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부엉이쌤의 나라말, 우분투, 국어교육 곽성호(자유)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642)
일상 (26)
오늘의 명언 (300)
문화사랑방 (81)
우리말사랑 (162)
유니텔 시사한자 (10)
아하그렇구나 (47)
동영상 (0)
거꾸로교실 (3)
1교시 국어영역 (272)
꿈꾸는 정원사 (70)
부엉이쌤의 수업이야기 (17)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21)
컴도사 (116)
도종환의 엽서 (6)
좋은글좋은생각 (111)
잼난야그 ㅣ 심테 (1)
오픈오피스 3.2 (53)
우분투 10.04 (리눅스) (296)
2009 남목고 (39)
백업2015 (1)
Total
Today
Yesterday
  이웃 어른의 소개로 수제화 가게에 들어가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서 내 구두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을 구두 밥으로 먹고살던 내가 사고로 오른팔을 잃게 되었다. 동료들과 소주로 시름을 달랜 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그만 선로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입원 3일째 되던 날, 단순히 "살아야 한다."는 큰 명제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여 '나는 오른팔만 빼놓고는 다 있어.' 라며 용기를 냈다.
  며칠 후 의수를 맞추러 갔던 의료보조기상 주인이 내게 장애인용 구두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드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러잖아도 수제화가 점차 설 곳을 잃어 가고 있는데 장애인 신발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해서 수제화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곧장 일을 시작했다. 한 손으로 구두를 만든다는 것은 예상보다 혹독했다.
  육체적인 괴로움보다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나를 무시하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나는 '스스로 나를 비웃기 전에는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내가 만들어 준 신발을 신고 40년 동안 앉아만 있다가 처음으로 걷게 되었다는 사람, 맞는 신발이 없어 붕대를 감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자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쁨이 생겼다.
  이제 나는 그날의 사고를 행운이라고 부른다. 그 사고가 없었다면 나는 그저 '예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희망'을 만들고 있다.

-《기적 같은 한순간》, 남궁정부, 마음의 숲 

'좋은글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  (0) 2011.05.04
사랑 혹은 거래  (0) 2011.04.28
  (0) 2011.03.25
작은 것의 소중함  (0) 2011.03.14
do  (0) 2011.01.18
Posted by 곽성호(자유)
, |