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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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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20 아들과 함게한 국토순례
몇 해 전 초겨울 어느 날, 아들 녀석이 밥상머리에서 불쑥 말했다.
"아빠, 나 이번 겨울방학 때 국토순례를 해야겠어."
나는 기겁하며 놀랐다. 그때 아들 녀석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국토순례를 하겠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나는 감언이설로 아들 녀석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수능이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그러나 아들 녀석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결국 두 손 들고 말았다.
"국토순례뿐 아니라, 해외여행이라도 굳이 하겠다면 해야지.
그런데 어떤 친구들과 국토순례를 떠나기로 했니?
아빠가 믿고 보내도 좋을 친구들인지 궁금해서 그런다."
아들 녀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아빠랑 둘이 국토순례를 해 보고 싶어."
아버지인 나를 국토순례의 동반자로 생각할 줄은 꿈에도 예상 못했다.
나는 그만 기분이 좋아져서 소리 없이 실실 웃었다.
어쨌든 나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들과 흥겹게 국토순례를 떠났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해남 땅끝마을까지 걸었다.
그 열흘 동안 녀석과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아들 녀석이 그렇게 큰 효도 선물을 내게 선사할 줄은 몰랐다.

첫날 국토순례를 끝내고 숙소에 들었을 때였다.
아들 녀석이 등짝을 뒤로 돌리며 내게 요구했다. 어깨 좀 주물러 달라고.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아들 녀석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은근슬쩍 잔소리를 보탰다.
"아이고, 답답한 녀석아. 힘들면 배낭을 바꿔 메자고 말이라도 해 보지.
어깨가 결리도록 혼자 고생을 하면 어쩌니? 아빠를 봐라, 아직 까딱없잖아.
이런 걸 일컬어 군대 용어로 '짬밥 좀 드셨군요.' 하느니라."
아들의 배낭이 내 배낭보다 무거운 게 사실이었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젊으니까.
그런데 아들 녀석이 실실 코웃음을 치며 이러는 게 아닌가.
"아빠도 참. 그렇지 않아도 배낭 좀 바꿔 메자고 말하려고 아빠를 쳐다보니까,
아빠가 나보다 더 헉헉대더라. 그런데 어떻게 바꿔 메자는 말을 해."
순간 감동의 회오리가 나를 휘감았다.
지금도 아들과 함께한 국토순례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힘이 불끈 솟는다.

-송언 님 | 동화작가, 좋은생각 이천구년 일월호 중에서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날이 오겠지.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겠지.
아빠와 함께 국토순례를 하고 싶다는 아들.
우리 아들도 아빠에게 이런 철없는 희망사항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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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곽성호(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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