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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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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살 된 손녀와 도넛 가게에 들렀다.
우리가 가게에서 나올 때 10대 소년이 들어왔다.
옆머리를 빡빡 밀고, 윗머리는 파랗게 염색해서 빳빳이 세웠다.
콧구멍 한 쪽은 뚫어서 고리를 끼웠는데, 거기에 연결된 쇠사슬이 다시 귀걸이로 이어졌다.
한쪽 겨드랑이에 스케이트보드를, 다른 쪽에는 농구공을 끼고 있었다.
  앞서 걷던 손녀가 소년을 보자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겁이 나서 얼어붙은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손녀는 문을 안으로 당겨서 잡고 있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온 소년이 내 앞에 섰다.
나는 그가 지나가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예의 바르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지나갔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나는 소년을 위해 문을 잡아 준 일을 칭찬했다.
손녀는 그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나는 확실히 해 두고 싶었다.
할머니답게,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 조언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손녀는 소년이 양팔에 물건을 들었다는 점만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그 사람은 문을 열기 어려웠잖아요."
  나는 빡빡 민 옆머리와 빳빳하게 세운 윗머리, 뚫은 코와 얼굴에 드리운 쇠사슬만 봤다.
하지만 손녀는 그가 양팔에 물건을 든 것만 봤다.
나도 손녀의 눈높이를 닮고 싶다.

《살아가는 이유, 행복해도 좋은 이유》, 테리 맥퍼슨 외,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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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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