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나무
꿈꾸는 정원사/나는 선생이다! / 2012. 5. 15. 16:38
강가에 사는 노인의 집 마당에는 못생긴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는 가운데가 썩어 움푹 파이고 수박처럼 큰 혹이 있었다. 가끔 노인을 찾아온 손님들은 보기 흉한 나무가 전경을 가린다며 베어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 나무가 얼마나 큰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노인은 지난 십여 년 동안 나무를 지켜본 일을 이야기했다.
"원래 이 마을에는 미루나가 많았어요. 그러나 곧게 뻗어 번듯하게 생긴 나무는 모두 젓가락 공장으로 팔려 갔지요. 오직 우리 집의 못생긴 나무만 살아남아 젓가락에 비할 수 없는 일을 했어요. 꾀꼬리, 딱따구리, 올빼미, 소쩍새까지 이 근방을 나는 새들에게 둥지 틀 자리를 내주었거든요."
손님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뒤틀린 미루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노인이 말을 이었다.
"지난여름, 나는 놀라운 광경을 봤어요. 홍수가 나서 강물이 마당까지 차올랐을 때였죠. 생명의 위험을 느낀 온갖 벌레가 줄지어 미루나무로 대피하더군요. 이 나무가 없었다면 모두 휩쓸려 갔을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생명까지 품어 주었습니다. 이 나무를 베지 못하는 이유지요."
-좋은생각 이천십이년 오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