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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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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2. 4. 12.(목요일)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을 제대로 알고, 농업에서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 농업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농업계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한 농업관련 신문에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해서 아래 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같이 읽어보고자 우리말 편지에 소개합니다.


[농업 속 우리말]

요즘을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대략 20년쯤 전부터 그렇게 부른다. 그 전 약 200년은 산업화사회였고, 그보다 앞선 수만 년은 농경사회였다. 우리 조상은 수만 년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기에 당연히 농업에는 우리 선조의 얼과 넋이 녹아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의 뿌리이다. 
사람들이 쓰는 모든 말에는 각 언어권의 문화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오랜 기간 농경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에도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에서 유래한 아름다운 낱말들이 많다. 
‘북’이라는 낱말이 있다. 둥둥 치는 것도 북이지만,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도 북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준다고 하면 식물이 잘 자라도록 뿌리 위에 흙을 덮어주는 것을 뜻한다. 바로 여기서 발전되어 나온 낱말이 ‘북돋우다’로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것을 뜻한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어처구니없다’라고 하는데 여기서 ‘어처구니’는 사실 맷돌의 손잡이를 뜻한다. 맷돌은 윗돌과 아랫돌 사이에 곡식을 넣고 손잡이로 윗돌을 돌려가며 곡식을 가는 농기구이다. 중요한 돌과 곡식은 준비되었는데, 하찮은 손잡이 막대가 없어서 곡식을 갈 수 없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여기서 나온 말이 ‘어처구니없다’로 어이없거나 황당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농업에서 나온 낱말은 이 밖에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을 뜻하는 ‘헹가래’도 농업에서 왔다. 농사를 지을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한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
‘팽개치다’는 논밭의 새를 쫓는 데에 쓰는 대나무 토막인 ‘팡개’에서 왔고, ‘숙맥’은 콩(菽)인지 보리(麥)인지 분별 못하는 사람 이르는 말이며, 굴레와 멍에는 소를 부리는 도구에서 왔다. ‘조바심’은 귀가 질겨 떨어내기 어려운 조를 타작하는 데서 왔고, 알짜배기를 뜻하는 알토란은 말 그대로 튼실한 토란에서 왔다.
낱말뿐만 아니라 물건을 세는 단위도 거의 대부분 농업에서 왔다. 벼나 보리의 씨 한 말 뿌릴 만한 넓이에서 ‘마지기’가 왔고, 한 주먹 양에서 ‘줌’이 왔다.
요즘 인터넷 등에서 엉터리 말이 난무하고, 어린 학생들 입에서 거친 말이 마구 쏟아지는 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조바심’ 가질 일은 아니지만, 농업에서 온 ‘알토란’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팽개’치지 말고 많은 사람이 잘 쓸 수 있도록 다듬고 ‘북돋아’ 우리말이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쓸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의 수준을 올리는 길이다.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을 제대로 알고, 농업에서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 농업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농업계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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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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