍채 좋게 떨쳐 입고,

 

 

♧ 옥수: 옥 같은 손                 ♧ 금지환: 금 가락지                    ♧ 외: 한 짝만으로 된 것

려: 동그랗게 여러 겹으로 포개어 감아                                 ♧ 수당혀: 수를 놓은 당혜. 당혜 - 가죽 신

♧ 청여: 청나라 여자              ♧ 당여: 한족(漢族)의 여자            ♧ 두 치짐: 두 치쯤

♧ 동히고: 흩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게 묶고                                  ♧ 위둑비둑: 뒤뚱뒤뚱

친: 후세에 남긴              ♧ 쥬룽쥬룽: 옹기종기(의태어)       ♧ 잇그은다: 이끈다

가다: 깎아다가               ♧ 모슴: 모숨. 한 줌 안에 들 만한 수량

하스되: 땋았으되           ♧ 당: 중국산 명주실                 

♧ 복쥬감토: 복주감투. 중이나 늙은일들이 추위를 막기 위하여 쓰는 모자의 일종

: 여러 가지 고운 빛깔 ♧ 공단: 두껍고 무늬가 없는 비단

라기: 배래기. 한복에서 옷소매 아래쪽의 둥그런 부분

고 운 손의 금가락지는 한 짝만 넓적하고 손목에 낀 옥고리는 굵게 사려서 둥글구나, 손톱을 길게 길러 한 치만큼 길렀으며, 발 맵시를 볼 것 같으면 수를 놓은 당혜를 신었으며, 청나라 여자는 발이 커서 남자의 발같이 생겼으나, 한족의 여자는 발이 작아 두 치쯤 되는 것을 비단으로 꼭 동이고 신 뒤축에 굽을 달아 뒤뚱뒤뚱 가는 모양이 넘어질까 위태롭다. 그렇다고 웃지 마라. 명나라가 남긴 제도 져 계집의 발 한 가지가 지금까지 볼 것 있다. 아이들도 나와 구경하느라 옹기종기 몰려 서 있다. 이삼 세 먹은 아이들은 앞뒤로 이끈다. 머리는 다 깎아다가 좌우로 한 줌씩 뾰족하니 땋았으되 붉은 당사로 댕기를 드려 복주감투 마래기 모자에 채색 비단으로 선을 둘러 붉은 단추로 꼭지하고, 바지와 저고리도 오색으로 무늬를 놓고, 옷소매 아래 배라기라고 하는 것은 보자기에 끈을 달아 모가지에 걸었으니 배꼽 가린 꼴이로구나.

양머리: 처녀들이 쪽지는 머리                              ♧ 졉쳠졉쳠: 접첨접첨. 여러 번 접어서 포갠 모양

♧ 소소발: 호호 백발      ♧ 화: 비단 조각을 오려 만든 조화(造花)      ♧ 곰방: 짧은 담뱃대

♧ 햐쳐 : ‘사처’의 원말. 고귀한 손님이 길을 가다가 묵는 것. 또는 묵는 집

♧ 오량각 이 간 반: 보를 다섯 줄로 놓아 두 간통이 되게 지은 집              ♧ 캉: 중국식 온돌방

캉: 두 개의 캉이 마주함             ♧ 낫이면: 낮이면                         ♧ 손임: 손님

유: 채소의 씨로 짠 기름              ♧ 완창:‘卍’자 모양의 살이 있는 창

♧ 면회: 담이나 벽에 회를 바름          ♧ 호인: 만주 사람. 오랑캐 ♧ 과람: 분수에 넘침

십 여 세 처녀들은 대문 밖에 나와 서 있네. 머리는 아니 깎고 한 편 옆에 모아다가 쪽지는 머리 모양처럼 여러 번 접어서 잡아매고, 꽃가지를 꽂았으니 풍속이 그러하다. 호호 백발 늙은 년도 머리마다 조화(造花)로다.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담배들을 즐기는구나. 팔구 세 이하의 아이들도 곰방대를 물었으며, 묵을 곳이라고 찾아가니 집 제도가 우습도다. 보 다섯 줄로 된 집 두 칸 반에 벽돌을 곱게 깔고, 반 칸씩 캉이라는 걸 지어 좌우로 마주 보게 하니, 캉의 모양이 어떻더냐. 캉 제도를 못 보았으면 우리 나라의 부뚜막이 그것과 거의 흡사하여, 그 밑에 구들을 놓아 불을 땔 수 있게 마련하고, 그 위에 자리 펴고 밤이면 누워 자며 낮이면 손님 접대 걸터앉기에 매우 좋고, 기름칠을 한 완자창과 회를 바른 벽돌담은 미천한 오랑캐 주제에 집치레가 지나치구나.

