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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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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돋우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13 우리말, 농업 속 우리말
  2. 2010.06.18 우리말, 승리욕과 승부욕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2. 4. 12.(목요일)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을 제대로 알고, 농업에서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 농업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농업계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한 농업관련 신문에서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해서 아래 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같이 읽어보고자 우리말 편지에 소개합니다.


[농업 속 우리말]

요즘을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대략 20년쯤 전부터 그렇게 부른다. 그 전 약 200년은 산업화사회였고, 그보다 앞선 수만 년은 농경사회였다. 우리 조상은 수만 년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기에 당연히 농업에는 우리 선조의 얼과 넋이 녹아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의 뿌리이다. 
사람들이 쓰는 모든 말에는 각 언어권의 문화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오랜 기간 농경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에도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에서 유래한 아름다운 낱말들이 많다. 
‘북’이라는 낱말이 있다. 둥둥 치는 것도 북이지만,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도 북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준다고 하면 식물이 잘 자라도록 뿌리 위에 흙을 덮어주는 것을 뜻한다. 바로 여기서 발전되어 나온 낱말이 ‘북돋우다’로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것을 뜻한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힐 때, ‘어처구니없다’라고 하는데 여기서 ‘어처구니’는 사실 맷돌의 손잡이를 뜻한다. 맷돌은 윗돌과 아랫돌 사이에 곡식을 넣고 손잡이로 윗돌을 돌려가며 곡식을 가는 농기구이다. 중요한 돌과 곡식은 준비되었는데, 하찮은 손잡이 막대가 없어서 곡식을 갈 수 없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여기서 나온 말이 ‘어처구니없다’로 어이없거나 황당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농업에서 나온 낱말은 이 밖에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을 뜻하는 ‘헹가래’도 농업에서 왔다. 농사를 지을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한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
‘팽개치다’는 논밭의 새를 쫓는 데에 쓰는 대나무 토막인 ‘팡개’에서 왔고, ‘숙맥’은 콩(菽)인지 보리(麥)인지 분별 못하는 사람 이르는 말이며, 굴레와 멍에는 소를 부리는 도구에서 왔다. ‘조바심’은 귀가 질겨 떨어내기 어려운 조를 타작하는 데서 왔고, 알짜배기를 뜻하는 알토란은 말 그대로 튼실한 토란에서 왔다.
낱말뿐만 아니라 물건을 세는 단위도 거의 대부분 농업에서 왔다. 벼나 보리의 씨 한 말 뿌릴 만한 넓이에서 ‘마지기’가 왔고, 한 주먹 양에서 ‘줌’이 왔다.
요즘 인터넷 등에서 엉터리 말이 난무하고, 어린 학생들 입에서 거친 말이 마구 쏟아지는 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조바심’ 가질 일은 아니지만, 농업에서 온 ‘알토란’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팽개’치지 말고 많은 사람이 잘 쓸 수 있도록 다듬고 ‘북돋아’ 우리말이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쓸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의 수준을 올리는 길이다. 
우리 문화의 뿌리인 농업을 제대로 알고, 농업에서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 농업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농업계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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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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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0. 6. 18.(금요일)

승부는,
이길 승(勝) 자와 질 부(負) 자를 써서, 
'이김과 짐'을 뜻하고,
그 뒤에 욕심을 뜻하는 '욕'자를 붙이면,
'이기고 지려는 욕심'이라는 뜻이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승부욕'이 이기려는 욕심일까요, 지려는 욕심일까요?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축구 보셨죠?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다음 경기인 나이지리아와 겨룰 때는 꼭 이겨주길 빕니다.

어제 편지에서 제 실수가 있었네요.

성패(成敗)는,
성공과 패배, 곧 '잘 되고 안 되고'를 말하고,...라고 했는데요.
'성공과 패배'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입니다.

어제 축구를 보고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선수들의 '승부욕'이 더 강해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오늘은 승부욕을 알아보겠습니다.

운동 경기에서 상대방을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흔히 '승부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틀린 말입니다.

욕심 욕(慾) 자가 들어간 낱말은,
권력욕, 명예욕, 출세욕, 소유욕 따위가 있는데,
이는 모두 '욕'앞에 나오는 것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의 뜻으로 쓰입니다.
권력욕은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고,
명예욕은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이죠.

이렇게 보면,
승부욕은 말이 안 되는 게 금방 보입니다.
승부는,
이길 승(勝) 자와 질 부(負) 자를 써서, 
'이김과 짐'을 뜻하고,
그 뒤에 욕심을 뜻하는 '욕'자를 붙이면,
'이기고 지려는 욕심'이라는 뜻이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승부욕'이 이기려는 욕심일까요, 지려는 욕심일까요? 

'승부욕'은 없습니다. 
그런 낱말은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이기려는 욕심이나 그러한 강한 의지를 뜻하려면 '승리욕(勝利慾)'으로 해야 합니다.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 곧,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죠.
그러나 실은 '승리욕'도 국립국어원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은 단어입니다.

승리욕이 강해나, 승부욕이 강해를,
'꼭 이기겠다는 굳센 의지로...', '이기고자하는 굳센 마음가짐으로...'로 바꿔 쓰면 어떨까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꼭 이기겠다는 굳센 의지로
멋지게 이겨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북돋우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이 있어 좀 일찍 나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일까요?
귀신일까요? 저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망도,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받는 것보다 
사람에게서 받는 실망이 더 가슴 아픈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그래서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렇게 아픈가 봅니다.

우리말에 '북'이 있습니다.
둥둥 치는 것도 북이지만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북주다'입니다.
"흙을 긁어 올려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다."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만 있고 '북주다'는 없네요.

잘 아시는 것처럼 "위로 끌어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는 뜻의 낱말은 '돋우다'입니다.
따라서 북과 돋우다를 합친 '북돋우다'는 
흙을 긁어모아 식물이 잘 자라게 만들어준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이 바뀌어 지금은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주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사기를 북돋우다, 애국심을 북돋우다처럼 쓰죠.
이 낱말의 준말이 '북돋다'입니다.

비록 제가 가진 것이 없어 나눠줄 것은 없지만,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 줘 누군가를 북돋아 주고 싶은 날입니다.
어쩌면 제가 그 북돋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고...

마음 아프고 싶지 않은데... 실망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게 없이 서로 북돋우며 보듬고 사는 세상은 없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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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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