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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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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몰려오는 날이었습니다.
태풍이 제주 남쪽 해상으로 올라온다는데, 어떤 불안한 예감이 산을 휩싸는 게 느껴졌습니다. 온 산의 나무들이 이파리를 하얗게 뒤집으며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미리 온 발마의 선발대들이 얼마나 위세를 부리고 다니는지 나뭇잎 떨리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개구리들은 연못에서 나와 산비탈 돌 틈으로 피난 가고, 여치도 나뭇단 속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데 마당 끝에 상사화 한 포기가 꽃대를 쑥 밀고 올라왔습니다.
겁도 없이 연분홍 꽃을 세 개나 피우고, 보랏빛 꽁봉오리 두 개도 뒤따라 올라왔습니다. 큰 일 났다 싶었습니다. 며칠만 참았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꽃을 피우지 하필 오늘 피워 어쩌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계곡 쪽으로 길게 누웠습니다. 꽃잎은 너덜너덜하게 찢어지고 꽃봉오리도 입술이 파란 채 겁에 질려 떨었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쓰러진 상사화를 세워 보려는지 꽃을 다리로 움켜쥐고 끙끙댔습니다.

 이튿날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팽나무 밑의 상사화 여러 포기가 꽃대를 올리고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그다음 날은 낙엽송 아래에서도 상사화가 무더기로 꽃을 피우더니 마당가에서도 여러 송이가 꽃봉오리를 올리기 시작하는 겁닏.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비 오고 바람 불고, 느닷없이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곤 했지만 상사화는 꽃대를 밀어 올렸습니다.

 먼저 꽃 피웠다 쓰러진 상사화는 '태풍이 온다 해도 우리는 꽃 피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비장함을 드러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태풍으로 인해 온 산이 두려움에 떨 때도, 안에서 밖으로 꽃을 밀어 올리는 뜨거운 생명의 힘은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걸 보여 주려 한 건 아닐까요?

 우리 안에도 저런 뜨거운 것이 있을까요?
어떤 위협과 두려움 앞에서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뜨겨운 열정, 타오르는 사랑,
끓어오르는 힘 같은 게 우리 안에서 밀고 올라올까요?
그리하여 마침내 꽃 피우게 할까요?

-도종환의 산방일기, 좋은생각 이천십일년 시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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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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