 

♧ 기장: 수수와 비슷한 곡식                ♧ 녹난게: 무르익게, 낟알이 풀어지도록 푹 삶는 것을 말함

♧ 권쇽: 한 집안의 식구                       ♧ 져치: 젓가락

♧ 낫부면: 부족하면                            ♧ 돗기름: 돼지기름

♧ 갓금갓금: 가끔가끔

때 도 없이 먹는 밥은 기장, 좁쌀, 수수쌀을 푹 삶아 내어 냉수에 채워 두고, 끈끈한 기운은 다 빠져서 아무 맛도 없는 것을, 남녀 노소 식구대로 부모 형제 처자 권속 한 상에 둘러앉아, 한 그릇씩 밥을 떠서 젓가락으로 긁어 먹고, 부족하면 더 떠다 먹는다. 반찬이라 하는 것은 돼지 기름과 날파 나물, 큰 독에 담근 장은 소금물에 메주 넣고, 날마다 가끔가끔 막대기로 휘저으니, 죽 같은 된장물을 장이라고 떠나 먹네.

 

 

♧ 쥰총: 몹시 빠른 말. 준마(駿馬)  ♧ 노 :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 이루어진 잡종

갈: 말의 입에 가로 불리는 쇠로된 물건 ♧ 구율: 규율 ♧ 갈: 갈라지는

♧ 허여지지: 흩어지지 ♧ 긔: 괴. 고양이 ♧ 초롱: 새장 ♧셜조: 지빠귀.

오 랑캐의 풍속들이 가축치기를 숭상하여, 잘 달리는 좋은 말들이며 범 같은 큰 노새를 굴레도 씌우지 않고 재갈도 물리지 않은 채 백여 필씩 앞세우고 한 사람이 몰아가되, 구유에 들어서서 달래는 것 못 보겠고, 양이며 돼지를 수백 마리 떼를 지어 조그마한 아이놈이 한둘이 몰아가되, 대가리를 한데 모아 흩어지지 아니하고, 집채 같은 황소라도 코 안 뚫고 잘 부리며, 조그마한 당나귀도 맷돌질을 능히 하고, 댓닭, 장닭, 오리, 거위, 개, 고양이까지 기르며, 발바리라 하는 개는 계집년들이 품고 자네. 심지어 초롱 속에 온갖 새를 넣었으니, 앵무새며 지빠귀는 사람의 말을 능히 한다.

 

 

담: 길 가는 데 가지고 다니는 작은 상자                                  ♧ 축혀: 추켜 ♧ 강보: 포대기

♧ 뭉둥그려: 뭉뚱그려           ♧ 위업다: 생업으로 삼는다             ♧ 나긔말긔: 나귀와 말에게

♧ 장기: 쟁기                        ♧ 홈의로: 호미자루                        ♧기음기: 김매기

어 린아이 기르는 법은 풍속이 괴상하다. 작은 상자에 줄을 매어 그네 매듯 추켜 달고, 우는 아이 젖을 먹여 포대기로 대강 싸서 행담 속에 뉘어 놓고 줄을 잡아 흔들며는 아무 소리 아니하고 보채는 일없다 하대. 농사하기, 길쌈하기 부지런히 일을 한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 쌓은 거름이 태산 같고, 논은 없고 밭만 있어 온갖 곡식을 다 심는다. 나귀와 말에게 쟁기를 메어 소 없어도 능히 갈며, 호미자루 길게 하여 김매기를 서서 한다.

 

아질: 씨아질. 씨아로 목화의 씨를 빼는 일        ♧ 물네질: 물레질. 솔을 자아 실을 만드는 일

리: 실꾸리. 둥글게 감아 놓은 실                       ♧ 겻: 감는

♧ 도토마리: 도투마리. 베를 짤 때 날을 감아 베틀 위에 얹어 두는 틀

♧ 경쳡: 가뿐하고 민첩함                                       ♧ 쇠리: 베틀신의 끈

♧ 잉아: 베틀의 날실을 끌어올리도록 맨 굵은  줄     ♧ 북: 날실 사이를 드나들며 씨실을 보내는 기구

♧ 바듸: 바디. 베틀에서 날을 꿰어 베의 날의 고르고 북의 통로를 만들어 주는 일을 맡은 기구

 씨아질에 물레질과 실꾸리 감는 계집이라. 도투마리 날을 맬 때 풀칠을 하지 않고 잘들하며, 베틀이라 하는 것은 가뿐하고 재치가 있다. 쇠꼬리가 없더라도 잉아 사용 어렵지 않고, 북을 집어 던지며는 바디질은 저절로 한다.

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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