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642)
일상 (26)
오늘의 명언 (300)
문화사랑방 (81)
우리말사랑 (162)
유니텔 시사한자 (10)
아하그렇구나 (47)
동영상 (0)
거꾸로교실 (3)
1교시 국어영역 (272)
꿈꾸는 정원사 (70)
부엉이쌤의 수업이야기 (17)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21)
컴도사 (116)
도종환의 엽서 (6)
좋은글좋은생각 (111)
잼난야그 ㅣ 심테 (1)
오픈오피스 3.2 (53)
우분투 10.04 (리눅스) (296)
2009 남목고 (39)
백업2015 (1)
Total
Today
Yesterday

'미안해서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4.01 미안해서리 싫어요

 몇 해 전 강원도 산골에 조그만 집을 짓고 이삿짐을 나르게 되었다.
이사하던 날 당장 라면을 끓일 가재도구도 풀지 못해서 이웃 주민에게
자장면을 배달시킬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산골이니 당연히 중국집은 없고 아마 자기가 아는 사람한테 부탁하면
콩국수 정도는 배달시킬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 시간쯤 뒤 콩국수가 도착했다.
배고파서였을까. 콩국수 맛이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니었다.
손으로 민 듯 한 쫄깃한 국수하며 콩을 방금 갈아 낸 고소한 맛이라니맛이라니…
콩국수를 가져온 주인은 우리가 그걸 다 먹을 때까지 한쪽에서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내가 주인에게 앞으로도 배달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무뚝뚝한 강원도 사투리로 대답했다.
"여기 오는 데 오토바이로 20분이래요.
기름값도 안 남아요."
콩국수 한 그릇이 삼천 원이니 그럴 만도 했다.
"아저씨, 그럼 배달비를 한 그릇당 천 원씩 더 드릴게요."
주인은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간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한식집이래요.
이건 친구가 사정이 하도 딱하다고 해서리 가져온 거래요.
게다가 도시 사람들 얼마나 현금 많은지 모르겠지만 천 원이 어딘데,
배달하고 어뜨케 그걸 더 받는대요? 공평해야지.
그렇게 돈만 알고 살므는 동네 사람들한테 미안해서리 싫어요."

 나는 내가 돈만 아는 나쁜 사람처럼 느껴져 겸연쩍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좀 신선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 한겨레출판 -

'좋은글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꽃이 필 때는 - 고도원의 아침편지  (0) 2010.05.13
마음 쓰는 일  (0) 2010.04.02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0) 2010.03.25
꿈의 원칙을 세웠는가  (0) 2009.12.22
사랑의 신발  (0) 2009.11.10
Posted by 곽성호(자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