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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구탕과 아귀탕]
안녕하세요.
어젯밤 KBS 단박인터뷰에 박노자 교수가 나왔습니다.
끝날 때쯤 '아구탕'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자막도 '아구탕'이라고 나왔습니다.
싱싱한 아귀와 된장, 콩나물, 미더덕 등을 넣고 끓여내는 것은 '아귀탕',
고춧가루와 다진 파, 마늘 따위로 매운맛을 내고,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따위를 넣어 아귀와 함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찜은 '아귀찜'입니다.
아구탕이나 아구찜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전에 아구찜이나 아구탕은 없습니다.
방송에서 아구찜이라고 자막이 나오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좀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과일주'가 아니라 '과실주'가 맞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왜 그렇죠?
과일주나 과실주나 뭐 그리 다른 게 있다고 과일주는 틀리고 과실주만 맞죠?
중국 강남지방에서 들여온 콩이라 '강남콩'이라 이름 붙인 콩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내기 어려운 강남콩보다 '강낭콩'으로 쓰는 사람이 많아지자,
표준어를 강남콩에서 강낭콩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쓰는 말이 바뀌어,
표준어가 바뀌기도 하고 복수표준어가 되기도 합니다.
식당에 가서 보면
아구탕이라 하지 아귀탕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아구찜에 소주 한잔한다고 하지, 아귀찜에 소주 한잔 한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귀는 그저 사전에만 남아 있고,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귀와 아구를 같이 표준어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소고기와 쇠고기처럼
과일주와 과실주, 아구탕과 아귀탕을 복수표준어로 만들면 어떨까요?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세상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내 말만 옳고 네 말은 틀리다고 할 수 없이 여러 생각이 함께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인정받으려면 먼저 남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네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좋습니다.
내년에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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